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 '늪지형'.. "심각한 충격 없으나 경기 가라앉아"
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 '늪지형'.. "심각한 충격 없으나 경기 가라앉아"
  • 이원섭 기자
  • 승인 2016.05.1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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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데일리경제]최근 우리 경제의 불황국면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로 경제 외적인 대규모의 충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역동성이 고갈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엷어지고 있는 특성을 띄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불황기 특징'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현 경기 국면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불황에 대응하는 경제정책의 방향과 강도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먼저 현 불황기의 다섯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최근 경기 불황의 특징으로 글로벌 경제의 회복 지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점점 긍정적인 경기 신호가 소멸되는 ‘늪지형’ 불황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사이클은 저점 부근에서의 형태에 따라 ‘계곡형(V자형)’, ‘U자형(L자형)’, ‘늪지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늪지형이란 심각한 어려움은 없으나 경제가 늪에 빠지는 것처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침체의 강도가 누적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금융위기(2008년)와 재정위기(201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경기 흐름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단정했다. 전반적인 생산의 활동성이 조금씩 약화되면서 점차 불황의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를 기록한 이후 2%대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4년 3.3%로 잠시 반등하기도 하였으나 2015년에 다시 2%대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또한 한국 경제의 경기 선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경기에서도 이러한 ‘늪지형’ 불황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생산증가율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지는 가운데 그 추세 자체가 우하향(右下向)을 지속중이다.

다음으로 경기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멀티딥형’ 불황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렸다. 경기 저점의 개수를 기준으로 ‘일반형’, ‘더블딥(double-dip)’, ‘멀티딥(multi-dip)’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경기 저점 부근의 모습은 경기 저점(경기 하강에서 상승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한 개가 형성된다.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거나 경기 반등 시점에서 또 다른 부(負, -)의 경제 충격이 발생하게 되면 다수의 경기 저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는 경기 저점이 세 개 이상인 ‘멀티딥(multi-dip)’의 과정상에 위치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한다. 실제 GDP갭률의 추이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값을 가지는 국면이 세 번 발생하고 있다. 또한 동행지수(순환변동치) 상으로 기준치 100을 크게 하회하지 않는 폭을 가진 침체 국면이 발견되고 있다.

부(負, -)의 수요 충격이 원인이 되는 ‘수요충격형’ 불황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불황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수요충격형’과 ‘공급충격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 중에서 현재의 불황은 장기간 경기 회복 지연과 성장 견인 부문 부재에 따른 ‘소득 환류의 단절’과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악화’가 발생하는 부(負, -)의 수요 충격(demand shock)형으로 판단된다. 제조업에 국한하여 살펴보면 출하(수요)가 부족하여 재고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시장수요 부진의 모습이 발견된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2011년 1분기에 81.3%에서 5년 동안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2016년 1분기에 73.6%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으로 전방위형 불황이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제조업(수출)에서 서비스업(내수)로 불황이 파급되어 대부분 부문들이 침체를 경험하는 현상을 띄고 있다. 경제가 불황기 진입하였더라도 일반적으로는 호황을 보이는 부문이 존재하면서 경제 전반의 침체 폭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내수(서비스업) 부문은 어려웠으나 수출(제조업) 부문은 환율 상승 등으로 호조를 보였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서비스업의 생산 증가율도 하락 추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제조업 내 수출 및 내수 출하 증가율이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 수출시장의 부진이 내수시장으로 전이되었다고 생각된다.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민간 부문의 방어력이 크게 약화되는 ‘자생력 부족형’불황도 한국경제를 늪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특징적인 모습으로 민간 부문이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공공 부문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민간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01~2008년 분기 평균 3.9%p에서 2011~2015년 평균 2.5%p로 하락하였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1.7%p로 크게 낮아지는 모습이다. 이는 만약 공공 부문(국민계정 상의 정부소비와 정부투자의 직접적인 지출)의 경기 안정화 노력이 없었다면 2015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쳤을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미시적인 지표를 보면 최근에 들어 민간소비가 낮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소비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의 위축을 크게 보완하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상초유의 ‘늪지형’ 불황 탈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경기 선도 주력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의 정립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해야 한다. 둘째, 실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과 무리 없는 산업합리화 정책 추진을 통해 민간 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셋째, 금리인하 및 추경편성의 정책조합(policy mix)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총수요 확대 정책이 요구된다. 넷째, 민·관의 공조를 통한 수출 증대 노력과 서비스업 육성 추진의 가속화를 통해 대내외 시장수요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다섯째, 공공 부문의 지출 확대와 더불어 민간의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 미시적인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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