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한미동맹의 대응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한미동맹의 대응
  • 박동선 前주핀란드대사/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2.10.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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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월 9일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최고 인민회의에서 새로운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였음을 발표했다. 북한은 일찍이 2013년 4월에 첫 번째 핵무력 법제화를 하였고, 이번 2022년 9월에 두 번째 법제화를 단행한 것이다.

두 개의 법제화 내용을 비교하면 2013년 법령은 ‘억제’에 주안점을 두었으나, 2022년 법령은 ‘선제공격’에 역점을 두는 근본적인 변화를 한 것이 관찰된다. 즉, 북한 핵이 과거의 억제 수단에서 이제 선제공격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북한 핵의 주요 대상도 2013년 법령에서는 미국과 이에 가담한 국가였으나, 2022년 법령에서는 남한을 포함해 불특정 다수 국가로 확장되었다.

그만큼 북한의 선제적 핵 공격의 가능성과 확전의 위험성이 증대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감히 핵 도발을 상상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 억지 전략과 압도적인 사후 대응전략 마련이 긴요해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북한 핵무력 법제화 내용을 분석해 보고, 이에 대한 한미동맹의 억지 전략과 대응 조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북한 핵전력 법제화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보자. 이번 2022년 법령에서 북한은 핵전쟁이 아닌 상황일지라도, 자신이 임의로 규정한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에 위협이 되는 불특정 국가들에 대해 얼마든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명문화했다.

2013년 법령은 북한 핵무기의 핵심 기능을 핵전쟁 억제 수단, 선제 핵 타격에 대한 보복 수단, 그리고 핵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명시했었다. 이 당시 북한은 아직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았고, 개발 중인 단계였기 때문에 2013년 법령이 핵무기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교리를 명문화할 단계는 아니었다. 따라서 당시 법령은 핵무기의 핵심 대상과 핵심 기능 등 북한의 미래 핵무기의 지향성 정도만 담은 것이었다.

그러나 2022년 법령이 나온 시점에는 북한이 이미 핵무력 개발을 완성하였기 때문에 핵무력 배치와 운용에 관한 교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2022년 4월 북한이 군대 창설 90주년 경축 기념식을 거행한 날 북한은 이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하여 각종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 미사일, 화성-15형 및 17형 ICBM 등 다양한 전술핵과 전략핵무기를 전시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한 상태였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기념 연설에서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에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김여정 부부장은 4월 4일 남한에 대해 북한의 ‘핵 전투 무력’은 임무를 수행할 것이며, 전쟁 초기에 동원된다고 언급함으로써, 북한 핵에 의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위와 같이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이 시사하였던 북한의 공세적인 핵 교리 변화가 이번 2022년 법령에 모두 반영되어 있다. 이 법령은 핵무기의 사명, 구성, 지휘 통제 등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이번 2022년 법령이 2013년 법령과 크게 다른 점은 제6항에서 핵무기 사용조건으로 아래 5가지 경우를 명시하고 있는 점이다.

-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 살육 무기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 “국가지도부와 국가 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적대 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핵전쟁이 아닌 상황 일 지라도, 자신이 임의로 규정한 상황에서 얼마든지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 위협이 되는 불특정 국가들을 핵무기 사용 대상국으로 확장했다. 이는 핵무기 사용 대상국에 한국,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여타 국가도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둘째로 이번 2022년 법령은 북한이 종전의 전략핵 개발 중심에서 전술핵 배치와 운용 중심으로, 북한 핵전력 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간 북한은 전략핵 개발을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해왔으나 대부분 고각(高角) 발사였고 정상적인 장거리 발사는 아니었다. 올해 3월 24일 발사된 화성-17형의 경우도 추정 사거리는 약 15,000km에 달하지만 정점고도 6,248.5km에 이르는 고각 발사로서 실제 사거리는 1,090km에 불과했다. 이는 정상적인 대기권 재진입 및 최종 목표 타격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반 안보 보좌관도 4월 14일 와싱톤 DC ‘이코노믹 클럽’과의 대담에서 북한의 ICBM 능력은 의문이며, 아직 입증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은 한반도 전역을 사거리로 하는 전술핵용 단거리 발사체 개발과 배치는 완료함으로써 전술핵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 1월 김 위원장은 핵무 기의 소형화와 경량화 및 전술 무기화를 지시했었고, 올해 1월 14일과 17일에는 KN-23의 검열 사격과 KN-24 의 검수 사격을 하고, 이를 실전배치 운용 중임을 밝혔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과 전술 지대지 미사일인 KN-24 는 모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년 4월 16일 북한은 김정은 참관하에 사거리 110km의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한 후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의 화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전술핵을 가진 포병부대를 배치하겠다는 의미이다. 김 위원장은 9월 8일 시정 연설에서도 전술핵 운영 공간의 확장과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지시함으로써,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무기의 배치와 운용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이제 남한 전역이 북한의 전술핵 위협하에 놓이게 되었다.

위와 같은 도발적인 북한의 핵무기 법제화 선언과 전술핵 위협에 대응하여 한미동맹은 즉각적으로 다음과 같은 확장억제 조치를 했다.

첫째로 미국은 9월 10일 B1B 폭격기를 한반도에 급파하고, 9월 18일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75대를 동원하는 ‘코끼리 행진’(elephant walk) 훈련을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아울러 9월 23일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전단이 5년 만에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부산에 입항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26일부터 29일까지 동해상에서 대규모 해상 연합훈련에 돌입했고, 9월30일에는 한미일 3국의 연합 대 잠수함 훈련이 독도에서 150km 떨어진 동해상에서 진행되었다.

둘째로 한미 안보 당국은 9월 18일 와싱톤DC에서 고위급 확장억제 전략협의(EDSCG)의 제3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EDSCG 제3차 회의는 2018년 1월 제2차 회의가 열린 지 4년 8개월 만에 열린 것이다. 이번 제3차 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EDSCG를 매년 정례화 개최키로 합의하고, 내년 회의 전에 실무회의를 갖기로 했다. 한국으로서는 EDSCG를 정례화함으로써 전략자원의 전개와 운용 등 확장억제 집행과정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제도화되었다는 의미가 크다. 나아가 우리 대표인 조현동 외교차관이 언급한 대로 ‘확장억제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1차, 2차 회의 결과는 각각 공동보도문과 보도자료로 발표되었으나, 이번 제3차 회의 결과는 공동성명 형식으로 격상하여 발표되었다. 이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을 경고하고, 특히 미국은 핵우산 외에도 우주, 사이버와 같은 최첨단 비핵화 전력까지 포함한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해서 한국을 방위할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미국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을 지속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셋째로 9월29일에는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하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였다. 29일 백악관은 이러한 해리스 부통령의 행보를 전하면서 “미국의 모든 방위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였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은 2주 전에 열린 EDSCG 성과를 강화하였고,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핵무기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 적절 하였다.

위에서 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중장기적인 한미동맹의 대북한 억지 전략과 대응전략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보자.

첫째, 한미동맹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전략무기의 전진 배치, EDSCG의 정례화 및 한국의 MD 체제 편입 등을 통해 북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제고 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경우와 달리 NATO는 핵 공유 정책을 채택하고 핵 계획그룹(NPG) 을 통해 미국과 유럽회원국이 핵전력 운용을 협의한다. 앞으로 우리의 EDSCG를 유럽의 NPG 수준으로 발전하게 함으로써 한미 간 확장억제 협력을 NATO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형 핵 공유 정책을 채택하고 한반도형 NPG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반도가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즉각 개입하도록 EDSCG를 통해 미국의 자동개입 의무를 명문화한다면 최상책이 될 것이다.

둘째, 우리의 핵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여 SLBM을 운용 함으로써 확고한 북한 핵무력 억제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압도적 대량 응징보복 능력을 갖춘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을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량 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3축 체계가 완성되면 대북 억지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다. 나아가 육, 해, 공군 3군의 첨단전력을 통합하고, 우주, 사이버 등 새 영역에서의 안보 능력을 제고 할 수 있도록 전략사령부를 창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함으로써 원활한 한미 양국간 및 나아가 한미일 3국 간의 공조 협력 방위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북한의 이번 핵무력 법제화와 선제적 핵 공격 위협 선언은 북한을 스스로 더욱 고립시키는 안보 불안 상태로 이끌게 될 것이다. 북한이 자국 안보를 강화할 목적으로 행한 핵무력 법제화 조치가 역설적으로 북한의 안보를 오히려 약하게 하는 안보 딜레마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의도와는 반대로 향후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고, 한미일 3자 협력체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언제라도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현행 한미원자력 협정상의 2가지 제약사항을 완화해야 한다. 즉, 핵연료 우라늄 235를 20%까지만 농축할 수 있고, 미국 제공 기술을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한조항을 고쳐서 우리도 일본처럼 고농축 우라늄을 추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반 조치들을 통해, 북한 도발 억지 장치를 강화하고, 우리의 안정적인 안보태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위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박동선 대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주핀란드대사(주에스토니아 대사겸임), 주청뚜 총영사, 주OECD차석대사, 국제경제협력대사, 국회의장 외교 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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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2-10-15 09:39:13
유엔이아 미국은 한국의 핵무기 생산을 막아서는 안 된다.
유엔이나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막지 못한 결과로 한국의 핵무기 생산만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북한이 핵이 완성되면 한국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사실로 보아 한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하여서라도 핵무기 보유는 필연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이나 유엔의 눈치 보기에 앞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요동 치고 있다는 사실을 유엔이나 미국에 인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정권은 그 무엇보다도 핵보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욕이 충만한 정부가 되어주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