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尹-習 정상회담 이후 한중관계 평가
발리 尹-習 정상회담 이후 한중관계 평가
  • 이강국 前시안 총영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2.11.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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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1일부터 16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하여 여러 다자회의에 참석하고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 등 많은 양자회의를 개최하는 등 빽빽한 외교일정을 수행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해외방문 기간중에 언론에서는 ‘외교 빅데이’가 펼쳐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먼저, 프놈펜에서는 한-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ASEAN+3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였고, 특히 한-ASEAN 정상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인태전략)을 제시했다.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구현을 목표로 ‘포용, 신뢰, 호혜’ 의 3대 원칙에 바탕을 둔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는 게 우리 인태전략의 핵심 골자이다.

지난 9월 런던과 뉴욕에 이어 2개월도 안 돼 프놈펜에서 다시 만난 한미 양국정상은 최근 북한의 전례 없는 공세적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양국 간 빈틈없는 공조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우리 기업의 큰 이해가 걸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관련, 윤 대통령은 한미 간에 관한 협의 채널이 긴밀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하고, 지난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IRA 관련 미국 측의 진정성 있는 협의 의지를 확인해 주었다고 평가하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북핵문제, 경제안보, 지역 및 글로벌 현안 관련 3국 간 협력 방안에 관해 협의하였다. 한미일 정상의 협의결과를 반영하여 최초로 3국 정상 간 포괄적인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윤 대통령은 발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계기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2019년 이후 처음이자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번째로 이루어진 한중 정상간 대면회담은 이번 윤 대통령의 해외방문 일정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 방문일정 브리핑시 시진핑 주석과는 회의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것을 기회로 소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였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그런데, 한미 정상화담, 한일 정상회담과 함께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되자 중국 측이 한국을 자국 쪽으로 견인하기 위해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여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외교 목표라고 하면서,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한중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하였다.

시 주석은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고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하면서, 양국은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과 관계를 공고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G20 등 다자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복합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 나가자고 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고위급 대화의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고, 한중 양국 간 1.5 트랙 대화체제도 구축하자고 제안하면서, 양국 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정치적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하였다.

윤 대통령은 민간 교류, 특히 젊은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고, 시진핑 주석도 양국 국민들 간 인적·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자고 하였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고 하고,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시 주석은 우리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고 하면서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하였다.

정상 방문과 관련,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하였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25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앞으로의 양국관계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상호 존중에 기반한 당당한 대중 외교’를 강조해왔는데, 이번에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여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외교 목표임을 당당히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하였는데, 한국이 미국에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중국이 상임이사국으로서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길 당부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여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는 물론 규탄성명도 내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였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면서도, 평화 수호와 남북관계 개선 희망 등 원론적 대답만 내놓았고, 우리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 역시 북한이 호응할 경우 지지하겠다며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심지어 중국 측 발표에는 북한 문제나 한반도 상황, ‘담대한 구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중국 측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내놓은 발표문에도 ‘북핵’이나 ‘북한’, ‘한반도’ 등의 단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견해 차이를 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도발로 군사적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여, 한국은 한미 및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한편으로 대북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해 나가야 한다.

셋째, 이번 회담은 한중 양국간 상호 교류와 협력을 다시 활발하게 추진해 나가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양 정상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 존중과 호혜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관계 발전 의지를 재확인하였으며, 이를 위해 고위급 교류와 민간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양 국민이 인적·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언급한바, 양국 정상간 언급 내용을 근거로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류 등 문화교류를 다시 점화시킬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간 교류 관련 중국에서는 중앙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제어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앞으로 이번 시진핑 주석의 양국간 교류에 관한 언급 내용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는 한중간에 매우 껄끄러운 문제이고 중국 측이 계속 거론해 왔으나, 이번 정상 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은 양국관계 교류·협력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넷째,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정상 방문의 조속한 실현 가능성도 시사했다. 특히, 현재 한중관계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정상외교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인식에 따라 외교사안의 처리 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공산당 20차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함에 따라 시진핑 주석으로의 권력집중이 고도로 진행되고 또한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외교는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중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조속히 이루어져 양국간 긴밀한 교류·협력 추진과 새로운 관계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위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는 중국 연수, 주중국대사관, 주상하이총영사관, 주시안총영사관 근무로 13년 7개월 동안 중국에서 생활했다. 미국 UCSD에서 공부하였고, 주베트남대사관과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서도 근무하였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정책』, 『대한민국 나침반 역사속의 위인들』, 『한중수교 3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저술하였으며, 현재는 성균관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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