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핵심쟁점은 '신의칙 인정 여부'..재계 '충격'..노조'자본 착복한 노동의 대가'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핵심쟁점은 '신의칙 인정 여부'..재계 '충격'..노조'자본 착복한 노동의 대가'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7.08.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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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동조합원에 대한 정기 상여금, 중식비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노조의 1조 926억원 통상임금 청구소송과 관련,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부장판사 권혁중) 재판 결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노조가 제기한 금액을 전액 인정하지 않는 대신 원금 3126억원과 지연이자 1097억원을 합한 4223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기아차는 즉각 항소할 뜻을 전하고 법원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차는 재판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일부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특히 이번 재판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항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아차는 1심을 앞두고 패소할 경우 3조원의 타격을 우려하면서 경영위기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을 편바 있다. 경영위기가 기아차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 그룹의 위기로 연쇄적으로 번져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기아 현대차등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반기 영업이익이 7868억원에 그쳐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터진 이번 판결은 분명 사측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재계역시 기아차 통상임금 재판을 주시하면서 파생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노사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우려를 표하고 “향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주길 바란다”라고 긴장된 목소리를 냈다.

상의는 이어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등 회원사가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보다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입장자료를 통해 "그간의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의 행정지침, 그리고 기아자동차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간 정부지침을 준수하고 노사간에 성실하게 임금협상에 임해 왔을 뿐만 아니라 상여금 지급규정을 수십년 전부터 인사기술적으로 일반적, 개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운영해온 기업이 오히려 통상임금 부담 판정을 받게 되어 해당기업은 2중 3중으로 억울한 입장에 있다."면서 "지금도 경쟁국에 비해 과다한 인건비로 경쟁력이 뒤쳐진 상황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추가적인 막대한 임금 부담은 회사의 현재 및 미래 경쟁력에 치명타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국내생산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조건과 경영 위기가 다른 완성차업체 및 협력업체로도 전이되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통상임금 이슈는 본질적으로 임금 항목의 포괄범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임금제도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 사안에 대한 사법적, 입법적, 행정적 결정이 노사간의 인건비 투쟁에서 어느 한편의 손을 드는 판정을 내리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임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30년 된 복잡다기한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새로운 선진형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제도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스럽다"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노조측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이날 재판부가 신의 성실 원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고무된 듯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사실은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기아차가 주장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금속노조의 성명을 인용 “이번 통상임금 소송분은 그동안 정부의 위법한 행정지침을 등에 업고 자본이 부당하게 착복한 노동의 대가”라며 “체불한 노동의 대가를 당장 지급하라”라고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영위기를 들먹이는 교섭 회피와 파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하라”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노조가 제안한 현대기아차그룹과 사회적 교섭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밝히며 현행법 준수와 판결 이행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기아차지부 역시 보도자료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은 통상임금 해결 방안을 즉각 제시하고 불법파견 비정규직, 일감몰아주기, 원하청 불공정거래, 하청업체 노사관계 지배개입 등 문제를 해결하는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사측은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안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계기로 미래지향 노사관계와 산업 평화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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