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학생이 던진 느림의 미학.. 나동진 "더 나음으로 가는 성장의 연속선" 신간 화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던진 느림의 미학.. 나동진 "더 나음으로 가는 성장의 연속선" 신간 화제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6.07.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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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느린 것에 대해서는 유독 눈길이 한 번 더 가곤 한다. 크고 빠른 것이 추앙받는 세태에 조금은 남다른 어른인척 하고 싶은 걸까? 그냥 이유도 없이 작고 느린 것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현재.

나동진 작가의 『더 나음 The Slower The Better』이 와닿는 이유다.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 청소년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어른들이 쓴 책은 세상에 참 많지만. 이 책을 쓴 작가, 나동진은 중학교 1학년이다. 그는 어른이 청소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되길 바라며 썼다고 말한다. 청소년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썼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웁다.

▲ 느리지만 안정적인 성격을 지닌 주인공이 꼼꼼하게 무선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집중력과 세밀한 무선조종 능력이 뛰어나 빠른  경주 기록으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언제나 우승을 한다.

저자는 "경청이야말로 청소년을 이해하는 핵심인데, 들어 주려해도 정작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 애를 먹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욕구가 있는데 다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또래 친구들에게만 마음의 문을 열기 때문에 어른인 우리들은 다가가기 힘든 것"이라고 말한다.

나동진 학생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오랜 가정불화를 겪은 끝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어졌고, 느리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던 상처가 작품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느림은 순간이 아닌 연속이라고 믿는 저자의 철학은 느림이 곧 시간이 필요한 성장의 연속선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금 느리다고 꾸중하거나 비난하면 안 되는 이유이며, 성장하는 과정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어야 하는 때에 오히려 다그치는 어른들이 많은 자화상을 꼬집고 있다. 지금 느리더라도 자세히 보면 쉼 없이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조바심을 버리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어른들에게 전하고 있다.

▲ 여행과 독서가 일상인 배우 이영하씨는 중학생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썼다는 사실에 나동진 작가를 대견스러워했다. 가족 모두 작가임에 놀라워하며 도서출판 가현정북스 대표 가현정 작가에게 덕담을 건넸다. 나동진 작가는 가현정 작가의 외동아들이며, 그림을 그려준 오병철 작가는 남편이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새로운 작품을 탄생하게 한 셈이다.

느리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혼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던 주인공이 RC카(무선모형자동차)경주대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우승을 한다. 그것도 국내대회가 아닌 아시아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챔피언이 된 것. 느리지만 꼼꼼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에게 모형자동차를 직접 조립하는 것과 세밀하게 무선 조종하는 일이 딱 맞았고 이를 통해 반전의 드라마를 제공한다.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새 희망을 품게 해준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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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책 중에 『더 나음 The Slower The Better』이 유난히 반짝이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중학생 아들이 글을 쓰고, 아빠는 바쁜 농사일에도 휴식을 포기하고 매일 저녁 그림을 그렸다. 아들을 응원하는 애틋한 부정을 담아서... 이 글을 쓴 나동진 작가와 그림을 그린 오병철 작가는 새롭게 맺어진 부자지간이다. 중학생 특유의 냉소가 주는 통쾌함과 서정적인 그림이 주는 포근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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