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인사이트아프리카]나이지리아 축구 관중들의 분노
[류지선 의 인사이트아프리카]나이지리아 축구 관중들의 분노
  • 류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01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어 소셜 미디어의 뉴스 피드를 확인하는데 나이지리아의 두가지 소식에 잠이 확 깨었다.

첫번째는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가나와 1-1로 비겼다는 소식이었다. 며칠 전 가나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는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이다.

문제는 경기 직후 였다. 6만명의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나이지리아 관중들은 분노가 폭발했다. 그라운드에 난입을 하여 기물을 부수고, 가나 선수들에게는 물병을 던지고 화염을 피웠다. 이로 인해  잠비아 출신인 FIFA 도핑 담당관이 경기장에서 근무하던 도중 사망했다. 경찰들이 관중들을 수습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경기 직후 경기장에 난입한 나이지리아 관중들출처: thecable.ng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경기 직후 경기장에 난입한 나이지리아 관중들출처: thecable.ng

두번째는 수도 아부자(Abuja) 와 나이지리아 북부 대도시인 카두나 (Kaduna)  주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에 무장 괴한들이 난입하여  승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하여 9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을 입고, 20명 이상이 숲으로 끌려가 납치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납치된 승객들의 숫자와 정보는 아직 불분명하다.  사망자 중에는 현 집권당인 APC(All Progressive Congress) 의 청년 지도자, 기업 은행장, 다음주에 출국 예정이었던 젊은 의사 등이 포함되어 나이지리아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 

사실 이 열차는 치안이 불안한 북쪽 지역을 여행하는 정치인, 사업가 등이 주로 이용하는 프리미엄 교통 수단이다. 육상 도로는 보코하람 등 테러 리스트들의  주요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동 열차는 나이지리아의 연방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5천억의 차관을 들여 2019년에  완공되어 150km구간 사이를 운행하는데  열차표 가격은  2만원에서 4만원 정도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KTX  비용과 비슷한 셈이므로 가난한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는 가격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 대통령 부하리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그의 지지 근간인 북쪽 지역 서민들에게  납치와 테러는 이제 일상이 되었는데 이제는 고위급 인사들의 지지마저 이 사건으로 추락했다. 교통부 장관 아메치(Amaechi)는 펀치 신문사 와의 인터뷰에서 이 테러 사건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하였다.

‘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디지털 안전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고 3십억 나이라 (약 60억) 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승인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장비가 없기 때문에 테러가 발생 해도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고 안타까운 목숨들을 잃었다. 심지어 몇명이 납치 당했는 지도 모른다. 희생된 목숨들의 가치는 이 장비들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이 열차를 수리하는 것만으로도 3십억 나이라 이상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은 환율도 올랐다. 진정성을 가지고 정부에 요청을 해 봤자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punch 기사 인용)

즉 이 열차 사고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부정 부패를 비롯한 총체적인 문제의 결과 중 하나인 것이다. 다른 기사에서는  동 열차가 테러의 타겟이 되고 있다는 내부 정보도 정부가 이미 입수를 했는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도 한다.

다시 축구 소식으로 가서 성난 군중들의 행동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나이지리아인들의 반응을 보면 그들의 분노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우리도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었다.  휘발유 가격은 치솟고, 전기 요금은 올라가고, 물가도 상승하고, 치안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축구였는데 이것마저 패배했다. 서민들의 분노는 축구 경기를 넘어서 일반 서민들이 견디기 힘든 이 모든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노를 절제해야 한다. 이것은 정신 건강의 문제다.’ (Bode Ajayi)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와 북부 대도시 카두나 주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 (사고 전과 후)출처:  NRC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와 북부 대도시 카두나 주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 (사고 전과 후)출처: NRC

2억 인구 중 70% 이상이 25세 이하인 젊은 국가, 나이지리아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정치인들이다. 한 유명 정치인 Foyose 의 아들 Funsho 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 그램에 아버지에 대해 공개 글을 올렸다.

‘아버지, 나이지리아에 산재안 이 문제들을 해결할 로드맵이 없다면 대선에 나서지 말아 주십시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세계에 메아리를 치는 나이지리아 청년들의 분노, 희생, 절규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느껴 지기를  바랄 뿐이다. 

[편집자주:본 칼럼의 의견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