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5%P 인하..2.0%로사상 최저수준
한은 기준금리 0.5%P 인하..2.0%로사상 최저수준
  • 이윤영 기자
  • 승인 2009.02.12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브닝경제]‘유동성함정’ 우려보다는 '경기급락에 제동' 의지

한국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을 깨고 0.5%인하를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에서 2.00%로 0.50%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기존 인하폭을 고려해 한은이 0.25%포인트 수준의 소폭 인하를 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한은은 시장의 예측치를 넘어선 인하폭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한은은 지난 1999년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통화정책 목표를 바꾼 이래 작년 9월까지 금리를 3.25% 아래로 떨어트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가뜩이나 경색된 금융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그동안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한은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로써 한은은 4개월만에 기준금리를 3.25%포인트나 낮추는 파격적인 조치를 선택하게 됐다. 기준금리 2.0%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작년 10월9일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다음달 10월27일에 4.25%로 0.75%포인트 인하했고, 이어 11월7일 4.0%로 0.25%포인트 내렸었다.

지속적인 금리인하에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12월11일 3.00%로 또다시 1.0%포인트를 인하했고 지난달 1월9일 2.50%로 0.50%포인트를 각각 내린데 이어 이 달에도 0.50% 포인트나 떨어트렸다.

한편 금통위는 총액한도대출금리도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한은의 '파격' 어디까지...다음달 12일 금통위 결정에 시장 관심 집중
기준금리 1%대로 내려가나? ‘유동성 함정’ 우려

한은은 이번 결정을 통해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부양을 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비, 투자, 고용, 수출 등 각종 경기지표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고,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0.5%포인트 인하에 대해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가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경제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만큼 현 경기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그동안 한은이 22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자금을 시장에 공급해도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중소기업들도 여전히 자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도 고려했다.

하지만 최근 시중에 공급한 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고 장기 실물부문으로 공급되지 않는 단기부동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미 유동성 함정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 금융기관의 대출기피가 그만큼 지속될 소지가 있다.

또한 자금이 계속 무위험 자산에만 쏠리면서 신용위험이 있는 기업에는 자금이 확산되지 못하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특히, 통화정책이 투자소비, 시중금리 등에 전혀 영향을 못주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머니마켓펀드(MMF)는 `현금성'이 강한데 MMF가 급증하는 것은 사람들의 현금보유 욕구가 강해진다는 의미"라며 "단기 자금은 넘쳐나는데 장기 시장으로 돈이 움직이지 않는 단기부동화도 유동성 함정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림으로써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인하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라 이런 상태가 당장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동성함정’이란 금리를 낮추고 자금을 공급해도 시중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가계나 기업의 소비·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금리가 더 이상 낮아지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지면 금리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늘면서 통화정책의 `약효'가 사라지는 것이다.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외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다. 즉,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초래하고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리정책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 수준의 직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판단은 금통위원들의 몫이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금리인하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한은의 이런 부담을 다소 덜어주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 0∼0.25%로 떨어졌고 일본은 0.1%로 조정됐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00%로 낮췄고 유럽중앙은행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조만간 2.0%에서 1.5%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금리를 가파르게 내린 만큼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은의 현행 금리인하는 모두 경기부양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폭만큼 동일하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정책시차를 감안해 보더라도 향후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아직은 유동성 함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금리가 사실상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우려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유동성 함정’에 해당되는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1.5∼2.0% 순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향후 추가적인 최대 인하 폭은 0.5%포인트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