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컬럼 독일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독일에서 집 구하기 (Die Wohnung in Berlin)"
[지명 컬럼 독일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독일에서 집 구하기 (Die Wohnung in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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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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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면 제일 먼저 알아보는 것이 기거할 수 있는 집일 것이다. 처음 베를린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구해야만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집은 자가나 전세가 대부분이라 처음엔 월세라는 개념이 잘 들어오질 않았다. 독일에 거주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처음 집을 구하러 갔을 때는 벼룩시장 같은 신문에 집 구하는 기사를 보고 못하는 독일어로 무작정 찾아갔다. 당시 월세의 조건은 3개월 월세를 보증금(Kaution)으로 내고 한 달에 약 500마르크(30만 원 정도)를 내면 방이 1~2개짜리 작은 집을 구할 수가 있었다. 물론 나중엔 더 싼 집도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처음 타지에 구한 집에 혼자 산다는 기대감에 마냥 신이 났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이후 기숙사에서도 살아보고 독일에서 비싼 집의 대명사인 맨 위층 (Dachgeschoss)집도 살아보고, 독일 사람들과 같이 모여서도(Wohn-Gemeinschaft) 살아보고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이유는 전공이 건물공학이라서 여러 건물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 결과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인테리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독일에서 집구하기

처음 집을 구하러 갈 때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갔었다. 그러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집을 구하러 갈 때는 말끔한 정장을 하고 갔다. 집주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학들에게 충고하자면 외국에서 집을 구할 때는 가능하면 정장을 권하고 싶다. 열번 볼 집을 몇번 만에 끝내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 번 이사를 다니다 보니 독일에서 특히 집을 구할 때 주의 하여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적어 본다.

1. 계약서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

집주인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가보면 벌써 몇 팀이 같이 집을 보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인이 집을 계약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럴 때 위에 언급한 정장 차림의 말끔한 모습은 계약서를 먼저 쓰게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2. 나갈 때는 반드시 원상 복구를 해야 한다.

독일에는 벽지를 바른 집을 보기가 어렵다. 대부분 페인트인데 이사 가기 전 반드시 들어올 때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페인트를 너무 많이 칠해서인지 현재 웬만한 페인트는 혼자 칠할 정도로 페인트칠을 많이 해 봤을 정도이니..

3.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은 '열쇠'...열쇠보험도 있다

독일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열쇠 지키기다.  대부분 집들이 공동주택이므로 열쇠 하나로 출입구 문부터 공용지하실, 현관문까지 열쇠 하나로 전부 열수 있다. 그래서 이 열쇠에는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고 복사가 불가능하다. 복사를 하려면 관리인(Haus Meister)의 허락을 받아서 공장에 주문을 해야 한다.

이 열쇠 때문에 아주 큰 낭패를 본 기억이 있다. 한번은 학교에서 동료들과 농구를 격하게 하고 집으로 돌아와 열쇠를 찾았는데 없었다. 관리인에게 물어 보니 잃어버리면 공동 주택 전체의 열쇠를 바꾸어 주어야 하는데 견적이 무려 2만 마르크 (한화 약 1천만 원)가 나온 다고 했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뒤도 안돌아 보고 학교 운동장에서 몇 시간을 헤맨 결과 간신히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혹시 독일로 유학을 가시는 분들은 정말로 조심하여야 한다. 잃어버릴 자신이 없으면 꼭 열쇠 보험 (Schlussel versicherung)을 들길 권한다. 오죽하면 열쇠 보험이 다 있을까!

베를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집세나 생활비가 저렴한 편이다. 요즘에는 집세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래도 꽤 살만하다. 당시 평균 한 달에 관리비와 월세 포함해서 800마르크(48만원)를 내고 , 전기세 7만 원 정도, 전화비 3만 원 정도를 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 조금 더 나올 듯하다. 특이하게도 관리비에는 난방비와 수도세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게 고정금액이 아니라 연말에 새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자신이 낸 관리비보다 적게 썼으면 연말에 어느 정도 돌려받는 것이고, 많이 썼으면 더 내야 되는 방식이다. 대신 건물 청소나 기타 관리비는 고정금액이다.

사회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독일답게 월세 입주자라도 쫓겨날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계약서에도 적혀 있는 내용 중 기본적으로 계약기간은 무제한이다. "최소 몇 년 살아야한다" 라는 항목은 있지만, "몇 년 후에는 재계약하거나 나가야 한다."라는 내용은 없다. 집주인의 가족이나 친척이 와서 거주할 목적이 아니라면 입주자를 내쫓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월세 상승률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매년 최대 몇% 까지만 올릴 수 있다"라고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월세폭등의 걱정도 없다.

대신 입주자를 내쫓거나 월세를 올리기 힘든 만큼, 집주인들이 입주자를 고를 때도 매우 까다롭다.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지, 범죄자는 아닌지, 외국인인 경우 영어나 독일어를 할 수 있는지, 비자 등의 서류는 제대로 갖춰놨는지, 애완동물이 있는지, 신용평가기록은 어떤지 자세하게 살펴본다. 집주인과의 인터뷰 때 이런 증명서류들을 가지고 가야한다. 그리고 성격적으로도 집주인이랑 맞지 않으면 집주인이 거부할 수도 있다.


내가 사는 행복의 공간

“집”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재테크? 대출이자?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
전세제도 라는 것을 외국인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려면 정말 많은 사회적 시대적 설명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없는 시스템이니 이해하기도 어렵겠지만 말이다. 많은 건축과 인테리어 일을 하는 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주거에 대한 생각과 원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에 대해 논의 하곤 한다. 대부분 공동 주택 생활을 하다 보니 월세보다는 전세, 전세보다는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하신 클라이언트를 많이 보았다. 그 공간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라면서..

대부분의 유럽 친구들은 월세로 살고 있고, 몇 개월간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몇 개월간 여행을 간다. 그들에겐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사회 안전 보장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어 마음 편히 사는 것 같다. 부러울 따름이다.

■  지 명 필자 소개

-언북중 1회 동문회 부회장
-서울고 40회졸
-TU Berlin Gebaudetechnik (베를린공대 건축설비학) 수료
-TU Berlin 총동문회 총무
-(주)우리와 이사
-(현)디자인 살리고 및 살리고 퍼니쳐 COO (Chief Operating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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