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신경정신과 칼럼] 우울증, 마음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방신경정신과 칼럼] 우울증, 마음만의 문제는 아니다
  • 서지은 기자
  • 승인 2011.05.16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울증, 불면증, 홧병 등 신경정신과 질환 진료를 주로 하다 보면 간혹 우울증을 일종의 전염병이나 유전병으로 생각하고 오는 환자들이 있다.

물론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주변 사람들조차도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가족 중에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러나 과거 우울증 병력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우울증을 경험하는 경우는 유전자에 포함된 유전적 발현이라기 보다는 출생 후 가정을 포함한 후천적 환경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는 임수철씨는 한의원을 찾아오기 전, 이미 8년이 넘게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 1997년 처음 조증으로 시작한 증상은 이후에는 울증 상태로 변하여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다.

상담을 하면서 가족내력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 이미 지금의 수철씨와 비슷한 증상으로 정신병원에 잠깐 입원한 이후 감정 조절 및 기억력과 상황판단 능력 등이 떨어지게 되셨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불만이 많았던 수철씨는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아버지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남은 삶 동안 혹시나 아버지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했다.

증상적인 측면에서 수철씨는 우울증을 가진 일반 환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가진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감정적 컨트롤이다. 처음에 가볍게 생겼던 부정적인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극으로 치달아 객관적인 생각을 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와 달리 수철씨는 어느 순간 갑자기 시야가 흐리고 반쯤 꿈 속에 있는 듯한 느낌, 아무런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말이 잘 나오지 않으며 몸에 기운이 없이 쉽게 피로를 느끼는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 우울한 기분이 들고 그렇게 수면 위로 떠오른 우울함이 신체적인 이상을 이끌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된 케이스였다.

사실 수철씨가 경험하고 있다는 신체적인 증상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증상이었다. 이것은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약을 먹고 몸에서 흡수가 되면서 나타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우선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가지게 됐던 불안감을 없앨 수 있도록 심리치료와 동의보감에 근거한 한약치료, 감정뇌를 다스리는 사암침법을 이용하여 치료를 했다.

6개월이 지난 후, 수철씨는 아직 완치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치료받기 시작하고 6개월 동안은 이전에 경험했던 신체적 증상이나 우울한 느낌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이는 10년 가까이 우울증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고생하던 그에게 있어 큰 변화였다.

우울증은 분명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는 증상이긴 하나, 이는 단순히 기분, 혹은 마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우울증이 오래 지속되면 두통이나 무기력감, 불면, 체중감소 혹은 증가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처음 마음의 질병에서 시작했던 질병이 몸의 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때문에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치료를 해야 하며 그것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의사나 약으로부터의 의존을 조금씩 떼어내고 스스로에게 있는 잠재적인 치유력을 끌어내어 활용하는 것이다. 내 몸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해보자..

[본 자료는 참고 자료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경제일간 - 데일리경제 www.kdpress.co.kr <저작권자 ⓒ데일리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