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문화 전쟁 시대, 번역은 그 출발”
“세계는 지금 문화 전쟁 시대, 번역은 그 출발”
  • 최은경 기자
  • 승인 2008.12.09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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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TV '세계로 가는 한국문학' 4부작
세계는 지금 문화 전쟁 시대, 번역은 그 출발이다.

이태리의 번역 마을, 벨기에의 번역자 생활 보조금, 일본의 국가적인 번역지원 정책, 프랑스의 번역가 포럼 지원 사업... 세계는 지금 ‘번역’을 화두로 술렁이고 있다. 가장 드러나는 가시적인 이익이 없음에도 왜 이들 국가들은 자국 문학의 번역에 총력을 기울여 번역자들을 지원하고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바로 문화 컨텐츠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컨텐츠를 가지고 2차, 3차 무한대로 가공할 수 있는 콘텐츠의 근간은 바로 문학이다. 자국 문학을 많이 알려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는 것, 그것은 저비용으로 가장 큰 효율을 내는 문화 산업의 출발점인 것이다. 양질의 번역으로 우리 문학을 알리는 일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왜 한국의 작가들은 노벨상 후보로만 그치고 마는가

자국 문학에 대한 자부심과 열렬한 사랑은 어느 나라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 위상은 번역의 규모와 역사, 노력에 따라 각기 다르다. 비영어권이라 소외되었다는 아시아에서 일본은 이미 2명, 중국 1명, 인도도 1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갖고 있는 상태. 그렇다면, 한국은 매번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왜 아직도 수상자를 내지 못하는 걸까? 그 해답은 바로 한국 문학을 잘 알고 사랑하는 외국어 번역자들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상을 수상했던 1960년대 당시 그의 작품은 세계 100여 개국 가까이 번역되어 출판된 상태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지목되는 고은 시인의 경우는 겨우 20여 개국에 불과하다.

총 네 작품, 8명의 원작자와 번역자가 조우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작가 고은, 박완서, 이문열, 황석영이 각각 이탈리아, 미국, 중국, 일본의 번역자들을 만나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서로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번역’이라는 화두를 통해 문학 작품이 세계와 어떻게 소통하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부.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스티븐 엡스타인(미국) 편


뉴질랜드인 엡스타인. 미국에서 한국 문학을 만나다.

20여 년 전. 하버드대학의 사회학 전공 학생이던 뉴질랜드 청년 스티븐 엡스타인은 한국 문학수업을 듣고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데 인디음악 매니아, 아마추어 다큐멘터리스트로, 사회학도로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부분을 탐구하던 그는 한국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텍스트로 문학을 지목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작가 박완서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엡스타인은 박완서의‘집보기는 그렇게 끝났다’를 혼자 번역해 평론과 함께 그녀에게 보내면서 박완서에게 자신을 알린다.

늦깎이 작가 박완서, 이국인을 사로잡다.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나목’으로 혜성처럼 데뷔해 30년 넘게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중 하나로 한국의 언어와 문학의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작가. 우리는 박완서에게 이런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거기에 이런 평가를 더했다. ‘비극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면서도 비극에 침몰되지 않았다. 흑백논리나 증오없이 담담하게 일제시대와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을 소시민의 입장에서 잘 그려낸다. 그리고 한국 사회를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바라보며 파헤치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세계로 가는 한국 문학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편에서 엡스타인의 눈과 입을 빌어 만나본다.

2부. 소설 ‘시인’ 이문열-한 메이(중국)

번역을 통해 중국과 한국의 다리가 되고 싶은 한메이

산둥대학의 한국고전문학 교수 한메이. 그녀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고 중국으로 돌아가 어린 학생들에게 한국문학을 알리는 한편, 이문열의 역사소설 <시인>의 번역을 계기로 새로운 꿈을 품는다. 한국의 우수한 문학을 중국에 소개하고, 더불어 중국인에게는 세계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면서 양국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소망하며 열심히 뛰고 있다.

전세계에 가장 많이 소개된 한국 작가, 이문열

1979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체계적으로 해외에 문학을 소개하고 있는 한국. 그동안 약 27개 언어권에서 약 920종의 작품이 해외에 출간되었다. 그 중 13개 언어권에서 44종의 작품이 번역된 작가가 바로 80년대 한국문학의 대표주자였던 이문열이다.

일년에 약 2천매, 한해 평균 두권 가량의 책을 80년대부터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는 그이지만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화제가 되어 오고 있다. 과연 그의 이야기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인정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글을 쓰기 전에 독자를 생각하고 해외 독자를 위해서는 이야기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작가 이문열의 글로벌적 사고방식을 <세계로 가는 한국 문학 - 시인>편에서 들어본다.

3부. 시집 ‘순간의 꽃’ 고은-빈센차 두르소(이탈리아)

이탈리아, 한국 문학에 열광하다.

이탈리아가 한국 문학에 술렁이고 있다. 밀라노의 한 대형서점에서 만난 여성독자는 고은 시를 읽고 감탄을 표현했다. 동양학으로 유명한 베네치아대학의 학생들은 한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는가 하면, 번역문학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출판업계에서는 특히 한국 작가들에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인과 성향이 닮아 있다는 이탈리아인들. 그들이 이렇게 한국문학에 뜨거운 호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아 이탈리아로 떠났다.

10년을 이어온 한국시 사랑, 빈센차 두루소

20대의 젊음을 오직‘한국사랑’에 쏟아 부은 이탈리아의 번역가 빈센차 두르소. 그녀가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시인 고은의 <순간의 꽃>을 번역 출간하면서 이탈리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녀의 고향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포르미아에서는 고은 시인을 명예시민으로 임명하였으며 매일 밤 잠들기 전 고은의 시를 읽는다는 열혈 팬도 생겨났다. 게다가 2006년 포르미아를 방문했던 시인 고은을 추억하며 그의 시를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로 들어보는 낭송 공연까지 펼쳤다.

이탈리아의 한국통으로 불리는 빈센차 두르소의 한국시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이탈리아인들이 말하는 시인 고은, 그의 시에 대한 평가를 들어본다.

4부. 소설 ‘오래된 정원’ 황석영 - 아오야기 유우코(일본)

번역자 아오야기 유우코를 일본으로 찾아가다.

오래된 정원의 번역자 아오야기 유우코. 그녀는 일본 센다이의 코리아문고에서 한국어와 문학강좌를 운영하는 한국문화의 전도사이고, 그녀의 남편 역시 한국에 조예가 깊은 역사학자이다. 한국에서 오랜 교수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돌아간 그녀는 한국번역문학원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받는다.

일본에서 만나는 번역자 유우코의 한국문학 사랑과 그녀가 주도하는 코리아문고 회원들이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에 보내는 찬사에 대해 들어본다.

회원 중에는 자신이 끝까지 읽은 유일한 소설이라는 고백까지 있었는데 낯선 장소에서 생소한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 왜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고 아파했을까.

아름다운 일본어를 읽었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 독일에서, 일본에서 번역되는 국가마 다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에서는 3쇄, 일본에서는 초판 3천부가 모두 매진되고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자국의 노벨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의 신작도 초판 2천부를 소화하기 힘든 현재 일본순수문학 시장에서는 엄청난 성과이다.

이 성공에는 원작이 지닌 힘과 함께 번역자인 아오야기 유우코의 능력이 컸다. 일본에서 오래된 정원이 출판된 뒤 일본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이토 나리코라는 문학 평론가가 황석영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아름다운 일본어를 읽었다”

하나의 작품을 다른 언어로 이어주면서 공감의 폭을 넓히는 번역이라는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번역자와 원작자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5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지 <세계로 가는 한국 문학-오래된 정원> 편에서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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