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겨울엔 더 긴장하라!
당뇨병 환자, 겨울엔 더 긴장하라!
  • 배원숙 기자
  • 승인 2008.12.18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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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경제]평생 동안 혈당조절에 신경을 써야하는 당뇨병 환자-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마다 생활환경이 달라지는 우리나라에서 당뇨환자의 혈당관리가 365일 똑같아도 되는 걸까? 정답은 'No'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류옥현 교수팀이 제2형 당뇨병 환자 390명을 대상으로 추적 검사한 결과, 혈당 조절이 가장 안 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인 것으로 밝혀졌다.

■ 겨울철 혈당관리 가장 어려워
 
이번 연구는 2007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외래에 방문하여 3회 이상 당화혈색소 검사를 시행 받았으며, 경구 혈당 강하제의 용량을 변경 하지 않고 혈당을 조절한 390명(남자 233명, 여자 157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당화 혈색소 검사 시점(12/5~3/14: 겨울, 3/15~6/14: 봄, 6/15~9/14: 여름, 9/15~ 12/14: 가을)을 기준으로 계절을 구분하여 이들의 당화혈색소치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겨울철에 가장 높았으며, 봄철에 가장 낮았다. 남자 환자의 경우 당화혈색소 평균치가 겨울철 7.10%, 봄철 6.78%로 나타났으며, 여자의 경우 겨울철 7.13%, 봄철 6.89%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환자의 당화혈색소 목표치를 6.5%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노인 환자의 경우 7% 미만이면 혈당 조절이 잘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 겨울철 혈당관리 각별한 노력 필요

제2형 당뇨병은 생활습관병 가운데 하나로 혈당 조절에 있어 생활습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며, 특히 겨울철은 추위와 강설로 인하여 당뇨병 환자들의 신체 활동이 감소하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겨울에는 평소와는 다른 각별한 혈당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혈당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고혈당으로 인하여 구갈이 심해지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체중도 줄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가 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기나 독감, 폐렴과 같은 감염의 위험도 증가한다. 그 외에도 체내의 탈수로 인하여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지게 된다. 고혈당이 장기간 지속되면 당뇨병에 의한 눈, 콩팥, 신경의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며 뇌경색, 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대혈관 합병증도 증가한다.

■ 2~3개월간 혈당 상태 보여주는 당화혈색소

당뇨병 환자의 혈당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 운동 여부와 운동량에 따라서도 변화하며 또한 경구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 치료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평소 혈당관리를 잘 하지 않던 당뇨병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2~3일 전부터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도 잘 하고, 약을 열심히 먹고 나서 혈당 검사를 한 결과 혈당이 정상으로 나왔다. 그런데 담당 의사는 용한 점쟁이처럼 이 환자에게 혈당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며 식사와 운동 및 약물 복용에 관해 다시 교육을 한다. 담당 의사는 환자가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우리가 흔히 측정하는 혈당은 측정 순간의 혈당 상태를 반영해 준다. 지금부터 1시간, 혹은 하루 전, 아니면 1주 혹은 한 달 전 혈당 상태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병원에서 측정하는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동안의 장기간의 혈당 조절 정도를 반영하므로 환자가 며칠 전부터 열심히 관리했더라도 당화혈색소 수치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의사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보고 환자의 몇 달 간 혈당 조절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는 내부에 혈색소(헤모글로빈)를 가지고 있다. 혈액 속의 포도당은 이 혈색소와 반응하는데 이를 당화(glycation)라고 한다. 혈당이 높을수록 당화된 혈색소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적혈구의 평균 수명이 3개월 정도 되므로, 당화혈색소를 측정하면 최근 2~3개월 간의 당뇨병 환자의 혈당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혈당 조절에 관심이 있는 환자라면, 자신의 당화혈색소치를 알아야 한다. 당뇨환자들은 보통 자가혈당측정기를 사용해 혈당관리를 하고 있으나 이는 혈당측정 시점의 혈당 상태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자가혈당측정기로 혈당을 관리하다가 1년에 4~6회 정도 병원에서 당화혈색소를 검사하는 것이 좋다. 당화혈색소를 1%만 낮추면 당뇨병 치료와 관련된 사망을 21% 줄일 수 있고, 합병증인 하지궤양과 말초혈관질환은 43%, 당뇨병성 망막증이나 당뇨병성 신증 등 미세혈관질환은 37%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 당뇨병 환자의 겨울철 혈당 조절법

겨울철은 춥기 때문에 외부 활동이 감소하고 낮 시간이 짧아 자연스레 야외에서의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체내에서 포도당이 소모되는 양도 함께 줄어 혈당이 높아진다. 반면 봄철은 야외 활동량이 늘고, 운동량도 증가하여, 당 소모가 많아져 혈당이 낮아진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실내에서의 활동량을 늘리거나 식사량을 조절하여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읍면동 사무소 혹은 보건소에 있는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추운 계절에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면 일하는 시간 동안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승강기를 이용하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자신의 직업을 고려하여 활동량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겨울철 농한기에 일이 거의 없는 상태이므로, 더욱 철저한 식사 관리를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밤 시간이 길어지는 겨울에는 군밤이나 군고구마 같은 야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야식도 혈당을 올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 겨울철 운동시 주의할 점

첫째,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추운 날에는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이 저하되고 효소 활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상해를 입을 위험성이 평상시보다 크다. 따라서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통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운동 강도 또한 서서히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조깅을 하고자 한다면 걷기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걸음을 빨리 하다 뛰도록 하자.

둘째, 추운 날 새벽운동은 피하자. 피부는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말초동맥이 수축되고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혈압, 뇌졸중 등 심장혈관 및 뇌혈관 질환자는 새벽운동은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겨울철 운동은 해뜨기 전보다 해가 뜬 후에 하는 것이 좋고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가 적당하며, 운동시간은 20분~1시간 정도가 좋다.

셋째, 체온관리에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운 날에는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적절히 보온하지 못하면 저체온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장은 두꺼운 옷을 한 벌 입는 것 보다 옷과 옷 사이의 공기가 단열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옷을 너무 많이 입고 운동하는 것 또한 좋지 않다. 옷을 지나치게 많이 입으면 몸이 빠르게 더워져서 땀이 나고, 운동 뒤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쉽게 체온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만약 얇은 옷을 여러 벌 입고 운동을 하다 더우면 하나씩 벗고, 운동을 한 뒤엔 다시 입는 것 또한 잊지 말자. 한편, 체열 손실의 80% 정도는 머리와 귀 부위를 통해 이뤄지므로 모자나 장갑 등으로 체온을 보호하도록 하며, 특히 모자는 귀까지 덮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심하게 한 직후에는 체내 면역력이 순간적으로 크게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운동 후에는 반드시 샤워 등으로 땀을 빨리 씻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 몸을 따뜻하게 한다. 또한 심한 운동 뒤에는 비타민 C를 보충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 자료문의 : 한림대의료원 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류옥현 교수 / 한림대의료원 춘천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최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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