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 유출 사고 후 1년…갈 길이 멀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후 1년…갈 길이 멀다
  • 최은경 기자
  • 승인 2008.12.08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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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복원,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10km 해상에서 일어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가 어제로 꼭 1년이 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나마 현지 주민들의 필사적인 복구 노력과 122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 땀 덕분에 눈에 보이는 검은 재앙은 어느 정도 걷어낸 듯 보인다.또 1주년을 맞아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각종 포럼회, 주민 위로행사, 자원봉사자 기념행사 등도 치러졌다. 그러나 죽어가는 바다와 갯벌의 생태계들, 그 생명들과 더불어 삶을 이어온 주민들은 여전히 바위틈과 모래 밑의 타르 찌꺼기들과 싸우며, 끝나지 않은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넓이로나 깊이로나 지구상의 그 어느 곳과 비교도 안 되는 바다 밑 오염을 정화하고 회복시키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까?

바다의 유류오염 사고는 그 피해가 인간과 환경에 끼칠 영향과 복원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치밀하고 장기적인 복원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고 현장인 서해의 태안지역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조간대 지역으로 오염물질이 퇴적되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르찌꺼기들이 밀물 때 해안에 쌓인 뒤, 다음 밀물에 들어오는 모래 속에 파묻혀 연안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퇴적층으로 스며든 지꺼기들은 퇴적물의 서식지와 미생물분해 기능을 파괴하거나, 유막 형성으로 생물들의 질식을 유발하고 저서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등 생태계 회복과정을 방해하게 된다. 더불어 갯벌에 남은 유물질을 작은 미생물들이 섭취하면 먹이사슬에 의한 ‘연쇄 농축’이 이뤄지고, 결국 해양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곳만이 아닌, 지금의 마무리 방제활동이 이후 생태계복원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치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태안이 제 모습을 찾았다고 떠들어대고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관심이 일시적/ 유동적일 경우, 마무리 방제활동은 물론, 생태계의 복원과 회복 노력은 단기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럴수록 주민들과 생태계의 제자리 찾기는 영영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복원이 시급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정부의 환경복원에 대한 미온적 대책과 무책임한 태도도 시커멓게 멍든 주민들의 마음과 서해의 생태계에 또다시 생채기를 내는 것이다.

물론, 졸지에 생업을 잃은 주민들에게 보상은 시급하고 적절하게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서해안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어업 등 연안의 직접 이용률이 높고, 주요 관광지로서 바다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살아온 피해주민들에게 눈가리기식 일시적보상이 아닌, 자연환경의 복구를 통한 삶의 터전을 다시 찾아주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환실련 이경율 회장은 지난 11월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과에서 개최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 관련 특별해양환경복원계획수립 회의를 통해, 이와 같은 복원활동을 역설하며, "눈에 보이는 곳만을 닦았다고 방제 종료를 선언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도 어느 곳이든 들어가 삽으로 갯벌을 파헤쳐 봐라. 곳곳에서 뿌연 기름막이 떠오른다. 지천이던 주꾸미·꽃게가 사라지고, 바다의 난폭자 불가사리만 득실댄다. 굴과 조개 양식장은 앞으로 20년이 지나야 사고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다."라는 현재 피해지역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더불어 "현재 환경피해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 복원방법에 대한 계획 시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라는 탁상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복원을 다시한번 촉구하였다.

향후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과 NGO, 전문가가 함께 수년간 퇴적층과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이들이 태안이 가진 환경적 가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주체로서 성장하여 환경보존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될 경우, 중장기적인 복원은 더욱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기름오염 사고가 자연생태계에 입힌 손상·손실에 대해 원상회복, 복구, 대체 등에 필요한 기간, 비용, 지원 방안이 시급히 시행되어야 한다. 복구 현장을 찾았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잇는 다음 바통은 자연생태계의 복원과 이를 통한 주민들의 삶의 회복이며, 이것만이 기름띠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우리의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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