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ESG시대, 비콥(B Corp)을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들
(기고)ESG시대, 비콥(B Corp)을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들
  • 이종현 아시아벤처필란트로피네트워크(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 승인 2022.06.21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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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프레소 코리아 제공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Nespresso)가 지난 4월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 ESG경영 요청이 거세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대기업인 네스프레소의 비콥 인증은 주목할 만하다. 비콥은 높은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에게 부여되는 인증으로, 그 인증 과정이 다소 까다롭고 획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이 획득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네스프레소 역시 인증을 쉽게 획득한 것은 아니다. 비콥 인증을 받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를 변화시켜왔고 그 결과, 지난 4월 비콥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비콥 인증은 기업에게 더 나은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과정의 시작점일 뿐’이라는 말로 비콥 인증이 끝이 아닌 기업 비즈니스 체질 개선의 시작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비랩코리아 제공
비랩코리아 제공

최근 네스프레소 외에도 대기업들이 비콥 인증을 획득하려는 추세가 뚜렷이 보이고 있다. 더바디샵(The Body Shop), 이솝(Aesop) 등을 소유한 브라질 최대의 화장품 기업 나투라(Natura)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낙농업 제품 기업 다논(Danone), 그리고 작년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끌로에(Chloe), 일리커피(illycaffe), 벨레다(Weleda)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기업들의 비콥 인증이 전 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제 비콥 인증은 파타고니아(Patagonia), 올버즈(Allbirds)와 같은 환경적 임팩트가 확실한 기업들만의 역할이 아니다.

비콥 인증을 획득한 기업, 획득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 예로, 2021년 한해 비콥 인증을 시작하고자 서류를 제출한 기업은 3,569개,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951개로, 비콥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이 확대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결과 지난 5월 전 세계적으로 비콥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 5,000개를 넘어섰다.

비콥(B Corp)은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에 부여되는 글로벌 비영리네트워크 비랩(B Lab)의 인증이다. 비콥 인증을 받으려면, 기업이 자신의 이해관계자를 포용하고 높은 투명성과 책무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아울러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기업이 창출하는 긍정적인 사회 환경적 성과를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과정이 있다. 때문에 인증 받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청하는 소비자와 시민사회, ESG경영을 지지하는 투자자의 흐름에 발맞춰 기업의 비콥 인증 수요는 더욱더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 Amex Trendex 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응답자의 71%가 ‘의류, 식품, 기술, 여행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의 소비 ’를 꼽았으며, 응답자의 76%는 ‘비콥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전 세계 약 8천명 여행객 대상). 더불어 2021년부터 나스닥에서는 상장기업들을 위한 ESG보고 가이드 중 하나로 비랩과 비콥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비콥 기업에 대한 최근 사회 인식과 시장의 태도를 보여주는 예다.

SBA2030 출범 – 조나단 노망드 비랩스위스 CEO 제공
SBA2030 출범 – 조나단 노망드 비랩스위스 CEO 제공

소비자와 시장의 비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신뢰는 비콥의 한결 같은 행보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비랩 스위스와 비영리단체 InTent가 런칭한 스위스 어젠다 2030 위원회(Swiss Boards for Agenda 2030, 이하 SBA 2030)’의 연합이 공식적으로 발족되었다. 벨레다(Weleda) 에코로보틱스(Ecorobotix), 네프(Naef) 등 비콥 기업은 물론, 프라이탁(Freitag) 등 비콥이 아닌 기업들도 창립 멤버로 이름을 함께 올렸다. SBA2030연합은 쉽게 말해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고자 하는 스위스 CEO들의 모임이다. 기업 이사회의 선언과 각종 정부 정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도록 돕는다. 즉 ‘주주 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체질적 전환을 주도하는 실천적 모임이다. 비랩스위스의 CEO 조나단 노망드(Jonathan Normand)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도전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이를 먼저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SBA 2030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돕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위한 시스템 체인저로서 비콥과 비랩의 메시지는 기업과 생태계에 강력한 행동으로 전파되고 있다.

또한 비콥은 같은 목적과 비전을 추구하는 동료 기업을 만나는 커뮤니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함께’ 사회변화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비콥 커뮤니티 안에는 산업별, 지역별, 이슈별 어젠다를 공유하고 참여 및 행동을 이어가는 이니셔티브들이 다수 존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 및 유럽에 기반을 둔 비콥 기업들과 비랩 EU의 캠페인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라!(Stand with Ukraine), 더 이상 뷰티 산업이 미치는 부정적인 사회 환경적 영향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더 나은 관행을 만들겠다고 뭉친 비콥뷰티연합(BCBC), 사회에서 배제되는 모든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옹호하며 여성 리더십의 진작과 성장을 위해 조직한 비영리조직 위더체인지(We the Change) 등이 한 마음을 모았다.

(출처. 나스닥 ESG Reporting Resources )
(출처. 나스닥 ESG Reporting Resources )

코로나19 이후 인간과 사회, 그리고 환경이 서로 연결되어있고,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과 사회, 그리고 기업이 함께 변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요청은 안팎으로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개별 기업의 미션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장치이자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행동하는 커뮤니티로서의 비콥, 이 비콥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종현 아시아벤처필란트로피네트워크(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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