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아스퍼거 증후군’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아스퍼거 증후군’
  • 전문의 칼럼 한의사 김용환 원장
  • 승인 2011.08.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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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만 가지고 놀고 구석에 숨어 혼자 책을 즐겨 읽는 초등학교 2학년생 은정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람들과 눈 접촉을 피하며 신체적 접촉을 싫어해 다른 사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다. 부모가 안아주려고 해도 안기지 않으려고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한다.

 

간단한 비밀번호도 잘 잊는 은정이는 동화책 스토리, 영화 장면, 여행 장소 등 시시콜콜한 것 하나까지도 정확히 기억한다. 물건은 꼭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책 페이지가 구겨지거나 무엇이라도 묻으면 난리가 난다.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자기 멋대로 행동해 주위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은정이를 두고만 볼 수 없던 부모는 여기저기 소문을 듣고 한의원을 찾아 왔다.

◆아스퍼거 증후군, 초기 발견이 힘든 이유
은정이는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증상으로 보였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뇌의 구조·기능적 이상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사교성이 떨어지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개인의 창의력과 독창성에 큰 영향을 미쳐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언어 발달장애도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아 사회적 기능장애의 심각성을 부모나 교사 및 주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고집스러운 아이로 여기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또 다른 문제들
김용환 원장은 “아스퍼거 증후군은 우울증, 등교거부, 해리장애, 강박장애 등의 동반 장애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중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인 경우가 적지 않다. 등교 거부에 대응을 잘못하면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는 은둔형 외톨이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해리장애는 심신의 통일이 깨지고 기억이나 경험이 뿔뿔이 흩어지는 현상으로 아동학대 후유증으로 쉽게 나타난다. 강박장애는 가족과 충돌하고, 신변의 자립과 생활 습관, 집단 교육을 어려워하며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회 적응을 하려고 지나치게 노력한 나머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모두 해소하려고 하다가 생기는 강박증에서 나타난다.

 

◆아스퍼거 증후군 치료의 시작은 ‘이해’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를 대하는 부모들은 애착 형성이 늦은 아이의 비사회적 행동을 보고 버릇없는 아이라고 오해하고 혼을 내기 쉽다. 아이가 상황 파악을 잘 못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임을 알고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 김용환 원장은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수정해주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가르쳐 주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경험하면서 상황의 전·후 진행 과정, 각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이야기하는지 말로 설명하고 적절한 질문으로 아이가 직접 생각해보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
진단이 늦어질수록 아이는 상처를 많이 받게 되고 점차 문제아로 인식되다 보면 치료만 점점 어려워진다. 지적장애가 없고 조기 발견해서 꾸준한 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정상아동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회복 가능하다. 빨리 발견해 잘만 가르치면 오히려 일반인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같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도 아이마다 어려움을 보이는 영역과 그 정도가 다르다. 부모가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어떻게 대응해 주는가에 따라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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