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익 칼럼]북극항로는 미래 한국의 새로운 활로다
[정태익 칼럼]북극항로는 미래 한국의 새로운 활로다
  • 정태익 한국외교협회고문/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10.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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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일본 국적 대형 선박 ’에버기븐‘호가 좌초해 전 세계 물류 대란이 일어났다. 전 세계 해운사들은 북극항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항로다.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것보다 운항거리와 시간을 7,000km이상 과 10여일 각각 단축시킬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줄고 쇄빙선 성능도 향상되면서

겨울에도 운항이 가능해졌다. 지난 1월 액화 천연가스(LNG)를 실은 쇄빙LNG선이 시베리아 북서부 북극해의 야말반도 사베타 항을 출발해 중국까지 항해했다. 1869년 개통한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항로다. 운하가 개통되기 전에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을 돌아가야 했다. 영국은 개통 6년 만에 사실상 운하를 지배할 기회를 얻었다. 재정위기에 몰린 이집트 이스마일 파샤로부터 주식의 44%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지배는 1952년에 종식되었다. 군사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나세르 대통령이 1956년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시 이집트는 15척의 화물선을 운하에 세워두어 통행을 막았다. 1973년에 가서야 풀렸다. 수에즈운하는 세계 상품 무역량의 12%를 책임지는 세계의 핵심요충지다. 2025년 전후부터는 사정이 급변할 수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근 해역을 영해라고 우기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가 공해인 만큼 자유통항 권리가 있다며 미해군 군함을 통과시키고 있다. 미중의 기싸움은 실제 충돌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 그 불똥은 우리에게 튄다. 미⸱중의 해상충돌은 남중국해를 지나가는 우리 선박의 뱃길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의 강압적 행태에 대처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미국의 대열에 참여하면 중국은 우리의 남방 해상 수송로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 북극항로가 대안이다. 이 항로는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

북극항로의 화물량은 증가추세다. 2025년엔 8000만 t, 2030년엔 1억 t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은 겨울엔 얼음이 많아 쇄빙선이 필수다. 지구온난화로 2030년에는 북극항로가 완전히 녹는다고 한다. 쇄빙선 건조경쟁이 치열하다. 러시아는 쇄빙선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중국은 2척이 취역했다. 미국은 현제 2척이지만 2029년까지 3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한국은 아라온호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라온2호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제부터 북극항로 활용계획, 물류대책, 안전보호 전략 등을 세워야한다. 북극항로의 허브기지는 부산이다. 부산엔 국내최대 항만과 해군작전사령부가 있다.

전진기지는 동해시다. 동해시엔 동해항과 묵호항 등 국제항이 2개나 있고 해로를 보호할 해군 1함대사령부도 있다. 동해시가 명실공히 전진기지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근 삼척시와 제천을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되어야한다. 고속도로는 바다와 내륙을 연결하는 물류기반의 핵심이다. 북한도발에 대비해 1함대는 더 보강되어야한다. 북극항로는 경제적 효과와 함께 안보차원에서 고려할 요소가 많다. 유사시 수에즈 바닷길의 대체항로이다. 미중전략경쟁 격화로 중국이 남중해수송로를 막을 경우는 한국이 중국의 북극항로를 차단하여 중국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카드로 쓸 수 있다. 남방해상수송로가 미국 등에 의해 차단될 경우 중국이 북극항로를 활용하려 할 것이다. 한국이 관문을 지키고 있어 대중국 레버리지로 쓸 수 있다.

이런 전략적 여건으로 중국의 과도한 행위는 자제할 수밖에 없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3불 정책과 같은 굴욕외교는 더 이상 없게 만들 수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우리의 외교공간을 넓혀줄 수 있는 매우 유효한 국정과제인 것이다. 북극항로 협력은 한·러 양자 간 극동개발사업의 중심사업으로 대두 될 것이며, 한·러 간 신뢰구축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한·러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창의적 접근방법으로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국은 북극항로 개척으로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되어 남북통일은 물론 동북아평화와 번영을 주도하는 기관차 국가가 될 수 있다.

부산이 아시아의 로테르담이 된다면 상하이와 싱가포르에 비견되는 국제 항만도시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허브국가가 되는 것은 가까운 미래이다. 북극항로 개척의 적극화가 시급한 국가과제이다.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고문은 주이집트 대사, 주이탈리아 대사, 외교안보연구원장,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주러시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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