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부장의 여의도 현문우답>성공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첫번째 덕목
<손부장의 여의도 현문우답>성공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첫번째 덕목
  • 손부장
  • 승인 2015.04.16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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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현문 : 친구가 전업으로 개인투자를 하겠단다. 그 흔한 투자상담사 자격증도 없는 것 같던데, "이거 말려야 되는 거 맞지?">

최근 들어 무척 자주 듣게 되는 질문중 하나다. 아마도 지속적인 개별종목장세와 세기적 고용불안이 창조적으로 융합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런 창조경제적인 고민을 하는 친구를 둔 당신! 일단 고민을 충분히 들어주시라.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이 많던 적던, 그 친구 자기 딴에는 얼마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겠는가.

최근 몇 년간 주식투자를 했던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이 짜릿한 이익을 경험 했을테고, 그런 사람들중 일부는 분명 전업투자의 황금빛 꿈을 꾸어봤을 것이다. 안그래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나의 진정한 적성은 주식투자에 있었어!'라고 느끼는 와중에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몇 개월 또는 몇 년치 위로금을 주겠단다. 이런 땡큐가 어디 있겠나?

또는 비젼도 안보이고 재미도 없는 일에 시간을 쏟고 있던 찰나, 용돈벌이 삼아 해봤던 주식투자에서 연봉에 버금가는 이익을 내고 있다면? 생업을 던져버리고 취미를 본업 삼겠단 생각이 드는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본업이라는 단어가 육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건 어쩔 수 없는 노릇. 어쩌면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평생에 걸쳐 한 사람을 규정 짓는게 ‘직업’ 아니던가. 그렇다면 진로고민은 물론이고, 그 고민의 기초자산이라 할 수 있는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이 참에 한번 고민해보자.

도대체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능력과 자질이 있어야 될까? 흔히들 성공한 주식투자자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똑똑한 머리와 냉철한 이성, 금융과 회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 등을 꼽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이러한 능력이야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주식투자에 도움이 되는건 당연한 사실 아니겠는가.

모든 투자자에게 평등하게 공표되는 재무제표를 한눈에 꿰뚫어 분석할 수 있다면, 눈 뜬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신문기사 한 줄로도 국제금융시장의 돌아가는 바를 가늠할 수 있다면, 판단의 중요한 고비처마다 훌륭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지인들이 많다면, 그렇지 않은 투자자보다 얼마나 수월하고 유리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요소들을 단숨에 곁다리 능력으로 만들어 버리는 덕목으로, 나는 단연 정직함을 꼽고 싶다. 보다 정확히는 "자신에 대한 정직함"이라 보면 된다.

<오늘의 우답 : 성공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선 꾸준한 승률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된다. 이런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정직함이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하던 일 계속하는 것이 훨씬 낫다 >

"정직"을 가훈으로 삼고 있다는 전직 대통령님처럼 정치를 하자는 것도 아닐진데, 일개 주식투자자한테 왜 정직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요구하냐고? 아주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니 성질내지 말고 들어보시라.

주식투자, 의외로 장기전이다. 젊은 시절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훌륭한 몇 종목 대박 터뜨리는, 그래서 인생 한방에 쭈욱 다리미질 하는 그림들을 모두들 마음속으로 그리고 또 그렸으리라. 그러나 어디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투자자들이 대박 근처에도 못가보고 실패를 하고, 대박을 냈던(냈다고 소문이 났던) 투자자는 이내 큰돈을 잃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실제 성공한 투자자는 몇 안되지만, 그나마 대부분이 최소한 15년에서 20년 이상씩은 주식투자를 한 인생들인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운이 따르는 투자자라면 단기적인 승리를 따내는게 아주 어렵지만은 않다. 특히나 최근 이삼년간처럼 종목장세가 이어질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 십억 투자할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 몇 번의 성공으로 인생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형차 살 돈으로 몇 종목 잘 투자해서 원금의 몇배 혹은 다섯배, 열배가 되었다 치자. 대단한 성과인거 맞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과 달리 인생 좀 살아본 사람들이면 그걸로 인생이 안바뀌는거 다 안다.(그런데 본업을 때려치우겠다고?)

인생역전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투자자들은 최소한 일이십년의 장기전에서 꾸준한 승률을 확보한 사람들이다. 단기투자 스타일이냐 장기투자 스타일이냐는 여기서 그다지 중요한건 아니다. 분기이던 반기이던 혹은 일년이던 이년이던 간에 본인의 목표기간 단위내에서 결산해 보았을 때 잃지 않고 꾸준히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매 공격마다 이기진 못해도 한두번 지면 두세번은 이기는 호흡이 필요한 것이다. 이게 잘하는 투자이고 투자자들이 지향해야 하는 투자이다.

그런 장기전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덕목이 바로 정직함이라는 얘기다. 이 부분,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질문자는 물론 현재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독자들 모두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종목 투자로 많은 이익을 내거나, 혹은 그런 성공이 운좋게 연달아 이어질 때, 자신의 성공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서 스스로한테 결코 정직하지 않다.

그 성공이 자신의 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건 그래도 양호한 편이고, 역설적으로 손해볼 일까지는 없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절반은 맞는 얘기니까. 그러나 운이나 귀동냥, 혹은 주변인의 적절한 조언으로 얻어낸 성공을 투자자 본인의 실력이라고 말하거나 믿어버리는 순간, 이어지는 투자는 결코 순탄해 질 수가 없다. 한번 찾아온 행운이 두번 또 찾아오고, 두번 찾아온 행운이 세번째 또 찾아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투자는 성공했지만 나에게서 비롯된 나의 성공이 아니다’라고 자기자신에게 정직하게 말할 수 있을 때, 그 다음 투자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실패한 이번 투자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컴퓨터 조작실수 때문에 시작된 불운 때문이라거나 그 종목을 처음에 추천한 지점 직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또는 나의 투자판단은 옳았지만 외국인 투자동향 따위에 좌우되는 저질시장이 투자를 그르치게 만들었다라고 탓을 한다면? 설혹 그러한 것들이 실패의 일부 원인이었다 한들, 그 투자자는 실패한 지난 투자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그 말은, 이어지는 다음 투자도 앞선 실패와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란 걸 의미한다. 겨우 달라질 것이 있다면 ‘이번엔 운이 좀 따르냐 안따르냐’ 정도이겠다.

자신의 지난 투자에 대해서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투자자만이 지나간 실패에서 – 심지어 성공에서도 조차 – 또다시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그 교훈을 복기하고 복기하고 또 복기한 자만이 장기적으로 승률을 높이고 의미있는 규모의 돈을 벌 수 있다. 바로 그들이 성공한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겸손함이던 공부하는 자세이던 또는 그 무엇이던,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이러한 덕목의 최전방에 정직함을 꼽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다행이다. 타고난 머리는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겠지만, ‘나 자신에게 정직하기’같은 덕목은 그래도 노력하면 조금은 나아질테니까.

<오늘의 함정 – 이 글을 쓰는 이순간 조차도 내 지나간 성공투자는 모두 내가 잘난 탓이고 싶고, 실패한 투자는 모두 남 탓이고 싶다. 자기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한 거? 인간의 멘탈 관리를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본다. 그래서 정직하기 어려운 것이겠지만, 그래서 크게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당신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이 자기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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