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근칼럼 길이야기12]히든 챔피언! 독일은 살아있다.
[김홍근칼럼 길이야기12]히든 챔피언! 독일은 살아있다.
  • 김홍근
  • 승인 2015.10.17 2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늘 같은 품질과 다른 생각이 경쟁력이다.

 

1996년 헤르만 지몬 교수는 독일경제력의 원천을 다룬 저서 ‘히든 챔피언’을 출간하여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히든 챔피언이란 자기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30% 이상이고, 3위 이내인 기업으로 연 매출 8조 원 이하의 세계적인 기업을 일컫는다. 이러한 기업이 22개국에 2.800여 개가 있다. 여기에 독일은 1.300개가 넘는 히든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은 366개에 불과하다. 한국은 중국의 1/3인 23개로 14번째에 그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은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법으로 성장하려 한다. 그러나 히든 챔피언들은 단기적 투자가치에 치중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한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특정 분야나, 생활용품 분야를 연구하여 독보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수요는 많지 않지만, 누군가 꼭 만들어야 하는 제품을 확실한 품질로 틈새를 노려 세계 시장으로 넓혀 나간다. 또한, 각국에 지사를 두고 그 나라 문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의 충성도(Loyalty)를 끌어 올린다.

특히 독일은 독특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히든 챔피언을 많이 만들고 있다. 세계최초의 참나무통 세탁기를 발명한 밀레의 역사를 보면, 1899년 밀레와 진칸이 크림 분리기를 만들었는데, 밀레(家)는 기술을 담당하고, 진칸(家)은 마케팅을 담당하며 그 전통을 116년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에 이르자 자전거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지만, 처음 발명한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다시 설정하고,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전의 세계시장을 평정했다.

 

우리나라도 한 분야만 고집하면서 기술에 집중한 히든 챔피언이 제법 있다. 그중 1971년 모터사이클 헬멧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30년 만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H 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15%가 넘는 초우량기업이다. 이 기업은 한국과 북한의 개성공단, 중국, 베트남, 프랑스 등으로 현지화 되어있다. 이런 히든 챔피언의 공통점은 글로벌 브랜드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동력은 늘 같은 품질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데 있다.

 

#. 세계적인 경쟁력은 히든 챔피언!

 

현재 우리나라 연구개발(R&D) 비용은 대부분이 대기업 지원에 집중되어 있고, 중소기업 구조 또한 대기업 하청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탈피하고자 정부는 강소기업 육성에 8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런데도 강소기업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은 70개를 넘지 못한다. 독일이 중소기업 육성에 18조를 쏟아 붓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 새 발의 피인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지원금 규모뿐만 아니라, 히든 챔피언과 강소기업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강소기업의 기준은 시장점유율 1위, 국내 1호 업체, 독보적 기술, 세계최초 기술 등 매우 모호하다. 정부지원 기준은 구체적이며, 객관성을 유지해야 신뢰를 가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있느냐가 근본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 경쟁력은 시류에 편승하는 업종보다, 원천기술과 본질을 파악 할 줄 아는 기업가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었을 때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 ‘규모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강소기업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또 하나는 세계적인 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특징을 보면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세계화를 한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래야만이 전문분야에 강하고 오랫동안 다져진 노하우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한다. 정부는 이런 업종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지원방식도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기업의 기술이 축적된다. 이러한 기술력이 그 나라의 국력이요, 국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을 강소기업이라 부르지 않고 굳이 히든 챔피언이라 부르는 이유를 우리는 잘 헤아려야 한다. 일반적인 업종이 아니라 작은 틈새 업종이나 가려진 분야를 선택해서 기술축적을 집중함으로써 숨겨진 챔피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일등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필자에게 ‘유망한 업종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유망한 업종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업종을 만드는 것이 그 대답이다. 위기는 유망하지 않아서 닥치는 것이 아니다. 잘할 수 없을 때 찾아오는 것이 위기다.

■김홍근 교수 프로필

-호서대 벤처경영학과 부교수
-호서대 벤처기술 경영학 박사
-세종대 경영학박사
-연세대 경영학 석사(MBA)
-IBK최고 경영자클럽(충청지회) 회장
-(사)한국프랜차이즈 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사)중소기업융합 대전세종충남 연합회 수석부회장
-(현)주식회사 드림텍 대표이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