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재난]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세월호 재난]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 박기현
  • 승인 2014.04.21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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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를 두고자 하는 마음 이해는 간다.

칠흑같이 어두운 차가운 바닷 속에 갇혀 추위와 죽음의 공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어린 학생들과 실종자들이 우리의 자녀들이라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바로 눈앞에서 바닷 속에 갇힌 가족들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바라보며 제발 살아서 돌아 와주기를 기도하며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의 고통과 슬픔의 무게는 전 국민의 고통과 슬픔보다 더 무거울 것입니다.


어른이라는 게 죄책감이 들고, 살아 돌아와서 미안하고, 생존자 구조의 희망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답답하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 무력감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온 국민이 심리적 공황상태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실종자와 유가족, 네티즌과 소셜네트워커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애타는 심정으로 세월호의 삿대를 부여잡습니다. 삿대를 잡은 수많은 사공들의 심정을 헤아리니, 정부와 언론도 사공의 목소리와 감정에 휘돌립니다. 실종자 대표자들이 해경청장에게 "눈앞에서 직접 구조명령을 내리라"며 함께 배를 타고 구조현장을 찾는 대한민국 재난대응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세월호 트라우마의 극복을 위해 심리적 희생양을 찾는 부류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SNS와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유언비어와 괴담을 공유하고 유포하며 분노의 갈증을 해소합니다. 여기에 참사를 악용한 신종 스미싱까지 가세합니다. 세월호 생존자 구조에 집중해야할 정부와 언론의 자원이 사회적 혼란과 분열로 이어져 국민의 심리적 재난과 인터넷 등의 사이버 재난에 자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사공이 제 목소리를 높이면 정부도 언론도 혼란스럽습니다. 자원의 집중력이 흐려진 언론은 충분하게 검증하지 못한 정보를 방송에 보도하고 그 보도를 다시 네티즌이 받아서 SNS로 유포하면 정부가 사실 확인을 해야 하는 허위정보에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위기상황에서 자원이 부족하면 지휘체계의 혼선으로 이어집니다. 정부발표가 여러 번 번복된 것도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작동하면 정부의 재난대응 발표를 토대로 언론이 보도하는 게 정석인데 거꾸로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정부가 발표하는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는 신속한 정보제공에 있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제공에 있습니다. 유족들의 애타는 심정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하여 신속한 브리핑까지는 의도가 좋았으나 자원분산으로 인하여 정보의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검증시스템이 문제였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사공의 역할은 훈수로 혼란을 주기보다 삿대를 잡는 그 마음만으로 충분합니다.

[편집자주:상기 칼럼내용은 본 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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