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부장의 여의도 현문우답>삼성전자 같은 우량종목 장기투자? 허와 실 구분해야
<손부장의 여의도 현문우답>삼성전자 같은 우량종목 장기투자? 허와 실 구분해야
  • 손부장(필명)
  • 승인 2015.04.0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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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현문> - 역시 안정적이고 성장성 높은 주식 사놓고 푸욱 묵히는게 정답인거 같아. 삼성전자 보면 알잖아. 근데 넌 그런 종목 아는거 좀 없나?

종합주가지수가 2,100p를 향해 달려가는(것 같은) 지금과 같은 타이밍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 이번에는 집사람의 절친한 동네친구가 한다리 쿠션 먹여서 내게 들어온 질문이다. 심심한 듯한 질문이면서도, 자신의 지나간 투자에 대한 반성도 살짝 들어있고 약간의 각오도 엿보이는 그런.

나는 세상 웬만한 일들에는 논리로 연결되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중에 하나다. 하지만 눈치채셨다시피 적잖은 경우에 있어 나 같은 평범한 자가 그 인과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게 함정일터. 이럴때 내가 자주 쓰는 방법중 하나는, 일단 알고 있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서 모르는 것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질문 그 자체에서 힌트를 얻어 상황을 정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게 된다.

이 방법을 위의 질문에 적용시켜보자.

1. 안정적이고 성장성 높은 주식 : 예쁘면서 돈 잘벌고, 나에겐 순종적이나 일할땐 주관이 뚜렷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나 매사에 이지적인. 그런 와이프 본적 있나? 마찬가지다. 안정적이면서 성장성 높은 주식? 거의 없다. 여러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단적인 부분만 보자. 안정적인 회사라는 것은 이미 성장을 다 하였거나 마무리하는 국면에 진입하였기 때문에 잘 해봤자 시장금리 정도 또는 물가상승률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또한 성장성이 높은 회사라는 얘기는 정황상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동시에 기대하는 고성장을 얻어내기 위해선 위험이 수반되는 추가 투자 또는 대량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일 수 있다. 한마디로 ‘안정성’과 ‘성장성’은 서로 같은 자리에서 공존하기 어려운 개념인 것이다. 고로 이분…상당히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비현실적인 투자자일 가능성 높다.

2. 푸욱 묵히는게 정답 : 이미 단기투자를 많이 해봤고, 별 재미를 못봤다는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단기투자가 잘 안되었으니 장기투자를 하면 이익을 내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단기투자를 한다’의 명쾌한 대척점은 ‘단기투자를 안한다’이지 ‘장기투자를 한다’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시길.

3. 삼성전자 같은 : 바로 이 지점이 극소수를 제외한 많은 전문가와 투자자의 두눈을 촉촉하게 적셨던 부분. 잘 돌이켜 기억해보자. 20년전에 삼성전자와 어깨를 비슷하게 맞추던 종목 하나 기억나지 않으신가? 그렇다. 그 이름 현대전자! 지금은 다른 멋있는 이름으로 바뀐 이 종목, 이십년전만해도 안정적이고 성장성있는 종목의 대명사였다는 사실.

기억이 어렴풋 하지만 100대1인가 10대1 감자를 했던 바로 그 종목(백대일이나 십대일이나 당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으면 대략 십분의일 토막이 났다. 비단 한두 종목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대주주였던 모 시중은행 같은 경우는 IMF 경제위기 당시 백대일 감자도 아니고 그냥 100퍼센트 감자를 실시하여 버렸다. 당시 그 은행에 지인 한분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당신네 은행이 분명히 회생하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고, 그리고 그에 근거한 과감한 베팅을 했었다.

물론 결과는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다 잃는 것이었고, 유능한 은행원이자 유능한 투자자였던 그분의 실패에 많은 주변 사람들이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은행과 주요기업을 살려서 국가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고육지책이라는 점과 IMF 위기라는 특수상황이 익스큐스가 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잃어버린 내돈이 돌아오는건 아니다.

4. 그런 종목 아는거 없나? : 긴말 필요없다. 그런 재주 있었으면 칼럼이나 쓰고 앉아있겠나?

<오늘의 우답> 장기투자, 훌륭한 투자방법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종목이 나중에 삼성전자가 될지 현대전자가 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조심스러운 얘기겠지만 장기투자가 ‘아주 우월한 투자방식이고, 심지어 도덕적으로 훌륭한 투자’라는 뉘앙스는 누군가가 심어준 또다른 환상일 수 있다.

주식은 장기투자를 해야하고, 장기투자는 투자이지만 단기투자는 투기적인 행위인거 같다는 뉘앙스가 사회 여기저기에 정말 많이 깔려있다. 그러나 장기투자라고 성공확률이 높아지는건 절대로 아니며 단기투자라고 해서 사회경제에 도움이 안되는 투기행위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장기투자가 불리하니 멀리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다만, 장기투자 그것만이 오롯이 정답일 것이라는 생각은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방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분명 필요하다. 다만, 장기투자가 유리한가 아닌가는 투자대상이 되는 나라의 경제발전 국면에 따라 다르고, 주식시장의 국면에 따라 다르고, 투자자의 자금 성격은 물론 심지어 투자자의 개인적 성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절대로 사회적인 분위기나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으로 ‘장기투자가 선(善)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접근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물들어 올 때 배 띄우는 사람’과 ‘비록 물이 없더라도 제대로 된 물이 들어올 때를 대비해서 배를 준비하는 사람’을 어떻게 맞다 아니다로 또는 우월하다 열등하다로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늘의 함정 > 사람따라 다르겠으나 나의 직간접적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의외로 단기투자에 조금 더 필요한 덕목은 ‘실력’이었고, 장기투자에 필요한 덕목은 ‘운’이었던 것 같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것은 ‘실력과 운’이었다.

<오늘의 사족> 주식은 물론이고 선물옵션에 대한 단기매매조차도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는 행위이다. 이 부분은 조만간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할까 한다


■ [필자소개] 손부장은 누구?

1994년 한진투자증권 경제연구실로 입사한 후, 현재까지 20년간 여의도 증권가에 몸을 맡기고 있는, 별 실력은 없으나 잘릴 정도는 아닌 그저 그런 능력과 커리어를 보유한 대한민국 남자다.

고려대 3학년 때, 입대 영장이 나오지 않자 빠른 입대를 위해 해병대를 자원입대하였다. 당연히 입대 후 28.5개월 간 매일 후회하며 성실한 군복무를 하였다. 이때부터 순간의 선택이 최소한 30개월은 좌우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주중에는 증권시장과 인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은 하나 타고난 머리가 없음을 탓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구력 14년의 백돌이로서 동반골퍼들의 ATM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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