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인 근로자성 인정 경우 경제적 손실 초래..한국경제연구원
채권추심인 근로자성 인정 경우 경제적 손실 초래..한국경제연구원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6.05.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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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추심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경우 관련 산업 위축 등 경제적 손실이 초래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6일(목) 오후 2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룸에서 ‘위임직 채권추심인의 노동법상 지위를 둘러싼 쟁점’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1일‘채권추심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위임직 채권추심인이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인지 위임계약에 근거한 독립사업자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발표자로 나선 우광호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위임직 채권추심업무의 장점은 다른 업무에 비해 노력에 대한 보상이 보장돼 있고 정년이 없다는 점인데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이런 장점은 사라지고 관련 산업 위축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4년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채권추심인에게 지급되고 있는 연간수수료는 평균 2330만 원이다. 반면 2016년 4월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노동사회법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직 추심인들에게 고정급여로 받을 경우 희망하는 금액 수준을 물은 결과 연간 평균 4973만 원이라고 답했다. 이들에게 연간 4973만원의 정액급여를 지급할 경우, 연간 약 4164억 원의 직접노동비용(추정치)이 추가 발생하고, 여기에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각종 간접비용까지 감안하면 그 비용은 5952억 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채권추심인을 근로자로 인정해 이들의 정액급여 수준을 현재 신용조사 등 채권추심 관련 산업 평균 연봉 수준인 2760만 원까지 올리는 경우 산업 손실까지 초래된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변양규 한경연 노동T/F팀장은 “현재 수수료 소득이 기준으로 삼은 2760만원보다 높은 채권추심인의 경우 다른 업계로 이직이 예상된다”며, “이들의 이탈로 채권추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추심을 하지 못하는 채권 규모가 연간 약 6조 3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또 “이렇게 추심산업이 위축될 경우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는 약 5조 4천억 원 감소하고,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국내총생산은 5500억 원이 줄며 투자도 최대 1조 5천억 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성 판단 시 위임계약 선택한 채권추심업인의 자율 의사 존중해야

근로자성 여부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과거 대법원 판례에서는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그 계약의 ‘실질’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해당 판례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만으로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먼저 계약의 형식이 무엇인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당사자가 근로계약과 위탁·도급 등 계약 형태의 유·불리를 비교한 후 자발적으로 취사선택한 경우라면 자율적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교수는 기존 판례에서 채권추심인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신용정보 사건(대법원 2016.4.15.,선고 2015다252891 판결)의 경우 1심과 대법원 판결에서 채권추심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반면 2심에서는 위임계약으로 판결했다. 그는 “2심의 경우 관리·감독이 불가피한 채권추심업의 업무특성을 감안한데 반해, 1심과 대법원 판결은 이를 고려하지 않는 등 판결 기준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유사한 신용정보 사건 판례(대법원 2015.9.10.,선고 2013다 40612판결)의 경우 1심과 대법원판결에서 채권추심인이 위임계약으로 판단되는 등 동일한 내용에 대해 판결이 엇갈린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경제적 종속성 기준 적용으로 근로자성 확대 경향 커져… 법적 안정성 저하 우려

한편 박지순 고려대학교 교수는 “근로자성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기준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자신의 노동력을 맡긴다는 의미인 인적 종속성”이라며, “최근 부차적인 징표인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적용여부와 같은 경제적 종속성을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확대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단순히 경제적 종속성을 기준으로 노동법의 보호대상을 확대할 경우 노동법 체계의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경우 1998년 자영업자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근로자 판단기준을 인적 종속성 중심에서 경제적 종속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지만 노동시장 활력 저하와 재정부담 확대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시행 직후 즉시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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