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근 칼럼 길이야기 4] 남자의 품격 ‘슈트(Suit)'
[김홍근 칼럼 길이야기 4] 남자의 품격 ‘슈트(Suit)'
  • 김홍근 박사
  • 승인 2015.06.1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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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Style)이란 무엇인가? 스타일은 개성이나 취향, 옷차림이나 헤어, 액세서리 등의 꾸밈이 외면에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스타일은 행동방식, 태도(Attitude)나 우아함과 같은 훌륭한 내면을 총칭하며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특히 옷차림은 그 사람의 첫인상이나 느낌을 외면과 함께 성숙한 내면을 담아 전체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고 본다. 그래서 서양은 옷차림을 외면과 내면을 함께한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진국이면 됐지, 옷이 뭐가 그리 중요해?” 또는 “남자가 무슨 멋 타령이야!” 라고 외면과 내면을 따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옷차림은 한 사람의 품격을 뛰어넘어 기업과 국가의 문화적 가치를 그대로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전통복장이 있으나, UN 총회나 G20 정상회담과 같은 국제회의에 참여한 지도자는 모두가 슈트(Suit)를 입는다. 슈트는 세계 정상들이 갖춰 입는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입기 시작한 슈트는 상류사회의 품격을 지닌 고급 복식으로 명문가(家)의 남자는 7세가 되면 슈트와 셔츠 고르는 법을 아버지가 가르쳐 준다. 슈트는 통칭 양복이라 부르는 정통 복식을 의미한다.

군복에서 유래된 슈트는 정확한 원칙에 맞게 격식을 갖춰 입어야 하므로 쉽게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 중에서 슈트는 4가지 색상을 입는 것이 원칙인데 짙은 회색(Charcoal grey), 밝은 회색(Grey), 감색(Navy blue), 갈색(Brown)이다. 블랙 슈트는 일상용 복식이 아니라 장례식, 특별행사, 저녁에 입는 옷이다.

특히 유럽 사람들과의 비즈니스에서 검은 슈트는 금물이다, 또한 슈트를 입을 때 중간 버튼(Button)을 잠그고 입는다. 앉아 있을 때는 풀어도 괜찮지만 서 있을 때는 반드시 버튼을 잠가야 한다.

멋진 슈트 스타일을 연출할 때 바지의 맞춤(fitting) 감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바지의 너비와 길이는 그 사람의 스타일을 단번에 읽어 낼 수 있는 포인트 중의 포인트다. 바지의 너비는 긴장감을 줄 정도의 날씬함(Slim)을 유지하고, 길이는 너무 길면 주름이 생겨 오히려 키가 작아 보인다. 복사뼈 중간 정도에서 구두 굽이 드러날 정도의 길이가 멋져(Handsome) 보인다.

또한, 슈트의 속옷에 해당하는 드레스 셔츠는 안에 러닝셔츠나 면티는 삼가는 것이 좋다. 초대받은 집을 방문했을 때 상의를 탈의하고 드레스 셔츠 차림으로 앉아있는 것은 옳지 않다. 드레스 셔츠는 칼라와 소매 끝만을 항상 보여주는 속옷이기 때문이다. 드레스 셔츠는 살에 직접 접촉하므로 순면의 재질이 좋다. 반소매 셔츠는 바람직한 옷차림이 아니므로 더운 여름에도 안 입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셔츠가 속옷이기에 식당이나 실내에서도 코트는 탈의하고 슈트는 입는 것이다.

우리가 슈트를 입으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은 상하 한 벌로 입어야 하고, 넥타이를 반드시 매야 한다는 것이다. 슈트에서 넥타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살려주는 악서사리다. 넥타이는 드레스 셔츠와 대비 될수록 아름답다.

예를 들어 셔츠가 체크면 넥타이는 단색이 좋다. 큐빅이 박혀있는 넥타이나 빨간 넥타이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클럽이나 데이트에서는 무난하나 비즈니스에는 맞지 않는다. 넥타이를 맬 때 매듭에 볼륨감(Arch)을 주어 중후함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고, 길이는 넥타이 끝이 벨트 정도가 이상적이다. 덥다고 해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틈이 보이지 않도록 단정하게 매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옷을 가장 잘 입는 그룹총수로 유명하다. 삼성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출근하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대다수가 평상시 입었던 슈트에 넥타이만 매지 않고 출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슈트(Suit)와 재킷(Jacket)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 임원을 상대로 패션과 복식에 관한 교육을 한 계기가 되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슈트의 옷차림을 고품격으로 정리해 주는 아이템은 구두(Shoes)다. 구두는 보행의 도구가 아니라 품위의 상징이다. 발끝을 조이고 전체 복장을 정리해주어 남자의 품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은 만15세가 되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좋은 구두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슈트에 맞는 구두는 옥스퍼드(끈이 있는 구두) 스타일의 갈색(Brown) 칼라가 원칙이다. 질이 낮은 소가죽은 검정색으로 염색했던 전통 때문에 검정 블랙슈즈는 특정한 때만 신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검정 구두를 많이 신는다.

슈트가 오랜 세월 글로벌 스텐다드로 자리매김 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인 배경도 있지만 패션문화가 발달하고, 유행이 바뀌어도 상류사회의 품격 있는 복장에는 원칙이 존재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원칙은 복장도 역사라는 전통적 격식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허리선을 강조한 슈트에 Navy blue 넥타이를 매치해 귀족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입고 후진타오와 포옹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날씬한 보랏빛의 푸른색 슈트에 색깔 맞춤의 셔츠와 넥타이로 젊고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Charcoal grey 정장에 사선 무늬 넥타이를 선보이며 ‘뉴 프레지던트 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때와 장소에 맞는 감각을 선보인 각국 정상들의 세련된 슈트를 보면서 문화수준과 스타일이 함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손님들과 식당에 가서 윗사람이 “편하게 상의 벗고 식사합시다.”라고 하면 러닝셔츠를 입지 않은 사람은 곤혹스럽다. 만약 유럽 바이어와의 자리였다면 더욱 난감해질 것이다. 우리 문화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모습이지만 외국 손님과 함께라면 격식을 갖추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알면서 어쩔 수 없이 행동하는 것과 원칙 자체를 모르고 행동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교육을 잘 받은 집안에서 훌륭한 사람이 나오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언어는 남다르듯, 품격 있는 스타일은 문화적 사고가 성숙한 곳에서 나온다.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전통과 격식이 무시되면 전통문화까지 인정받지 못한다. 오래된 전통을 지켜나갈 때 문화를 창출하고, 품격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개인의 품격이면서 대표성을 갖는 슈트가 남자의 품격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홍근 교수 프로필

-호서대 벤처경영학과 부교수

-호서대 벤처기술 경영학 박사

-세종대 경영학박사

-연세대 경영학 석사(MBA)

-IBK최고 경영자클럽(충청지회) 회장

-(사)한국프랜차이즈 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한국파스너공업 협동조합 이사

-(사)중소기업융합 대전세종충남 연합회 수석부회장

-(현)주식회사 드림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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