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종, 정유 유화 업종은 '맑고', 조선업종은 '먹구름'
올해 건설업종, 정유 유화 업종은 '맑고', 조선업종은 '먹구름'
  • 배서영 기자
  • 승인 2016.01.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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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10여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6년 산업기상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택경기를 중심으로 지난해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건설 업종, 저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돼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는 정유·유화 업종에는 따뜻한 햇볕이 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제조업에 거세게 불어오는 차이나 한파로 전자·IT,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는 ‘흐림’, 조선 업종은 차가운 ‘눈’이 내려 국내 산업 수은주는 떨어질 전망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작년 한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던 건설업종은 그 호조세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올해 건설수주 전망치는 123조원으로 지난해(140조원), 2007년(128조원)에 이어 역대 3번째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작년 하반기 시작된 부동산 호조세가 주택경기를 중심으로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여기에 이란 제재 해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공식출범으로 해외건설도 청신호”라고 밝혔다. 다만, 상반기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심사 강화, 대량공급된 아파트 분양물량 등 부정적 요인도 존재한다.

정유, 유화업종도 ‘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저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자 석유화학 업계는 천연·셰일가스(미국)나 석탄(중국)을 주원료로 하는 경쟁국에 비해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저유가에 석유제품 수요가 견고한 상황이다. 정제마진만 봐도 배럴당 3달러선(작년초)에서 8.7달러(작년 12월)까지 뛰어올랐다. 다만, 중국경제 둔화로 인한 차이나 한파와 공급과잉(테레프탈산, 카프로락탐) 등 업계의 근본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인수·합병이나 고부가가치화 등 성장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유 뿐 아니라 중국의 제조업 ‘굴기’가 진행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입지가 중국에 크게 위협받는 한 해도 될 수 있다고 대한상의는 전망했다.

‘좁쌀의 공습’(중국 샤오미(小米, 좁쌀)가 한국 스마트폰 위협)으로 대변되는 전자·IT 업종은 대표적인 ‘흐림’업종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이 5년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7.4%)대로 떨어질 전망이고, 중국의 공격적인 생산과 투자도 큰 부담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1년새 평균가격이 30%나 떨어졌고, TV 역시 같은 이유로 수출시장에서 평균 40%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다만, 업계는 브라질 올림픽 특수와 대형TV 같은 프리미엄 가전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중간 ‘제살깎기’식 경쟁이 지속되는 철강도 ‘흐림’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이 어렵자 과잉생산된 물량을 지난해보다 29% 싼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산 점유율이 40%에 이르는 상황이다. 다만, 견조한 건설경기에 따른 철근수요 증가세와 올해부터 공공건설에 시행될 ‘자국산 우선 구매제도’는 침체된 철강산업에 단비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로 매출감소를 겪는 자동차 업종도 ‘흐림’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사상최대치(180만대)를 기록했던 내수판매는 올해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토막 났던 러시아(-64.8%), 브라질(-56.4%), 중국(-47.6%) 등 신흥국 수출도 통화약세로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진 친환경차(현대 아이오닉, 기아 니로) 등 신차출시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기 둔화에 엔저까지 겹친 기계업종도 ‘흐림’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북미지역에서 예상외 호실적을 거뒀던 기계는 올해도 중국 부동산경기 침체와 중국, 일본과의 경쟁 격화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50%를 육박했던(2000년대 중반) 우리기업 점유율이 지난해 10%를 밑돈 반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들은 사상처음 30%를 넘었다. 업계는 저유가에 따라 EU경제 등 글로벌 소비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섬유·의류 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생산과 수출은 각각 0.4%,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업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의 수급이 좋지 않은데, 중국경기 둔화로 수요가 크게 감소한 반면 중국과 인도의 생산증대로 30% 이상의 과잉공급이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미 FTA 5년차로 관세가 철폐된다(2%→0%)는 점이 업계에 긍정적 요인이다.

사상초유의 어닝쇼크를 겪은 조선 업종은 저유가로 신규발주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며 ‘눈’으로 예보됐다.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영업손실이 8조원에 달하고, 설비과잉과 저유가로 올해 수주량도 전년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돼야 해양플랜트의 의미있는 수요개선이 나타나는데 현재 그 절반인 30달러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일본의 기술력에 맞서 고부가가치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 설계력 부족, 기자재 국산화율(20~30%) 저조 등으로 잦은 설계변경과 공기 지연이 나타나며 우리 조선업계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중국이 차이나 인사이드로 주요 제조업을 자급자족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내 초과공급물량을 낮은 가격으로 수출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선제적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경쟁제품의 차별화와 고품질 소비재 수출로 차이나 한파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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