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인사이트아프리카] 총체적인 국가 위기속에 깨어진 양당구도의 대선, 과연 승자는?
[류지선 의 인사이트아프리카] 총체적인 국가 위기속에 깨어진 양당구도의 대선, 과연 승자는?
  • 류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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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의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에겐 아프리카의 한 국가의 대선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나이지리아 대선은 여러 면에서 세계의 집중을 받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의 경제 대국이고, 2억의 최대 인구를 보유한 서아프리카의 경제 축으로서의 중요한 거시적 측면 때문만도 아니다. 바로 1999년 민주정권 수립이후 굳건히 유지되어 왔던 종교, 부족중심의 양당제 구도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요루바, 하우사간의 양당중심 정치구도

나이지리아의 현대 정치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400여개의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부족으로 이루어진 나이지리아에는 요루바, 하우사 (풀라니 포함), 이보 부족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다. 

1999년 민주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무슬림계열의 (하우사, 풀라니 부족 중심) APC 정당과 기독교 계열의 (요루바족 중심) PDP 정당은 암묵적으로 남부와 북부 인사들로 대통령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번갈아가며 선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역안배 정책에 합의했다. 대통령이 남부 기독교도 인사일 경우 부통령은 북부 이슬람교를 인사로 하며 다음 임기에는 반대로 취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면 이보족은 1967년에 독립을 주창하며 비아프라라는 공화국을 세우며 중앙정부에 대항하였지만 처참하게 패배하며 정치권에서 완전히 배재되고 지금까지도 차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보족의 주요 근거지는 석유가 가장 많이나는 델타지역이고 그들은 탁월한 상술과 경제력으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다.

예상대로라면 이번 대선은 이미 두 번의 임기를 지낸 현집권당인 APC가 기독교 계열이자 요루바 계열인 PDP 정당에 정권을 내줄 차례다. 하지만 내외적인 판도의 형태가 이번에는 다르다. PDP 정당의 후보인 아티쿠 아부바카(Atiku Abubakar)는 기독교도 아니고 요루바족도 아닌 무슬림의 풀라니족(현 대통령과 같은 부족이다. 그는 지난번 대선에도 출마했다 낙선했으나 과거에 부통령을 지내기도 한 오랜 정치인이다. 반면 현 집권당인 APC 당의 후보인 볼라 티누부(Bola Tinubu)는 나이지리아의 경제 수도인 라고스 주의 주지사를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역임하고 그 이후로 나이지리아 정치계의 대부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모든 권력을 이미 가진 그가 70이 넘은 나이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무슬림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80살의 현 대통령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하는 희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권력을 향한 그의 의지를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위기속에 피어난 꽃 피터 오비 (Peter Obi)

이러한 상황에서 디아스포라와 청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엄청난 바람을 형성하고 있는 정치인이 바로 피터 오비다. 그는 이보족 출신으로서 과거에 주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으나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4년밖에 안된 신생 노동당을 창설하고 부족을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유럽을 방문하며 해외의 나이지리아인들로부터 지지금을 받으며 점차 국내 세력을 키워갔다. 주지사 시절에도 부정 청탁을 거절한 깨끗한 이미지와 안정된 경제력으로 그는 양당제 중심의 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있다.

20%가 넘는 인플레이션, 30% 이상의 실업률,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격폭등 등으로 다른 어떤 시기보다 서민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득권인 양당으로부터는 나이지리아의 미래가 없다는 지배적인 여론도 그의 인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피터 오비에 열광하는 관중들, 출처: 피터 오비 페이스북
피터 오비에 열광하는 관중들, 출처: 피터 오비 페이스북

 어제(2/23)부로 경제지인 비지니스 데이는 나이저 델타 총회 (Niger Delta Congress) 가 피터 오비 지지선언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석유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델타 지역의 무장세력이면서 국가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집단들 중 하나다. 이들이 피터를 지지했다는 것은 이미 일정부분 나이지리아의 치안 문제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걸 의미하기에 의미심장하다. 이들 뿐 아니라 풀라니부족 연합회, 나이지리아 무역협회, 요루바 연합회 등 많은 부족 이익집단들이 이보족인 피터 오비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양당체계의 공고함, 나이지리아의 미래는?

전세계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짜여진 양당구조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는 건 미국, 영국, 심지어 우리나라를 봐도 알 수 있다. 그 구도가 나이지리아의 정치판에서 깨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현상이다. 지난번 대선 투표율이 35%에 지나지 않았는데 만일 투표율이 높아지고 공정한 투표가 이루어진다면 피터 오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족을 초월한 지지와 굳건한 양당체의 구도를 깬 것만으로도 피터 오비는 나이지리아 민주주의의 진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당락에 상관없이 그가 이룩한 신선한 바람이 지속적으로 나이지리아 민주주의에 건강한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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