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미국 통화정책의 전개방향’ 조사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통화정책의 전개방향’ 조사보고서
  • 한영수 기자
  • 승인 2008.12.1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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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경제]다음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미국 통화정책 관련 조사보고서이다.[편집자주]

1.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대응

FRB,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

2007년 9월 이후 미 FRB는 연방기금금리를 4.25%p 인하. 2007년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충격이 본격화된 이후 9월부터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

연방기금금리 : 5.25% → 1%, 재할인금리 : 6.25% → 1.25%

총 9번의 정책금리 인하 가운데 2008년 1월 22일과 10월 8일에는 임시FOMC를 통해 금리를 인하. 2008년 10월 8의 금리 인하는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정책공조의 결과. 현재의 정책금리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2003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와 동일)이지만 추가 인하의 가능성도 충분한 상태. 버냉키 FRB 의장은 1% 미만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발언



유동성 공급과 구제금융도 적극 확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창구를 신설하거나 확대.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대상은 상업은행 등 예금금융기관.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를 통해 국채 등을 매입함으로써 금융기관에 유동성 공급. 하지만 투자은행 등 非예금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와 이로 인한 시스템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유동성 공급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담보대상 채권도 국공채에서 주택저당증권이나 회사채 등으로 확대. 투자은행을 포함하는 프라이머리 딜러를 대상으로 PDCF, TSLF 등의유동성 공급장치를 신설


부실화된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도 적극적으로 시행. 2008년 3월 JP 모건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자금 지원을 시작으로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이 본격화. 상업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은 베어스턴스가 최초. 2008년 9월 Fannie Mae와 Freddie Mac 및 AIG 등에 대한 구제금융단행. 2008년 10월 7천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처리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구제금융의 방향을 건별 대응에서 포괄적 대응으로 전환. 10월 말 9개 대형은행과 지방 중소형은행 등의 우선주를 매입하여 자본을 확충(부실자산 매입에서 자본확충으로 구제금융 방향을 변경). 11월에는 씨티그룹에 대한 자본확충과 손실보전 등 구제금융을 추가

2. 통화정책의 전환

정책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용공급 경색이 지속

적극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회사채시장에서의 신용스프레드가 높은수준을 유지하는 등 신용시장 경색국면은 지속. 국채(5년물)와 AAA 등급 회사채의 금리차는 2007년 8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상승한 후 다소 하락했으나 2008년 9월 이후 급등. 2008년 12월 11일 현재 AAA 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3.82%p로서 2007년말(1.96%p)의 1.95배. 신용도가 낮은 BAA 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더 큰 폭으로 확대. 2007년말 대비 2.3배 : 2007년 말 3.11%p → 2008년 12월 11일 7.16%p. 회사채 AAA 등급과 BAA 등급 간 스프레드도 크게 확대되어 신용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하고 있음을 반영

물가가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발생

2008년 8월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으로전환하는 양상.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6월과 7월에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는 10월에 1% 하락. 8월 -0.1%, 9월 0%에 이어 10월에는 하락폭이 확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소비자물가지수도 0.1% 하락하여 물가하락이 유가하락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을 반영하는 것임을 시사. 8월 0.9%, 9월 0.4% 하락했던 생산자물가도 10월 2.8% 하락하여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하락폭이 확대. 다만 핵심생산자물가는 0.4% 상승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디플레이션과 함께 불황국면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 물가지수연동채권 금리가 국채금리를 상회하여 시장의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나타냄. '일반국채 금리 - TIPS 금리'가 높으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한 것으로, 마이너스일 경우는 디플레이션 기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 특히 실물경기의 후퇴가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9월 이후 디플레이션기대가 급격히 확산. 기대 인플레이션(금리갭)은 2008년 7월 중 2.7%까지 상승했으나, 9월말 0.97%로 하락하고 10월 하순부터 마이너스로 진입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

FRB의 당면 과제는 가계 및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 경색 해소와 디플레이션 기대심리 형성의 차단. FRB가 금융기관에게 공급한 유동성이 금융권에만 머물고 가계와 기업등 실물부문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 2008년 9월부터 11월 26일까지 상업은행의 현금자산은 183.3%(5,459억 달러) 증가했지만 대출은 3.54%(2,459억 달러) 증가에 그침. 현금자산의 증가는 상업은행 전체 자산 증가분의 51.1%를 차지.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어 불황으로 이어질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형성되면 가계는 소비를 미래로 이연하여 현재소비가 더욱 감소하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 위축 → 실업 증가 →가계소득 감소 → 소비 위축'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deflation trap).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과 가계의 실질 부채부담이 증가하여 파산위험이 높아지며 금융기관의 손실위험도 증가(debt deflation trap)

금리가 제로 수준에 근접하여 통상적인 금리정책의 여지는 거의 소진. FRB가 통화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는 연방기금의 명목금리는 제로 수준에 근접하여 통화정책의 재량폭이 거의 소진된 상태. 12월 15~1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1%인연방기금금리를 0.5%p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가능. 버냉키 FRB 의장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가능하지만 통상적인 금리정책으로 경제를 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

'통상적이지 않은(nonconventional)' 통화정책 수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주장이 확산. 루비니 교수는 '스태그-디플레이션'을 회피하려면 非정통적인 정책(unorthodoxpolicies) 또는 미친 정책(crazy policies)이 필요하다고 주장. 금융기관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자, 차입자 등을 구제하기 위한 準재정정책과 함께 장단기금리의 격차나 단기금리와 장기시장금리의격차 해소를 위해서 기업어음, 주택저당대출 및 채권, 기타 자산담보부증권 등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 금융위기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음. 인플레이션은 가계 및 기업의 실질 부채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구조조정의 고통을 완화

FRB는 9월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

버냉키 FRB 의장은 금리정책 이외의 통화정책 수단 사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표명. 통상적인 금리정책은 명목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제약이있지만, FRB는 대안으로서 유동성 공급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확대 외에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으로 FRB가 장기국채나 공사채를 시장에서 매입하거나 금융기관이 아니라 특정 금융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 버냉키 FRB 의장은 FRB 이사로 재직 중이던 2004년에 이미 단기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일 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통화정책대안을 제시

① 투자자들에게 단기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것이 중요
②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의 구성을 바꿈으로써 금리 기간구조의변화를 유도
③ 단기 정책금리를 제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모 이상으로 통화량 공급을 확대(양적 완화)

FRB는 금융위기가 심화된 9월 이후 본격적으로 통화량 공급을 확대하는등 금리 이외의 정책 수단으로 정책방향을 전환. 본원통화는 2008년 1~8월 중 2.2% 증가에 그쳤으나 9월 7.3% 증가에이어 10월과 11월에는 각각 24.9%, 27.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 하지만 10~11월 중 본원통화 증가분의 대부분(95.6%)을 FRB가 준비자산으로 보유

기업의 유동성 경색 문제 해결을 위해 프라이머리 딜러의 기업 ABCP 매입자금을 지원하는 CPFF(CP Funding Facility)를 2008년 10월에 신설. 11월 25일에는 주택구매자, 소비자, 중소기업 등에 대한 신용공급을 위해 8천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국채 주택금융회사가 발행하거나 보증한 채무 매입에 6천억 달러를 투입 : 1천억 달러는 Fannie Mae, Freddie Mac 및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의 대출 매입에, 5천억 달러는 Fannie Mae, Freddie Mac 및Ginnie Mae가 발행한 모기지증권(MBS) 매입에 사용. 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를 통해 소비자신용 및 중소기업금융 지원을 위해 2천억 달러를 공급

3. 전망과 시사점

美FRB는 전방위적 통화정책을 전개할 전망

미 FRB는 금리뿐만 아니라 통화공급 및 신용공급 경로의 대체 등 다양한방법의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전망. 정책금리는 2009년 1/4분기 중 제로금리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음. 12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한 후 경기 추이에 따라 1~2차례 추가로금리를 인하하고, 이와 함께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도 가능. 예금금융기관 등에 대한 지속적 유동성 공급과 함께 실물경기 부양을 위한 별도의 신용공급도 확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신용경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므로 보다 직접적인 신용공급을 추진. 아울러 장기금리 및 시장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국채 매입 등의 시장개입도 본격화될 가능성

미 FRB의 양적완화정책은 2001~2006년에 있었던 일본의 양적완화정책과는 달리 목표시장을 직접 조준하는 형태로 전개될 전망.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은 시중은행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초점.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행(Bank of Japan) 당좌예금 잔액'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2001년 3월 3조 엔 → 2004년 30~35조 엔). 美FRB의 양적완화정책은 금융시장 전체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여非금융권으로 신용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목적. CPFF, TALF 등은 신용공급 마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신설한 수단.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경기부양효과도 강화될 전망.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은 금융시장 안정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경기부양효과는 미약했다는 평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병행할 필요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대안을 검토하여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질수록 금리의 정책적 효과는 약화. 정책금리가 이미 낮은 상황에서 미래의 기대 정책금리를 낮추려는 시도는 효과가 작으며,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해 미래 기대물가를 높이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발휘. 신용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움. 단기 정책금리 인하가 장기금리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신용스프레드 상승으로 회사채 등의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

선제 대응이 장기적으로 위기에 따른 경제 비용을 줄이는 방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의 부실위험 차단과 함께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것이 긴요. 신용경색은 과도한 구조조정(overkill)을 유발. 선제적 대응을 통해 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게 할 필요. 부실이 진행된 후에 사태를 수습하려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소요. 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여 통화정책의 효과를 극대화. 한국도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인 3%로 인하하여 저금리 국면에 진입. 장기 시장금리 안정과 과도한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CD, 은행채, 우량 회사채 등의 매입도 고려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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