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산업계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산업계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
  • 최형준 변리사
  • 승인 2011.03.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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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국회에서 통과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기업 활동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의견, 외국의 경우와 같이 남소를 조장한다는 반대의견 등이 뒤늦게 비등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우에 불과하며,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간의 법제도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과연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산업계에도 긍적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기술에 대한 공정한 하도급계약의 기틀이 법적인 토대에서 구축된 이상,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다른 회사의 기술을 사용하거나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질 것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기술 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법적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받는 심리적 불안감을 떨쳐내는 대신 경영과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결과로, 중소기업은 자신들의 기술을 정당한 로열티를 받고 대기업에게 이전할 수 있으며,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곧 고용의 확대, 매출증가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업 활동의 선순환은 기술력의 보장이 최우선시 되는 벤처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그간 얼어붙어있던 벤처기업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에 있어서도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기술의 성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막대한 자원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에게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술과 특허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면, 시간적인 면에서 절약이 가능하고 이득이 발생할 수가 있다.

더욱이, 최근 기업 간의 기술사업화와 기술거래를 촉진시키려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제도가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와 맞물려 여러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연구기관 등의 기술개발 의지를 더욱 부추기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영세기업이 대다수를 차지는 국내 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청구돼 그 손해배상액이 실질적으로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액수는 소액이 될 경우가 많을 것이며, 대기업 내에서의 자체적인 경각심 교육 즉, 내부 단속 차원에서의 임직원들 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하게 될 실(實) 소송건은 염려와는 달리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의 염려가 단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법의 내용 그 자체에 대해서 논하기 보다는, 그것의 적용사례를 보다 공정하고 적확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선행돼야만 한다. 공정하고 적확하지 못한 법의 해석은 결국 오판을 불러올 것이며, 그것은 결국 선한 사람들이 피해보는 사회, 나아가서는 사회의 혼란을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반대견해들은, 외국의 입법례와 우리나라 간의 법제의 차이 및 실거래 현실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그 부작용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되는 범위는 외국의 그것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데, 도급업체와 수급업체간의 하도급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술도용건에 한해서만 이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은 어디까지나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기본 명제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또한 대기업과 영세중소기업 간의 중간에서 어느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는 소신 있는 무게추의 노릇을 할 때 이번 법제도의 도입 또한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될 거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다만 이런 사실과 결부해, 점점 첨단화되어 가는 기술적 재판사건들을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특허법원의 관할로 보완한다면 기술지식이 매우 취약한 민사법원의 관할로 제도를 적용할 때보다 훨씬 판결에 있어서 신뢰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법 혹은 제도의 존재의미는 그것이 정당하게 적용될 때에야 비로소 발생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업 활동의 미래를 내다본다면 이번 제도 또한 기업인들의 성장과 인식변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데일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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