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이동걸원장 "정부 입이 될 수 없어 떠난다"
금융연구원 이동걸원장 "정부 입이 될 수 없어 떠난다"
  • 배원숙 기자
  • 승인 2009.01.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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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경제]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원장이 연구원 재작 만 9년, 원장직 1년반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이동걸원장은 이임사를 대신한 "금융연구원을 떠나며"라는 글을 통해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원장은 "금융연구원이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정책 두뇌집단(Think Tank)으로, 또한 국내의 독보적인 금융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떠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장의 몫은 연구원들이 소신껏 학자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며 "때로는 외풍을 막아주고, 때로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항해 싸우는 일을 대신하고, 때로는 연구원의 입이 되고, 때로는 연구원의 손과 발이 되는 일이며 그것이 곧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압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원장은 "임기를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은 더이상 구성원을 지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자조섞인 말을 이어갔다. 그는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한갓 쓸데없는 사치품 정도로 생각하는 왜곡된 ‘실용’ 정신, 그러한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이제는 제가 더 이상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짐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금융연구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사직의 이유를 밝혔다.

이원장은 "연구원을 정부의 Think Tank(두뇌)가 아니라 Mouth Tank(입) 정도로 생각하는 현 정부에게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한갓 사치품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책실패의 원인을 정책의 오류에서 찾기보다는 홍보와 IR에서 찾는 현 정부의 상황 판단 앞에서, 결정은 내가 할테니 너희들은 그저 일사불란하게 따라오기만 하라는 현 정부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사고방식 앞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비판의 잘 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이 현 정부의 갈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불과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지 못하면 제거되어야 한다는 현실"이라며 사직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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