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스페셜 인터뷰]나이지리아 여성이 바라 본 한국 사회의 성평등 이슈
[류지선 의 스페셜 인터뷰]나이지리아 여성이 바라 본 한국 사회의 성평등 이슈
  • 류지선 전문기자
  • 승인 2022.02.2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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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note)현재 나이지리아 여성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공무원이면서 최근 한국 정책 대학원(KDI) 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조안 레슬리 씨를 인터뷰하여 한국 사회의 성평등 이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조안 레슬리


류: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제 이름은 조안이며, 나이지리아의 연방 수도인 아부자에 위치한 여성부에서 커뮤니티 개발을 담당하는 책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여성들, 소녀들 및 취약 계층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해서도 발의, 자문을 하기도 합니다.

류: 여성부에 지원하여 일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원래 인도주의적인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중 여성들, 토착민, 과부의 환경 개선을 위한 열정을 갖게 된 데에는 제 성장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자랐는데 제 주변에는 사회, 경제적으로 불평등하고 힘든 환경에서 고생하고 애쓰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저 개발된 지방의 여성 셋 중 한 명은 육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를 받습니다. 비록 저는 감사하게도 매일 기본적인 생계 문제에 한 걱정 없이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10대 때부터 소외 당하는 여성 공동체를 위해 일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류: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당신처럼 전문직의 여성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어려움은 나이지리아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하고, 이것이 정당화되는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여성의 사회, 경제 활동이 늘어나고 있고 처우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류: 나이지리아에서 가정이나 직장등 여성의 교육이나 성평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요? 

정부의 성 평등 캠페인 등을 통해 점차 여성의 역량 강화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문자 독해율이 62% 정도이므로 전반적인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교육의 기회, 사회적인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반면, 여성은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가정을 돌보아야 하고 모든 책임을 지어야 합니다.

류: 나이지리아 여성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모든 여성에게 질 좋은 교육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나이지리아는 지역별로 교육의 질에 대한 편차가 심하고 같은 지역안에서도, 마을 별로도 차이가 납니다. 정규 교육이든 사교육이든 모두가 수준 있는 교육을 받아야 지속 가능한 인적 자원 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에 사는 여성이라고 해서 양질의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되면 안됩니다. 또한 여성에 대한 고용 기회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성 차별적인 인식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취업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류: 흥미롭게도 작년에 한국 정책 대학원(KDI)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는데, 한국에서의 경험은 어땠는지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지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경험은 참 놀랍고 인상깊었습니다. KDI에서 배우고 경험한 과정은 제가 나이지리아에서 다른 석사 과정을 이수했을 때와 매우 달랐습니다. KDI 교수님들은 늘 제 눈높이에 맞추어 소통을 해 주셨고, 좋은 친구들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류: 혹시 한국에서 지내면서 한국 여성을 나이지리아 여성과 비교 했을 때 흥미롭다거나 신기하다고 생각된 점이 있었나요?

한국 여성들은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직면한 모든 어려움을 똑같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류: 한국의 성평등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한국에서는 여성 혐오 범죄, 성 범죄율 및 남녀간 임금 차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모든 영역에서 성장을 했지만 유독 성평등에 있어서는 지수가 낮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KDI수업 중에도 젠더 이슈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한국은 과거에 비해 여성의 인권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직장에서의 차별 문제, 임금 격차, 그리고 비현실적인 미의 잣대를 대는 문제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정책 결정자 분들은 한국 문화와 전통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젠더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류: 여성부에서 재직하며 가장 뿌듯하고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제가 불이익을 받고 있는 여성들에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와줄 수 있었을 때였습니다. 장애인 담당 부서에서 일할 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한 장애인이 휠체어를 정부에 신청 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도와주고 직접 휠체어를 그분의 집까지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여성분이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제 일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반면 제가 누군가에게 직접 도움이 못되어 줄 때는 마음이 힘듭니다.

류: 여성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프라 윈프리를 존경합니다. 오프라는 십대 시절에 성적인 학대를 받았고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훌륭하게 살고자 결단을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선을 위해 늘 주변을 돌아보고 이 세상에서 자신과 같은 여성에게 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을 늘 칭송합니다.

류: 자신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면 하고 싶은 일은?

현재 나이지리아 여성 정치인 비율이 30%인데 50% 로 늘리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더 많은 여성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면 여성을 위한 정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고충은 여성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므로 미래 복지와 우리 삶의 영향에 주는 문제들이 꼭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한국분들을 사랑합니다. 언제나 근면하며 무슨 일을 하든지 전문성과 탁월함을 가지고 임하는 자세를 늘 존경합니다. 한국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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