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아프리카 디지털 경제의 오늘과 내일
[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아프리카 디지털 경제의 오늘과 내일
  • 류지선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3.05.1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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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디지털 경제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우버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한다. 5분 안에 기아 모닝 소형차를 몰고 기사가 도착한다.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쇼핑몰에 가는 대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배달앱인 'Glovo'를 열고 "Anything" 아이콘을 클릭해 필요한 물품을 입력한다. 앱에서 대략적인 가격이 산출되고 나의 심부름을 해 줄 담당자가 배정이 된다.

바로 배정된 심부름 담당자로부터 휴대폰으로 연락이 온다. 그에게 심부름을 해 주었으면 하는 물품에 대해 상세 설명을 한 후 대신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모바일 머니와 연동이 되어 있는 그의 휴대폰 번호로 바로 돈을 송금한다. 같은 앱으로 한국 음식점을 검색하여 음식이 호텔로 배달되도록 주문을한다. 40분 정도 후에 호텔에 도착할 즈음 음식은 이미 배달되어 있고, 심부름 담당자는 자전거를 유유히 몰고 호텔에 도착하여 물품 확인을 위해 호텔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차량이 없이도, 자본이 없어도 아프리카 젊은이들은 디지털 경제안에서 이익을 창출 할 수 있다.출처:글로보가나
음식, 식료품, 약 뿐 아니라 중간에 “Anything” 이라는 아이콘이 있어 어떤 물품도 구매할 수 있다. 출처: 글로보 가나

이웃 국가인 아프리카의 최대 경제 대국 나이지리아의 경제 수도인 라고스로 이동해 본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테크 스타트업의 투자가 유치되는 곳인 만큼 나이지리아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야바(Yaba)에는 다양한 스타트업 허브들이 존재한다. 공유 오피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 개발자들의 주된 화제는 핀테크, 블록체인이다. 시중 은행 서비스의 비효율성, 현지 화폐의 지속되는 절하로 나이지리아의 인구 10%인 2천만명이 가상화폐에 투자를 하고 나아가 해외 기업과 거래를 할 때도 달러로 인한 평가 절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통해 결제한다.

라고스에 위치한 테크허브 Vibranium Valley, 출처: 가디언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위치한 테크허브 Vibranium Valley, 출처: 가디언 나이지리아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마지막으로 동아프리카의 ICT 허브인 케냐로 이동해 본다. 케냐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항구 도시인 몸바사 방향으로 60km 떨어진 지역 콘자시티(Konza City)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초의 스마트시티로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신도시에 정부주도로 스마트시티를 위한 인프라를 이행한 나라는 케냐가 유일하다. 케냐 정부는 2013년부터 5000에이커 부지(약 612만평)를 조성하여 콘자 스마트시티 계획을 수립하였다. 공공민간합작(PPP) 사업 모델로 투자를 유치하고 정부도 매년 예산을 투입을 하여 작년말 기준 전기, 수도, 광케이블 등의 기본 인프라가 이미 완료되었다.

중국통신 대기업인 화웨이는 약 3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이미 콘자시티내에 1.6페타바이트 용량의 Tier III 국가데이터 센터를 완성하였다. 우리 정부도 2019-20년 케냐 경제개발경험 공유(KSP) 사업을 통한 타당성조사 완료 후 기획재정부의 2022~23년 경제혁신파트너쉽 프로그램(EIPP)을 통해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거쳐 지능형 교통시스템 및 통합 관제센터 수립, 스마트 물류 센터 설립,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시행 계획 등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인프라 건설 시행사업으로 연결될 예정이다.

콘자 스마트 시티 인프라 구축이 80% 정도 완료(위)된 모습과 구축 후 미래 모형(아래), 출처: Konza Technoplis 발표 자료
콘자 스마트 시티 인프라 구축이 80% 정도 완료(위)된 모습과 구축 후 미래 모형(아래), 출처: Konza Technoplis 발표 자료

EIPP 프로젝트 중 디지털 미티어시티가 조성되면 건설 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개발 분야에도 한국기업들이 현지 합작 또는 단독투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의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경제의 빛과 그림자

2021년 아프리카 기술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최초로 2십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2년에는 전년도 대비 55.1%가 증가하여 33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기술 스타트업은 매년 증가하고 투자액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열악한 전기, 교통, 통신 등의 인프라 환경의 취약점으로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2차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대신에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 바로 진입을 하였다. 즉 환경, 교육, 금융, 건강, 농업 등의 사회 경제적 문제를 기존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하여 차근차근 해결하기보다는 디지털 기반의 앱, 서비스 등을 통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빠른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프리카 총인구의 60%인 25세 이하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디지털 경제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펀딩을 받은 기업들의 가장 큰 분야는 핀테크이며 전자상거래, 건강, 물류, 교육 등이 뒤를 잇는다. 이들 중 총 40%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나이지리아 핀테크 스타트업이며 이집트가 그 뒤를 잇는다. 핀테크와 전자상거래에 대한 비중은 조금씩 줄어드는 반면 농업 기술, 교통, 에너지 등 사회 간접자본과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의 산업과 연계되는 분야가 조금씩 늘고 있다.

연도별 펀딩을 받은 아프리카 테크스타트업 (위), 분야별 펀딩받은 아프리카 스타트업 (아래)출처: Disrupt Africa(2022)
연도별 펀딩을 받은 아프리카 테크스타트업 (위), 분야별 펀딩받은 아프리카 스타트업 (아래)출처: Disrupt Africa(2022)

반면, 인프라가 온전히 구축되지 않은 환경 속에 구축된 디지털 경제의 기반은 허약할 수 밖에 없다. 아프리카의 3개 경제 대국인 남아공, 나이지리아, 이집트만 하더라도 도시와 지방간의 디지털 격차는 인프라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차이로 확대되어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지역은 모든 면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형평성과 포용성을 위한 정책이 요원하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 흡수되는 젊은 인력들에 대한 인권과 역량 개발이다. 국가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하나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청년 실업률이 30% 이상 되는 상황에서 태어날 때부터 빈곤계층으로 전락한 이들은 한 달에 기껏 십만원 정도의 수입을 위해 빠른 경우 10대 후반부터 배달, 택시 등의 플랫폼 앱 노동자가 되어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으로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개인정보 수집, 가격 정책, 데이터 보호 등에 대한 규제가 취약함을 잘 알기 때문에 이를 기업의 이윤 창출의 기회로 활용을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근무 조건, 보험, 업무상의 안정성 등의 보호 장치를 받지 못하고 다양한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위한 대안 – 공공데이터 정책

엄격한 규제로 자칫 외국인 투자자들을 놓칠 수 있는 우려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민간 주도의 디지털 경제에 개입을 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따라서 자국의 디지털 경제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및 합리적인 규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주목되는 트랜드는 바로 공공데이터 정책이다. 교통, 통신, 건강 등의 민간, 공공 데이터를 정부 플랫폼을 통해 수집하고 이를 공공과 민간에서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 부처들은 매일 매일 공공 플랫폼에 저장되는 메가 데이터들을 AI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민간에서는 공공 플랫폼에 제공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경,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다. Open Data Barometer (2017)에 의하면 이미 전 세계 93%의 국가들이 공공 데이터를 시민 사회, 민간 기업들이 접근 가능하도록 하여 데이터의 재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가 GDP 의 증대, 혁신 생태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는 OECD에서도 여러차례 보고된 바 있다. 이제 개발도상국에서도 공공 데이터 플랫폼을 활성화를 통해 디지털 경제의 질과 양을 향상시키고자 혁신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는 다른 어떤 대륙보다도 디지털 경제로의 편입 속도가 빠르고 우리나라가 고비용의 하드웨어 인프라 중심으로 공공 플랫폼을 고수하고 최근에야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과 달리 소프트웨어와 인프라를 결합한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으로 바로 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공공 데이터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개인 사생활 보호, 데이터 보안성 문제, 규제 정책 및 효과성, 성과 관리 등과 균형을 맞추어 정부, 시민, 기업 간의 공공데이터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 및 민간기업들과 협력을 도모한다면 제조업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서비스업 중심의 디지털 경제 모델’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견고한 인프라 중심의 공공 플랫폼과 제조업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한- 아프리카 간에 새로운 개념의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기반의 디지털 경제 모델을 수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류지선 칼럼 전문기자: 전자통신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며 아프리카 10여개국 시장을 개척하고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7년 동안 거주하며 민간, 공공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현재 국제개발협력 컨설턴트이자 IT 정책 박사과정 중이며 블로그, 강연, 책 등을 통해 아프리카 전문가로서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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