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자연의 경고 "일본 대지진, 토건경제 한계 드러낸 것"
[전하진 칼럼]자연의 경고 "일본 대지진, 토건경제 한계 드러낸 것"
  • 전하진
  • 승인 2011.03.14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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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지진 참사를 보면서 대자연의 위력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허무하게
쓰러져가는 인간과 그들의 이뤄놓음을 보고 있노라면 숙연해지고 만다. 하지만 이런 참사
는 우리 주변에서 쉬지 않고 발생하는 일상이다. 그 규모의 차이가 좀 있을지언정 연례행
사처럼 태풍이나 지진, 쓰나미 그리고 허리케인, 화산폭발 등의 소식을 접한다. 그보다 규
모는 작더라도 폭설이나 가뭄 그리고 홍수, 산불 등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우리
땅에서도 지금 생매장된 수백만 마리의 가축으로 인해 올 여름에 어떤 끔찍한 문제가 발
생할지 모를 일이다.


인류는 적어도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부터 자연에 순응하기보다는 자연의 순환에 개입하
기 시작했다. 산업화가 급진전되면서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건경제
가 발달하고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가축을 마치
공산품처럼 대규모로 사육한다. 자연의 대순환을 왜곡하는 수많은 화학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자연은 마구 훼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부터인가 인
류는 더 많이 더 멀리 더 높게 그저 팽창일변도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기업은 늘 매출이 증가해야 하고, 부동산가격은 늘 올라야 한다. 국가도 항상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떠들어댄다. 아이들에게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미 석유보
다 비싼 물을 사 마시고 있지만 조만간 산소도 사 야 하는 세상이 곧 닥치지 않으리란 보장
이 없다.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진정 우리의 건강을 위한 것인
지 소수의 부자를 위한 것인지. 어찌되었건 우리는 순환의 자연스러움을 거부한 채 팽창하
는 경우에만 안정적이 될 수 있는 기이한 구조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에서 늘어나는 인류의 개채수를 모두 감당하며 계속 팽창할 수 있
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늘어나는 인구의 생존을 위해 엄청난 식량과 물
과 공기가 필요하게 된다면 순환하지 않고 팽창만을 하게 된다면 그 끝은 클라이맥스를 지
나 붕괴의 길로 접어들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자연은 그렇게 팽창을 방치하고 있을 만큼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둔하거나 멈춰있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우리가 돌보아
야 할 만큼 약하지도 작지도 않다.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
진 것이 자연이다. 공포스러운 자연현상들도 따지고 보면 자연에 순응하지 못한 인간의 인
지결과일 뿐이다. 흔히들 산불이 나면 누군가가 방화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종의 개채수를
조정하기 위한 자연발화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만약 인간이 사라진다면 바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릴 청계천이나 4대강 그리고 인공물 같은 것을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사회는 전혀 친환경적이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 ‘디버블링’의 저자인 생태경제학자 우석
훈 교수는 사실 이런 토건경제를 이끌어 온 주역들이 우리사회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으
며 여, 야가 따로 없다고 주장한다.

토건경제의 정점에 이명박 정부가 있음 물론이다. 하지
만 노무현정부에서도 ‘한국형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새만금이나 골프장으로 전남 해안선
을 덮겠다는 J-프로젝트, 세종시 등 각종 토건경제에 의존하려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
본도 토건경제로 버블이 형성되었고 그 버블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고통스럽게 견
디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우리는 일본보다 훨씬 더 처참한 토건경제의 붕괴를 맞이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재해라고 하는 것은 자연의 입장에서는 순환이다. 왜곡을 돌려놓고 과함
을 덜고, 부족함을 채우는 순환의 과정이다. 매사가 호들갑스러운 우리의 대처방식과는 달
리 자연의 재해 앞에서 당사자인 일본은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오랜 경험
을 통해 이 같은 자연의 순환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짧은 자연의 움직임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도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이 만물의 영장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대한 토건경제로 모든 것을 해결해 보겠다며 깝
죽대며 그저 때려 부수고 짓고 만들고 게걸스럽게 취하는 것만이 좋은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사회가 과연 친환경적이며 자연스러운 사회일까. 또한 우리의 미래를 약속할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이 남이 아닌 바로 우리의 자화상임을 깨달
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데일리경제]

전 하 진 (Jhun Ha Jin)

twitter : @hajinJ
home : http://www.hajin.com

SERA 인재개발원 대표/전 한글과 컴퓨터 대표이사 
서강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본 칼럼내용은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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