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새 삶주고 떠난 어느 40대 가장
5명 새 삶주고 떠난 어느 40대 가장
  • 데일리경제
  • 승인 2007.06.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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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새 삶주고 떠난 어느 40대 가장
“저와 남겨진 세 딸에게 영원히 훌륭한 아빠로 기억될 겁니다.”

남편 홍순영 씨(41·전주시 호성동)를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떠나보낸 최기숙 씨(36).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지만, 남편이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영면에 든 만큼 슬픔을 참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세 딸 은진(11), 은하(8), 은희(6), 그리고 아내 최기숙씨와 함께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홍순영 씨는 지난 18일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졌다. 평소 특별한 질환도 없었고 건강했기에 가족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홍 씨는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결국 지난 23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예기치 못하게 남편을 잃은 슬픔은 너무도 컸지만, 아내 최 씨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부부가 함께 장기기증을 하기로 남편의 생전에 약속을 했던 것.

홍 씨의 심장, 간, 신장, 각막 등이 기증됐고, 5명의 환우가 새 생명을 얻었다. 5개의 장기 가운데 간과 신장이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 기증돼,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전북대병원 이식 수술팀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시행됐고, 수술 받은 환자들의 상태도 양호하다”고 전했다. 심장과 나머지 신장, 각막은 서울아산병원 등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다른 지역 환자들에게 전해져 수술이 성공리에 끝났다.

장기 이식 과정을 지켜본 전북대병원 한 관계자는 “환자의 마지막 길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의료진들마저 눈물을 글썽이게 할 만큼 안타까웠다”며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하는 고귀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유가족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뇌사 장기 기증자수는 141명으로 2005년 91명에 비해 50명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1만8,310명에 달하는 이식대기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올해 6월까지 기증자수도 91명에 불과하다.

전북대병원 김영곤 병원장은 “이처럼 어려운 현실에서 자신의 장기를 기증, 5명의 생명을 살려내고 세상을 떠난 한 40대 가장의 이야기는 의미가 크다”며 “전북대병원은 앞으로도 뇌사자관리 전국 최우수병원이라는 평가에 걸 맞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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