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의 의미와 과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의 의미와 과제
  • 이강국 前시안 총영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3.02.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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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선언한 ‘인태전략’을 구체화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12월 최종 발표했다. 이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정책으로 구현한 것이다.

인태전략의 3대 비전으로 ‘자유·평화·번영’의 3대 비전 및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원칙과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등 9대 중점 추진과제도 제시했다. 지역적 범위도 북태평양, 동남아·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 등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였다.

정부는 이 전략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인 구상이며,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태 지역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역내의 국가들과 열린 자세로 협력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일본·캐나다 등이 중국을 ‘질서 파괴자’로 정의하는 등 강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한국은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표현하며 포용을 택함으로써 차별성을 보였다. 물론, “주요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아울러,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며, 인태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긴요함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남중국해 및 대만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와도 협력의 접점을 확대하고자 하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인태 지역의 실질적인 경제 협력체로 발전해 나가도록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인태전략 전략 발표 직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한국이 역내 안보와 번영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반영해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전략은 법치주의와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포괄적인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인태 전역의 기타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한국의 목표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고 핵 비확산을 촉진하려는 우리 공동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전략은 역내 경제안보 네트워크, 과학기술 협력, 기후변화 및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여를 향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인태전략이 발표된 당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각국이 단결·협력해 지역 평화와 안정, 발전 및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주장하며, 배타적인 소그룹에 반대하는 것이 지역 국가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중국과 더불어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이끌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 공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인태전략에 견제와 기대의 메시지를 함께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독자적 대외전략으로 발표된 인태전략은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외교 지향점으로 제시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GPS, Global Pivotal State)」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포괄적 지역전략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북한 등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국한되거나 경제·통상 협력에 한정됐던 과거 정부의 지역 구상들과 달리, 인태 지역으로 시야를 넓히고 양자·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동시에, 인태전략이 도전 요인들이 산재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익을 확보하고 대외정책의 지평을 확대하는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으며 이것을 극복하는 데 범국민적인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첫째, 인태전략 출범 후 중국으로부터 예상대로 견제의 메시지가 나온 만큼 결국 인태전략 실행 과정에서 ‘중국 리스크’가 가장 큰 도전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쿼드와 협력의 접점을 확대하고 IPEF 등을 통해 국익을 도모하는 데 있어 중국과 소통하여 리스크를 줄여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둘째, 특히 안보문제에 있어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은 역내 지역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감당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한국으로 들여오는 석유·천연가스의 운반선 대부분, 수출입 화물선의 상당 부분이 남중국해를 통과하고 많은 항공기가 남중국해 상공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곳의 안정과 평화는 한국의 국익과도 직결된다. 그런데, 한국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남중국해에서 보다 확대된 지역적 역할을 수임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의 국익이 걸려있는 문제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며, 우리가 할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유사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여 대처해 나가야 한다.

셋째, 인태전략의 내용, 목적 및 비전을 널리 알려야 하며, ‘공공외교’를 통해 공존공영하는 비전으로서 국내외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다양한 포럼을 개최하거나 국제회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9일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나라들과 함께 협력하고 함께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하면서 인태전략을 소개했다. 오는 3월 29~30일 온·오프라인 형식으로 진행되는 제2회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윤석열 대통령이 공동 개최국의 지도자(인도-태평양 지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인 만큼, 인태전략 비전에 바탕을 둔 우리의 정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넷째, 파트너 국가들과 개발 경험도 공유해 나가면서 상호 윈-윈 전략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박진 장관이 인태전략 설명회에서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국가들의 포부 실현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세계 10위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마지막으로, 인태전략이 일과성 정책이 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면 사장되어버린 경우가 다반사였음을 유념하여 인태전략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만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도록 효과성과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위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는 중국 연수, 주중국대사관, 주상하이총영사관, 주시안총영사관 근무로 13년 7개월 동안 중국에서 생활했다. 미국 UCSD에서 공부하였고, 주베트남대사관과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서도 근무하였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정책』, 『대한민국 나침반 역사속의 위인들』, 『한중수교 3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저술하였으며, 현재는 성균관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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