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근 칼럼 = 길 이야기 3] 드럼(drum)이 들려주는 어울림의 美學
[김홍근 칼럼 = 길 이야기 3] 드럼(drum)이 들려주는 어울림의 美學
  • 김홍근
  • 승인 2015.05.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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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은 합주의 완성 이끌고 틀려도 멈추지 않고 대미 장식 해야

▲스틱 놓쳐도 손바닥으로 치면서 연주해야 하는 악기

▲드럼이 들려주는 어울림의 미학 리더십 갖춘 리더 요구

최근 아카데미 3관왕을 수상한 ‘위플레쉬(whiplash)’가 극장가에 뜨거운 이슈로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드럼 연주자 마일즈 테일러와 폭군 지휘자 J, K, 시몬스 두 사람의 광기어린 연기를 대역 없이 소화해 50여개 국제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와 찬사를 받은 명작이다.

예술적인 드럼 연주에 매료된 탓인지 영화를 본 후 학생과 주부들까지 드럼을 배우려고 학원을 찾으면서 드럼이란 악기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드럼은 원시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타악기 중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다. 속이 비어있는 통나무에 짐승의 가죽을 씌워 손으로 두드려 종교의식과 신호용으로 사용한 것이 드럼이다. 드럼은 차츰 유희적인 도구로 발전하면서 현대 음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악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드럼세트의 구성을 보면, 스네어(snare)드럼, 탐이라고 하는 테너(tenor)드럼, 베이스(bass)드럼, 심벌즈(cymbals)로 구성 되어있다. 스네어는 높은 음을 내며 박자를 잡아주고 바운스(bounce) 역할을 한다. 탐은 비교적 부드럽고 낮은 음으로 구성 되었으며, 베이스는 감정을 움직이는 깊은 울림을 표현한다. 심벌즈는 일정한 리듬을 구사하는 하이햇과 다른 악기의 솔로를 돕는 라이드, 음악의 절정(climax)을 장식하는 크래쉬로 구성 되어있다.

흔히 드럼을 배우는 계기가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음계가 없는 리듬 악기라 쉬울 거라 생각하며 가볍게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럼은 생각만큼 배우는 것이 단순하지 않고, 재미만 느낄 수 있는 악기가 아니다. 드럼은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는 기본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것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울 때 드럼을 직접 치는 것보다 고무 패드에서 더블 스트로크(double stroke) 연습을 오랫동안 해야 한다. 더블 스트로크란 스틱(stick)으로 스네어드럼을 한번 칠 때 반동으로 한번을 더 빠르게 치는 것을 말한다. 고수가 된 최고의 드럼연주자도 아침에 눈을 뜨면 고무 패드로 스트로크 연습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드럼에서 손동작이 스틱을 이용한 현란한 퍼포먼스(performance)라면 발동작은 비터(beater)로 베이스드럼을 치며 심장박동과 같은 울림으로 인간 내면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더블베이스(double bass) 또는 더블킥 이라고 하는 발 연주기법은 손발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사지 분리(Independence)의 피나는 연습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손발을 모두 사용하는 드럼의 특성상 음악에서 엇박자를 연주하려면 먼저 좌우 손발이 독립적으로 연주할 수 있어야 듣는 이로 하여금 경쾌함을 유발한다. 흥을 돋우고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려면 더블스트로크의 현란한 손동작과 더블퀵의 경쾌한 발동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드럼의 중요성은 밴드 음악의 녹음과정에서 알 수 있다. 맨 처음 드럼을 녹음할 때 드럼은 파트별로 각각의 마이크와 전체 마이크를 따로 설치해서 공명(共鳴)과 공진(共振)을 잡고 각자 파트별 소리를 잡는다. 이처럼 특수녹음 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가장 많이 소요한다.

이러한 준비가 완료되면 일정한 박자의 리듬으로 흥과 긴장감을 표현하며 음악의 뼈대를 세운다. 드럼 녹음이 완성되면 그 위에 근육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스가 입혀지고, 피부와 같은 기타와 키보드가 얹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주 음악을 MR(music record)이라 부르는데, 보컬(vocal)은 이 반주 음악으로 화려하게 화장을 하며 음악을 완성한다.

드럼은 합주의 완성을 이끌어내는 리더다. 드럼연주자의 스틱에서 시작된 연주는 틀려도 멈추지 않고 대미를 장식한다. 이것이 불문율이다. 그러기에 드럼은 박자를 놓쳐서는 안 되며, 스틱을 놓쳐도 손바닥으로 치면서 연주해야 하는 악기다. 드럼이 멈추면 모두가 멈추기 때문이다. 또한, 드럼은 다른 악기와 어울림(consonance)의 미학에 중심역할을 한다.

드럼의 구성과 소리는 화려하지만 드럼만으로 음악을 완성할 수 없기에 결코 앞에 나서지 않고 보컬과 기타를 받쳐주며 박자만 이끌어가는 겸손함을 발휘한다. 관객의 흥분과 함성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면서 다른 악기들과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을 잡아주는 중심에서 진정한 울림을 낸다.

요즘 우리 사회는 소통하는 리더의 부재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이는 어울림을 이끌어내는 리더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어울림은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자와 부자, 젊은이와 노인, 노(勞)와 사(使)가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는 사회가 건강한 어울림의 사회다. 이처럼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드럼이 들려주는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러한 리더의 어울림은 구성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구심점 역할을 한다.

리더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기보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소신 있게 의사결정을 하며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사익(私益)보다 공익(公益)에 최우선을 다하는 리더야말로 드럼이 추구하는 배려와 겸손의 어울림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김홍근 교수 프로필

-호서대 벤처경영학과 부교수

-호서대 벤처기술 경영학 박사

-세종대 경영학박사

-연세대 경영학 석사(MBA)

-IBK최고 경영자클럽(충청지회) 회장

-(사)한국프랜차이즈 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한국파스너공업 협동조합 이사

-(사)중소기업융합 대전세종충남 연합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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