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노믹스, 일회성 아닌 일관된 정책 될수도..LG경제연구원
트럼프 노믹스, 일회성 아닌 일관된 정책 될수도..LG경제연구원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7.02.14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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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믹스로 대변되는 미국 불확실성이 유럽 및 아시아등 세계 각국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경제정책 방향이 단순히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상당한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행보를 기존 경제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하며 비판하기보다는 ‘트럼프노믹스’, 즉 그들의 가치관과 현재 미국경제 상황에 대한 트럼프 경제팀 나름의 인식이나 가정들을 인정하고 그 틀 안에서 유효성 여부, 영향 등을 판단하는 것이 예측의 일관성이나 정확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사진출처:미국대통령 트럼프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트럼프노믹스, 즉 트럼프의 경제논리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익을 모든 판단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사안에 따라 다양한 정책들을 동원한다. 또한, 미국의 경쟁력 향상보다는 오히려 자급경제(autarky economy)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급주의 경제학을 바탕에 깔고 케인즈식 수요 정책을 내놓는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한다는 중상주의 사고를 드러내기도 한다. 대외경제정책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불공정 경쟁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힘도 아끼지 않고, 자국 기업 중심의 경제를 추구한다.

일자리와 성장을 위해서라면 감세나 규제 완화와 같은 전통적인 정책 수단 외에 보호무역 조치, 환율 압박 등도 얼마든지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갖고 있기에, 자급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으며, 미국과 경쟁국 간 교역에 ‘불공정’ 문제가 상당하다면서 일방적인 보호무역 조치에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다.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 이외의 대체 시장을 찾기 어려운 해외 업체들이 비용 요인 흡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별 문제가 아니라고 미룬다. 노동시장 상황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리쇼어링 등으로 투자가 급증해 구인난이 발생하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경제 처방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미국의 힘’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에게 전가시킨다.

트럼프노믹스의 확산은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구개발, 제조, 마케팅 등 가치사슬별 부가가치는 제조 단계인 가운데가 낮고 연구개발, 마케팅 단계인 좌우가 높은 모습을 보인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현실화되려면 이 스마일 커브의 수평화가 필수적이다. 전통 제조업 근로자들에게 높은 임금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운데 부분 제조 영역의 부가가치가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과 세계화 등으로 한껏 치솟았던 스마일커브의 양 끝이 다시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역장벽 제고, 국경세 부과에 이어 TPP 탈퇴와 NAFTA 재협상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의 시도라 할 수 있다.

국제무역 질서는 ‘다자협상 시대에서 양자협상 시대로의 회귀’와 함께 미국 기준의 ‘공정성(fairness)을 앞세운 선별적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한’ 자유무역에 대한 강조가 다른 나라들의 보호무역주의 합류를 재촉해 세계교역 둔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 등 다자협상 체제가 갖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현재 트럼프 내각에 참여하는 인물들 중에도 TPP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 TPP 2.0이나 ‘믿을만한’ 국가들 중심의 다자간 FTA가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해외직접투자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의 생산지 해외 이전(offshoring)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회귀와 잔류를 유도하기 위한 무역 보복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할 뿐 아니라, 조립 및 부품공장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한 글로벌 가치사슬과 공급망을 미국 안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미국 제조업의 스마일 커브를 평평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겠지만, 제조업과 공급망의 경쟁력은 부품 인프라, 숙련인력, 임금경쟁력, 교육시스템 등 전반적인 제조 생태계의 수준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이런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같은 국제무역과 투자질서의 변화는 주변국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장 우려되는 것은 보호무역의 확산과 근린궁핍화의 일상화가 초래할 글로벌 교역의 위축이다.

단기적으로는 멕시코나 중국처럼 미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먼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장비 국산화, 노동력 투입의 효율화, 적극적인 산업정책 등을 통해 자국의 부가가치 기여도를 계속 높여온 중국과 달리, 대미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데다 특정 품목 중심으로 수출구조가 단순화된 멕시코가 받게 될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멕시코를 우회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역시 직간접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과 멕시코의 대미 최종재 수출에 내재된 한국의 부가가치는 2014년 기준으로 각각 34억, 22억 달러인 반면, 우회수출에 의한 ‘부가가치 수혜율’은 각각 2.0%, 15.9%로 멕시코의 대미수출에 의한 한국의 ‘부가가치 수혜율’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중국과 멕시코에 같은 액수를 수출하는 경우, 멕시코를 통해 입게 될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전제로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주어진 옵션은 많지 않다. 일차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각 기업들의 상황에 따라 ‘피해 최소화’ 관점에서 수용하면서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독일과 중국의 산업·기술 협력 확대, 유럽과 아시아의 국제적 연대 강화 등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트럼프노믹스의 지속가능성이다. 일정 기간, 혹은 특정 조건 하에서 반짝 성과만을 보이다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세계경제의 새로운 규범(new normal)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인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완전히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트럼프노믹스의 지속가능성"이라면서 "일정 기간, 혹은 특정 조건 하에서 반짝 성과만을 보이다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세계경제의 새로운 규범(new normal)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인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완전히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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