‘카드수수료 상한제’ 놓고 여당과 카드업계 신경전
‘카드수수료 상한제’ 놓고 여당과 카드업계 신경전
  • 이윤영 기자
  • 승인 2009.03.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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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경제]여당, “영세 자영업자 부담 경감”..카드업계 "수수료 상한제 도입 반대"



최근 카드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놓고 정치권과 카드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카드업계의 매출이 줄고 연체율은 높아지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나라당 장제원, 고승덕 의원 등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카드사 등과 함께 수수료 폭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번엔 여당 중진의원이 법 개정을 통해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영세 자업영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실시를 놓고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카드 수수료가 백화점 등 대형유통점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1.5% ~1.8%인데 반해, 영세가맹점 및 재래시장은 3.3%로 가맹점간 수수료 차이가 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영세가맹점 및 재래시장은 수수료가 높고, 중산층 이상이 이용하는 백화점 쪽은 오히려 낮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한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은 재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카드업계는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가 시행될 경우 그동안 대부분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카드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영업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가 넘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카드업계는 이미 200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고 있어 문제가 없고, 이로 인해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 및 재래시장과의 가맹점수수료 차이는 상당부분 좁혀졌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카드수수료 상한제는 해외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업계는 2007년 11월 영세가맹점의 수수료를 1.5~4.5%에서 1.5~2.2%로, 일반가맹점 수수료는 1.5~4.5%에서 1.5~3.6%로 인하했다. 현재 대형유통점의 수수료율은 1.5~1.8%수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2.4~3.3%의 수수료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중 서민생활과 밀접한 업종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하했으며, 올해 2월에는 재래시장 가맹점 수수료를 2.0~2.2%로 인하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전업 카드사들의 평균 수수료율은 2.18%로, 1.95%에서 2.1%에 이르는 수수료 원가를 제외하면 마진이 얼마 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수료율의 차이가 나는 것은 가맹점별로 매출규모, 수익기여도, 프로세싱 비용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며 현재 가맹점수수료는 조달금리, 대손율 등 원가를 감안해 적정한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카드업계는 연간 수십 퍼센트의 이자수익을 올리는 대부업에나 적용하는 제도를 마진이 1%도 안되는 신용판매에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여기에 신한, 삼성, 현대, 롯데, 비씨 등 5개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6557억원으로 전년보다 9530억원, 36.5% 급감했다.

최근 1개월 이상 연체율도 지난해 말 기준 3.43%로 같은해 9월 말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분기말 기준으로 연체율이 상승한 것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6년 만이다.

여신금융협회는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는 신용카드업계의 신용판매 부문 적정 수익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이미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 수수료 차이는 상당부분 좁혀진 상태이며, 현재 2.2% 수준으로 낮춰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낮춘 가맹점은 카드 매출이 거의 없는 영세 사업자와 재래시장 상인들”이라며 “소상공인들은 아직도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업계에 수수료 제한 조치까지 내려질 경우 신용판매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데일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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