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비상,1500원대 넘어 1600원대 위협?
환율 비상,1500원대 넘어 1600원대 위협?
  • 이윤영 기자
  • 승인 2009.02.23 0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브닝경제]외환당국 "외환보유액 2천억 달러 마지노선 아니다" "필요하면 원.엔화 스와프자금 사용"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으로 급등세를 보이면서 정부와 외환당국의 외환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이 2천억 달러 이하로 내려갈 경우의 대내외 리스크를 의식해 보유액을 통한 시장개입을 신중히 해왔다.

‘외환보유액 2천억 달러유지’는 현재 단기외채와 만기 1년미만의 유동외채가 2천억 달러에 이르는 만큼 유동외채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한 안정장치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최근 외환당국이 2천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헐어서라도 시장개입에 나설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 향후 외환시장의 안정에 얼마나 기여를 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2천억 달러 아래로 내려올지 여부는 시장개입에 있어서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2000억 달러 수준인 외환보유액을 활용해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외환보유액 2천억 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 측의 고위관계자도 이날 "그동안 심리적인 면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일부 있지만 외환보유액은 전액 사용가능한 것으로 비상시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쓸 수 있다"면서 “2천억 달러 선에 의미부여를 하지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수출 의존성이 높아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증가하는 것이 보통이고, 수출이 증가하면 원화 수요 증가로 환율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환율이 상승하는데도 오히려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라 환율을 하락시킬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계는 경기침체와 환율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해야하는 과제에 놓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은 필요충분조건이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경상수지 부진은 주의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 1600원대 상승이냐? 아니면 하락 안정이냐?

지난 20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5원 급등한 1506원에 거래를 마감, 9일 거래일 동안 125원이 급등했다. 이날까지 환율은 지난해 11월25일 이후 약 석달(3개월) 만에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이는 원화가 두 달 만에 달러화 대비 15% 가까이 절하된 것이다.

이에 금융계 안팎에서도 환율이 과연 어디까지 치솟을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동유럽발 2차 글로벌 금융위기설 대두와 국내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 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외환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1500원대 이하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냐, 아니면 가파른 단기 상승세를 이어 1600원대를 넘어설 것인가에 대해 분분하다.

특히,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경우 한 달 안에 최고 환율을 1,600원으로 내다보는 등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 주식시장의 하락 기울기는 지난 주 원달러 환율이 1500선을 넘어서면서 더 가팔라졌다”면서 “이는 그만큼 환율 1500원선 지지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1500원선 돌파 이후에도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날 "국내 은행들은 조선사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달러 자금을 단기로 조달했고 그 결과 한국의 단기 외채는 짧은 기간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밝혀 환율상승의 원인으로 국내요인을 지목했다.

같은 기간에 국내 은행의 경우 장기 외채는 물론 단기 외채 도입을 크게 늘렸다. 이는 은행권의 단기 외채가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수주를 선물환 매도로 헤지하기 시작하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의 주거래 상대였던 외국은행 지점들은 거의 대부분의 달러 자금을 단기로 조달했다.

결국 단기 외채가 짧은 기간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한 것과 이로 인해 외환 시장이 충격에 약해진 것이 원화 약세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해외 요인으로 미국 내 일부 부실 은행의 처리를 놓고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이 재점화되고 있다는 점과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통화 가치 폭락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선언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외환시장 관계자는 1600원대 돌파 가능성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1600원을 향한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노력 등으로 1500원대에서 오름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환율이 지난해 가을과 비슷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는 불안심리로 인해 촉발된 것이고 앞으로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은행권의 외환 차입현황 점검...통화 스와프로 적극 대처

특히, 올해 만기도래하는 은행권 외화차입 규모인 350억 달러 중 100억 달러가 다음 달에 몰려 있다. 2007년 말 기준으로 국내 외국인 채권 투자 금액은 총 1366억 달러에 달하고 있고 여기에 EU(유럽연합) 자금은 746억 달러로 무려 54.6%였다.

또 은행권의 총 외화차입 850억 달러 중 25%가 서유럽 금융회사에서 조달한 자금이며 올해 상반기에 만기도래하는 규모는 100억 달러 수준이다. 특히, 서유럽 은행들의 경우 한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화로 대거 바꿀경우 환율이 추가로 더 상승할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또 "유럽 은행에서 빌려온 국내 외채 규모는 2008년 3분기 기준으로 2000억 달러에 달한다"며 "따라서 유럽 은행의 신용경색이 심화될수록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차입 여건이 어려워지고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들의 외화차입 현황을 정밀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현황을 재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은도 필요하면 원-엔화 통화 스와프 자금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에 중국과 260억 달러 상당의 원-위안화 통화스와프를 , 일본과 200억 달러 상당의 원-엔화 통화스와프를 각각 체결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위안화 통화스와프 협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원-엔화 스와프자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미 스와프 자금처럼 당장 인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통화스와프 자금이 외환시장 안정에 어느정도 기여했고 향후 투입 가능성도 항상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