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근 칼럼, 길 이야기2] 기업가 정신 '창업자 혼이 만든 명품의 비결'
[김홍근 칼럼, 길 이야기2] 기업가 정신 '창업자 혼이 만든 명품의 비결'
  • 김홍근
  • 승인 2015.04.2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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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이 훌륭하게 발휘되는 사회는 끝임없는 창조적 파괴를 불러와 시장을 불연속적인 혁신으로 이끌게 된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의 이론을 정립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ter1883-1954)의 말이다. 이 말은 기업을 창업하는 창업자의 생각과 비전이 기업 구성원은 물론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사회가 시작된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많은 기업은 자신의 이름을 기업명으로 사용하면서 창업을 했다. 이러한 기업문화는 창업자의 인식과 평판이 좋아지면 그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가 함께 좋아지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초일류 기업들도 창업자 철학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여 브랜드 파워를 형성한다. 빌 게이츠(Bill Gates)나 스티브 잡스(Steve Paul Jobs),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보더라도 창업자의 정신과 원칙이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상품을 선호하는 많은 지지자에게도 자부심과 신뢰를 형성하게 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창업의 출발은 다양하다.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 창업보다 창업자의 철학과 전통이 깃들어져 있는 분명한 창업은 훗날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는 많은 이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명품시계로 불리는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등 이외에도 시계 산업을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인 브레게, 예거 르쿨트르, 로저드뷔 등이 모두 창업자의 이름으로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브랜드 파워가 창업자의 존재에서 나오기 때문에 창업자가 처음 기업을 만들 때 불어넣은 철학과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 발전하여 명품의 자리를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창업자 정신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이정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세기 나폴레옹과 우리나라 조선 제27대 왕 순종(純宗)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바쉐론 콘스탄틴’은 26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창업 배경을 살펴보면 1755년 장 마크 바쉐론(Jean Marc Vacheron1731-1805)이 설립하고, 1819년 프랑수아 콘스탄틴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바쉐론 콘스탄틴이 되었다.

조립은 물론 부품까지 숙련된 장인들이 100% 수(手)작업으로 제작하여 무(無)결함을 통한 품질 우선주의를 추구한다. 핵심역량으로는 독창적인 기술과 간결한 직선,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또한, 1년에 1만6천 점만 만들어 희소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명품을 유지하는 절대 경쟁력이다.

현재의 바쉐론 콘스탄틴은 1996년 리치먼트 그룹이 인수했지만, 제네바에 본사를 그대로 두고 있으며 110년 전에 문을 연 부티크도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수공으로 제작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창업자 정신은 시계 제작의 위대한 장인정신을 계승하려는 열정에 그 가치가 있다.

빅토리아 여왕과 아인슈타인이 즐겨 사용한 명작 ‘파텍 필립’ 역시 176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14년에 소더스 경매에서 파텍 필립의 회중시계는 264억 원에 낙찰되어 기네스북에도 올랐고, 175주년 기념 한정판을 32억 원에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파텍 필립 시계가 명품(名品)으로 거듭난 것은 폴란드 귀족 출신인 창업자 앙트와르 드 파텍(Antoine De Patek 1812-1877)이 시계 제작자 프랑수아 차펙을 만나 1839년 ‘차펙’으로 출발하면서 시작된다.

1844년 파텍 필립은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고, 시계의 장인으로 인정받은 장 아드리앙 필립(Jean Adrien Philippe1815-1894)을 만나면서 꽃을 피운다. 이후 최초로 크라운(용두)으로 시간을 조정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혁신과 고전을 접목하고 예술로 승화시켜 수많은 금자탑을 쌓았다.

파텍 필립은 1932년 시계의 얼굴이라는 ‘다이얼(문자판)’을 제작하던 찰스(Charles Stern), 장스턴(Jean Stern) 형제가 인수해 스위스에서 유일하게 대기업 군에 속하지 않은 독립된 가족경영을 4대째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발판은 창업자 파텍 필립의 정신인 품질과 예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파텍 필립은 현재도 희소가치를 위해 3만5천점의 기계식과 1만점의 쿼츠(전지사용 방식) 시계만을 생산하고 있다.

살아있는 시계의 전설 로저드뷔(Roger Dubuis1938~ )는 100년의 역사가 즐비한 시계 산업에서 20년의 짧은 기간에 창업자 정신이 빛을 발한 경우다. 추신수 시계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로저드뷔는 파텍 필립에서 14년간 고난도(Complication) 시계 개발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이너 카를로스 디아스(Carlos Dias)와 의기투합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1995년 창업한다.

로저드뷔는 아방가르디(혁신적 예술)한 디자인과 독창적인 컬렉션을 겸비하고, 모든 무브먼트는 100% 자체제작과 전 품목 제네바 씰 인증으로 단번에 명품 반열에 오른다. 제네바 씰(Geneve Seal) 이란 1886년 제네바 시계협회가 고급시계에 대명사라는 명칭남용과 복제방지를 위해 무브먼트에 특별한 각인을 새겨 넣으면서 유래한 것으로 매우 까다로운 품질규정을 요구하는 인증이다.

전 세계 연간 시계 생산량은 12억점, 스위스 2천3백만점 중 단 3만점만 제네바 씰 인증을 받는다. 그중에 로저드뷔는 100% 인증 받은 제품을 6천점만 판매하여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전체 고급시계 시장의 20%를 점유하는 놀라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로저드뷔는 “전통을 고수하면서 창조하자”는 핵심역량과 “열차의 맨 끝 차량에서 도약하기보다 기관차를 이끄는 선구자적 역할로 과거에 머무르지 말자” 란 창업자 정신이 밑바탕을 이루어 명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영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절대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창업자 정신인 기업의 혼(魂)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이념을 제시하고, 변함없이 전통을 지켜나가게 하는 방향이자 고집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환경으로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이어나갈 전통에는 그 기업만이 추구하는 절대 가치와 역사가 있다. 기업의 절대 가치란 자기분야에서의 본질적인 것을 반드시 추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창업자 정신이 깃든 문화와 스토리는 역사다. 이 스토리에 인재가 모이고 고객이 감동한다.

시계를 통해 본 창업자의 혼(魂)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 때문에 그토록 고가의 명품에 열광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작은 시계에 상상을 초월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단지 시계를 담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의 혼(魂)을 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그 이야기를 고객의 가슴에 담아주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김홍근 교수 프로필

-호서대 벤처경영학과 부교수
-호서대 벤처기술 경영학 박사
-세종대 경영학박사
-연세대 경영학 석사(MBA)
-IBK최고 경영자클럽(충청지회) 회장
-(사)한국프랜차이즈 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한국파스너공업 협동조합 이사
-(사)중소기업융합 대전세종충남 연합회 수석부회장
-(현)주식회사 드림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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