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단일화 가닥못잡나...신당, 민주당과 갈등 여전
범여권 단일화 가닥못잡나...신당, 민주당과 갈등 여전
  • 데일리경제
  • 승인 2007.11.21 1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여권 단일화 가닥못잡나...신당, 민주당과 갈등 여전

지난 12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대선후보·대표 4자 회동을 갖고 ‘당대당’ 통합과 후보단일화 원칙에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2003년 말 새천년민주당의 탈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을 기점으로 분열해 각자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던 범여권은 이후 4년여 만에 다시 단일 정당으로의 합당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두 당의 통합은 이날 전격 합당합의 발표에 비켜가듯 시작 초기부터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신당, 통합 조건 다시 논의...민주당, 재협상 있을 수 없어

먼저 통합합의 다음날인 13일 신당은 당내최고위원회를 통해 의결기구 구성 등 통합 조건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신당 오충일 대표는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어제 합당을 선언한 4인 회동의 결과를 통합의 정치적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지지한다"면서 "통합의 조건에 대해 통합협상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또한 의결기구의 동수 구성에 대해서는 "논의해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여, 사실상 분위기는 애초 합의한 사항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음을 내비쳤다. 이어 정치권안팎에서는 민주당과의 합당선언으로 불거진 신당의 내부 갈등이 회자되기도 했다.

다음날 신당은  내부 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의식해 정 후보에 힘을 보태주기로 하면서 최고위에서 애초의 4자 회동 합의를 존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일단 내부 갈등을 봉합했다. 이에 따라 신당은 오충일 대표를 협상위원장으로 하고, 당내 중진과 각 계파가 골고루 포함된 협상단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오 대표는 "일대일 조건이 아니면 합당도 될 수 없고,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 길밖에 없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양당 협상단은 본격적인 비공개 후속 협상에 착수했다.

15일 첫 공식회의, 합당합의 사항 여전히 난항

하지만 민주당은 다음날인 15일 통합실무협상을 앞두고 “지난 4차 회동에서 합의한 통합조건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신당의 재협상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이날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당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시 우리는 응하지 않는 것이 확고하다”며 “후보단일화만 가지고 대선정국을 반전시키기는 어렵고, 통합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날 오후 구체적인 합당조건을 조정하기 위해 신당 측은 문희상 상임고문을 단장으로, 민주당은 최인기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양당 협상단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첫 공식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협상에서는 지난 12일 양당이 ▲지도부와 심의기구인 최고위원회 구성을 50대 50으로 하고 ▲전당대회를 총선 이후인 내년 6월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부분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특히 양당은 향후 일정이나 TV 토론 등 기본적인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일치를 보였으나 4인 회동에 합의한 양당의 동등지분과 내년 6월 전당대회 개최문제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4인 회동의 합의사항은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한편, 협상시작으로 당내 갈등을 일시 봉합한 정 후보는 이명박,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3자토론을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이날 신당 인천-경기 선대위 출범식에서 “경제정책만을 놓고 3자토론을 언론사가 즉각 주선하고 개최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면서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인제 후보도 정 후보와 단일화를 앞두고 충청권을 순회했다. 이 후보는 충청지역 순회를 돌며 “고립을 깨뜨릴 수 있는 후보라야만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이명박 후보를 꺾으려면 자신이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첫 협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양당은 결국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의 지속성을 위해 이날 저녁 6인 회의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첫 날 협상을 끝냈다.

정 후보 ‘민주당과 통합의 필요성 강조’...민주당, ‘실무협상단은 팀별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18일은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중대 고비를 맞은 날이었다. 신당의 이미경,이경숙 의원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연대추진을 당에 공식 요구하면서 신당과 민주당의 협상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는 `삼성비자금' 특검법 공동발의를 통한 `반(反)부패연대'가 현실화됨에 따라 이를 선거연합으로 이어가겠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두 당의 합당이 큰 진통을 겪는 가운데, 이날 정 후보는 민주당과의 합당 약속시한인 다음날 19일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의 단일화 합의는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한 결단이었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후보는 다음날(19일) 문 후보의 거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후보 단일화를 위한 공동 협상기구 발족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합의 이행이 먼저라며 신당에 대해 서운한 속내를 가지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이 후보는 이날(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월요일 4자간에 선언한 내용을 지켜야 한다. 그걸 안 지키면 당도 아니고 후보가 될 자격도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이날 18일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 협상과 관련 "대통합민주신당 쪽에서는 통합문제에 대해 지연작전을 구사하고 있다고 본다"며 신당의 자세 전환을 요청하고  “통합은 대선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지난 12일 양당 대표와 양당 후보가 합의문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6일 동안 실무협상단은 팀별 협상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9일, 양당 막판 협상 전개...오후 5시 20분경 협상결렬

합당 신고 시한일인 19일에 각당 지도부는 협상에 대한 내부 입장을 조율하고 이어 양당 협상단은 지도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 다시 합당을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다.

민주당은 의결기구를 같은 수로 구성하자는 지난 12일 선언 내용을 고수한 반면, 신당은 1백40여 석의 국회의원 수와 여러 계파들을 고려할 때 7 대 3 정도가 불가피하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양당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고, 결국 민주당이 전대시기만 수용하겠다며 오후 4시까지 답변을 요구했으나 신당 측의 문희상 의원이 오후 5시께 협상결렬을 통보했다.

이에 민주당 최 원내대표는 "신당이 당초의 5대5의 구성 비율을 7대3으로 요구하다 이같이 결정한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후보와 일당의 대표가 국민 앞에 공표하고 약속하고 서명한 내용에 대해서 지키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며, 이 같은 후보가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우려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정동영 후보 측 최재천 대변인은 "아직은 결렬이라는 생각보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로 봐 달라"며 "협상이 안된다면 서로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측 핵심 관계자도 "아직은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4인회 합의문이 그대로 유효한 상태에서 보다 큰 틀의 그림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저녁 민주당 이 후보는 통합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과 후보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독자적으로 대선에 임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대선 독자 행보 선언...신당, '통합은 될 것', 역풍은 경계

이어 다음날 20일 이 후보는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과 정동영 후보가 국민 앞에서 선언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차버렸기 때문에 중도개혁세력의 재통합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더 이상 그들과의 재통합이나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지금부터 저와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이 시대의 소명이자 국민의 요구인 중도개혁정권을 세우는 일에 헌신해 참다운 개혁의 시대를 열겠다"며 독자행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통합협상 결렬 이후 후보단일화 가능성과 관련해 “통합이 무산됐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면서 “통합과 단일화를 하려면 후보등록 이전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도 없고, 신당이 진정성을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그러나 "민주당은 낡고 부패한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고 중도개혁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라면 언제나 모든 중도민주개혁세력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통합발표 일주일만에 파탄이 났다"며 신당이 당초 합의한 5:5 지분을 7:3으로 바꾸자는 것은 "민주당을 종속변수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날 신당은 아직까지 협상의 결렬은 인정하지 않은 채 "통합은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당 대표와 후보가 합의한 사안을 깨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의 역풍을 조심스럽게 경계했다.

정 후보, 대통합 대의 역설...민주당, 통합합의 파기 규탄

정동영 후보 측 최재천 대변인은 "아직은 결렬이라는 생각보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로 봐 달라"며 "협상이 안된다면 서로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초청 토론회에서 “협상이라는 게 막바지에 가면 밀고 당기기와 진통이 있다.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 힘을 모아도 모자란다. 대통합의 대의 앞에 모두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오늘의 상황은 몹시 아쉽다. 그래도 민주개혁세력은 힘과 정성을 모아야 한다”며 “그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합당한 방법을 찾기 위해 민주개혁세력은 더욱 지혜를 짜내야 한다.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대통합신당과의 통합협상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사기정당 배신정당 통합합의 파기 규탄대회’를 열고 신당을 향해 성토했다.

이로써 지난 12일 통합합의를 시작으로 단 8일 만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간의 통합협상은 19일을 끝으로 잠정 결렬됐다. 그야말로 한국 정치·정당사의 한 페이지를 메꾸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신당 정 후보 측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합협상에 승부수를 걸었던 만큼 협상이 끝내 결렬돼 리더십 손상 함께 범여권 단일후보라는 명분에도 어느 정도 금이 갔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현재 남은 대선 일정과 대선후보 등록일인 25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본선 진출에 승부를 건다는 복안이다.

<(c)극동경제신문.http://www.kdpres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단, 블로그등 개인사이트 뉴스 링크는 사용해도 좋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