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인 집권체제 출범 이후 정세 전망과 한국의 대응
시진핑 1인 집권체제 출범 이후 정세 전망과 한국의 대응
  • 이강국 前시안 총영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2.10.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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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고 정치국 위원과 함께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을 선출했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총리로 지명될 서열 2위에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가 차지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 리커창(李克强·67) 총리와 왕양(汪洋·67)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최고지도부에서 퇴진했다. 최고지도부의 ‘7상8하(七上八下, 67세 이하는 잔류하고 68세 이상은 은퇴)’에 따른 은퇴 시점인 68세가 되지 않았음에도 개혁 세력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이 축출된 반면, 시 주석 측근으로 분류되는 서열 3위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4위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는 잔류하였다.

시진핑 2기의 반부패 사령탑을 맡아 온 자오러지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게 되고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설계한 학자 출신의 이데올로기 전문가 왕후닝은 정협주석으로서 통일전선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상무위원에 새로 진입한 서열 2위 리창 상하이 서기는 물론 5위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 6위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7위 리시(李希) 광둥성 서기 모두 시 주석의 최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 시진핑 사단)’이다. 또한, 최고 영도기구인 중앙위원회, 권력핵심인 당 중앙정치국에 이어 중앙군사위, 중앙외사공작위에 시진핑 주석의 측근이 대거 포진되었다.

리창은 시진핑 주석이 2003~2007년까지 저장성 당서기를 지낼 때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시 주석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차이치는 중앙서기처 서기로 임명되었으며 이데올로기와 선전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이 2007년 3월 상하이 서기로 부임했을 때 상하시 조직부 부부장겸 인사국장으로 있으면서 7개월의 짧은 기간에 상하이시를 장악하는 데 큰 기여를 딩쉐샹은 상무부총리를 맡게 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과 혁명동지인 리쯔치(李子奇) 간수성 서기의 비서로 공직 생활을 하였으며 시진핑 주석과 친분관계를 맺은 리시는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임명되었으며 반부패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회 전원을 모두 시진핑 주석에 충성하는 최측근으로 채우면서 상하이방과 공청단 등 견제 세력이 배제되어 시 주석을 견제할 세력이 전멸하였다. 특히,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혔던 공청단 출신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는 상무위원회 진입은 고사하고 정치국 위원에서도 탈락되는데, 시진핑은 ‘후계자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또한, 당장(党章·당헌)에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양개유호)’가 포함되었다. 이것은 시 주석의 핵심 지위와 당 중앙의 권위 및 시 주석 1인 권력 집중을 뜻하는 집중통일영도를 수호한다는 의미이다. 후계자를 두지 않고 시 주석의 절대적 지위가 강조되면서 3연임뿐 아니라 4연임 이상의 장기집권 내지는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와 중국의 새 지도부 선출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결정적인 역할을 재확인했다. 공청단은 중국 엘리트 공급 시스템이기도 했는데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만 올려 시진핑 주석 사단 일색으로 상무위원회를 구성했다. 덩샤오핑이 시작하고 장쩌민, 후진타오를 거치면서 제도화된 집단지도체제는 종식을 고하고 마오쩌둥 시기의 단일체제로 회귀한 양상이다. 상하이방, 공청단 등 세력이 사라짐으로써 중국 내정은 물론 대외 관계에서도 시 주석 주도의 강경 기조가 견제 없이 관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몽 실현을 위한 대외노선을 거침없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0차 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와중에도 중국의 국익을 우선으로 하면서 전략적 결의를 완고하게 지켰다”고 자평하였는데, ‘전랑외교’라는 공격적인 외교를 계속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문제가 매우 첨예한 국제정치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당대회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하였다. 개정된 당장에는 “대만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말한바 있는데, 상황에 따라 더 빨리 올 수 있다. 그리고 대만해협 갈등이 한반도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를 공산당의 목표로 제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 실현’을 제시했다. 그리고 시 주석은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했다”며 중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강조했다. 당의 핵심 목표에서 경제성장보다 국가안보와 정치안보, 이데올로기를 중시해 나갈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의 역동성에 제약을 가하고 경제발전을 발전을 저해하여 중국 경제의 앞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정치가 경제를, 경제가 정치를 제약하는 측면이 올 수 있다.

당대회 직전에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영수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독재자와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자’ 등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시 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 시위가 벌어지고, 여러 곳의 공중 화장실에서 ‘시진핑 독재’를 비난하는 글귀가 발견되었다. 일반 국민들이 볼 수 있는 정보와 말할 수 있는 정보를 거의 절대적으로 통제하는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며,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한 냉소와 거부감이 만만치 않음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당 대회 도중 발생한 후진타오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시진핑 1인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시 주석이 전임인 후 전 주석의 퇴장을 공개 석상에서 지시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을 과시하는 셈이고 무자비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신화사는 트위터 영문 계정에서 후 주 석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장했다고 했으나, 잘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중국 당대회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언론에 보도된 당시의 장면을 보면 신화사의 설명은 미덥지가 않다. 중국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트위터 접속이 불가능하며, 후 전 주석 퇴장 장면은 중국 온라인에서 검열을 통해 삭제되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같은 중국의 역사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작업들이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당대회 직전에 시진핑 주석의 지난 10년 집권기의 성취를 부각하는 16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인민영수’라는 표현을 등장시켰다. 중국에서 ‘영수’라는 호칭을 받은 지도자는 ‘위대한 영수’로 불렸던 마오쩌둥뿐이며, 영수는 국가주석이나 총서기와 같은 직책과 달리 공산당을 이끌 사상적 지도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소년기 7년 동안 옌안 량자허촌 벽지에서 하방생활을 한 시진핑 주석을 비롯하여 이번에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사람들은 모두 10대에 문화혁명을 겪은 뼛속까지 마오쩌둥주의자들이다. 그래서 마오쩌둥이 했던 것과 같은 광신적 정책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인 권력이 지배하는 대국의 위험성은 러시아가 잘 보여주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폭주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와 국제사회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러시아 보다 국력이 강한 중국의 오판은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중국몽’을 기치로 하고 ‘더 강한 중국’을 내건 시진핑 1인 체제의 도래는 한국에게도 새로운 도전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선, 미중 패권경쟁 파고가 거세지면서 앞으로 한중 관계에도 더 큰 파도가 밀려올 것이다.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 및 유럽과 함께 ‘반중 포위망’ 확대에 나서고 중국도 북한, 러시아와 손잡고 한국을 ‘미 주도 동맹’에서 끊어 내려고 압박을 가하려 할 것이다. 희토류 등 공급망과 시장을 무기로 하여 한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서방 언론에서 ‘서쪽의 북한’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은 북한과 이념적, 체제적 동질성이 강해지고 밀착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원치 않지만 미중 전략 경쟁에서 미국 견제 지렛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활용하려 할 수 있다.

시진핑 1인 체제 구축에 철저히 대비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진핑 체제의 본질적 특성을 제대로 인식한 가운데 대외 전략을 짜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한미일 협력 체제를 확대하고 공고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외교공간과 경제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자국위주의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제사회는 중국에 대해 더 큰 의구심을 갖게 되고 외국인투자는 대폭적으로 줄어들 것이며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제약을 받아 중국 경제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은 방산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확보하고 있는 시장과 중국이 진출하려고 하는 시장을 한국의 시장으로 확보해 가야 한다.

(위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는 중국 연수, 주중국대사관, 주상하이총영사관, 주시안총영사관 근무로 13년 7개월 동안 중국에서 생활했다. 미국 UCSD에서 공부하였고, 주베트남대사관과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서도 근무하였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정책』, 『대한민국 나침반 역사속의 위인들』, 『한중수교 3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저술하였으며, 현재는 성균관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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