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스페셜 인터뷰] 아프간인이 말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류지선 의 스페셜 인터뷰] 아프간인이 말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 류지선 칼럼 전문기자
  • 승인 2021.09.03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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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안좋아"
"탈레반, 지난 20년동안 무고한 시민 살해, 폭탄테러, 학교에서도 테러 자행한 동일인들"

편집자 주: 동 인터뷰에 응한 아프간인의 이름과 소속은 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기재됨을 양해 바랍니다.

류지선 칼럼 전문기자는 한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유학중이던 아프가니스탄인 X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X씨는 아프가니스탄의 공무원 신분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대해 X씨는 두려움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X씨는 한국에서의 망명이 어려워 인터뷰 직후 외국으로 출국했다.

류지선 전문기자가 아프가니스탄 유학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지선 전문기자가 아프가니스탄 유학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 먼저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 저는 한국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며, 아프간 정부기관 소속의  상급 공무원입니다.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올해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류:현재 모국에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탈레반이 거의 모든 도시들을 장악하면서 특히 국제기구, 대사관, 국방 및 경찰국쪽에서 일했던 지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많이 두려워합니다. 정부기관에서 고위급에 주로 있는 제 친구들,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지인 대부분이 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대피하여 수색작업을 펼치며 위협하고 있는 탈레반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류:탈레반이 완전히 아프간을 장악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현재 아프간 상황은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안좋습니다. 탈레반은 겉으로는 ‘ 우리는 2001년도의 탈레반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 그들의 행동은 말과 전혀 다릅니다.

솔직한 제 소견을 드리자면, 이런 제스처는 탈레반이 UN 및 국제사회로부터 ‘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교 국가’ 라는 명을 공식으로 인정받기 위하고자 함에 불과합니다. 바로 그렇게 말한 이들이 지난 20년동안 권력을 위해 무고한 서민들을 살해하고, 공공 장소에 폭탄을 투하하고 심지어 학교에서도 테러를 자행해 왔던 동일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지난 몇주간의 상황을 보면, 날이 갈수록 걱정이 됩니다.

류:지금의 상황은 예고된 것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 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간의 협상이 시작될때까지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았고 곧 평화협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두달 정도 전까지 탈레반이 정부의 평화 협정 절차를 거부하고 계속 공격을 가하는 걸 보면서 아마도 정부가 내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권력을 일정부분 이양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제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면서 탈레반은 도시들을 너무 쉽게 장악해갔고 어떤 곳은 총 한방 쏘지 않고 점령을 했습니다. 그들이 수도 ‘카불’에 도달하기도 전에 아프간 대통령은 타국으로 망명하고 말았습니다.

류:최근 탈레반 지도자들의 행보를 보면 이전과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아프간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탈레반의 점령으로 혹시 아프간의 미래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없을까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제 탈레반은 이전보다 훨씬 권력 지향적이며 언론 및 국제 사회를 향해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며 자신들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지방 도시에서는 국제 기구, 경찰, 국방쪽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수색하고 있으며 저는 이것을 동영상으로도 확인했습니다. 말로는 ‘우리를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는 너희가 과거에 무엇을 했던지 용서할 것이고 어떤 보복도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합니다만 그들의 언행은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류:하지만 탈레반도 결국 아프간의 국민이지 않습니까? 앞으로 좀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요?

-맞습니다. 탈레반도 저희 국민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그리고 현재까지 그들이 보여준 행보는 대다수의 아프간인들과 매우 다릅니다. 일단 대부분의 탈레반은 파키스탄 등의 이중 국적자들이고 이를 이용하여  파키스탄의 ISIS 및 다른 기관들과 협력하며 그들의 이득을 위한 일들을 수행합니다.

어쩌면 탈레반의 강력한 무기력을 바탕으로 부정부패를 줄이고 아프간의 안전을 수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이 국민의 자유와 정신 건강을 어떻게 수호할 것이며  특히 여성들의 인권, 빈곤 및 실업률 등의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언행 일치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솔직히 저는 탈레반으로 인해 아프간이 이전보다 나아지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국가 점령 후 2~3일도 안되어 다른 테러 그룹들이 폭탄테러를 자행하고 많은 서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하면서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에 대항하여 싸울 것이다’ 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반탈레반 테러 조직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류:자, 이제 아프간의 상황은 글로벌 이슈가 되었고 앞으로의 국가의 운명은 어쩌면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강대국 손에 달린 것 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방금 언급하신 국가들이 현 아프간의 정치 상황에서 외교적인 게임을 할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국가들은 탈레반을 지지할 것이고, 어떤 국가들은 반대하겠지만 다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이지 현재 아프간에 생존해있는 저희 국민들의 삶을 고려해서가 아닙니다. 며칠 전 카불 공항근처에서 발생한 테러로 180명 이상의 아프간 서민들과 13명의 미군이 희생 되었을 때 상황만 보더라도 아실 것입니다.

류:한국 정부가 391명의 아프칸인들을  ‘난민’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특별 기여자’ 신분으로 우여곡절끝에 구출하여 한국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한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네, 한국 대사관 및 한국 정부기관과 협력한 391명의 아프간인들이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게 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서 보여준 활동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특히 구출해 주신 아프간인들을 ‘특별 기여자’로 지정해 주심에 더 감사드립니다. 점점 안좋아지는 정세속에서 지속적인 한국 정부의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류:한국에서 몇달간 생활하면서 느낀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특히 하고 싶은 말이나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나요?

-제 생각엔 경제 대국인 한국 정부가 현재 한국에 체류중이거나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아프간인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아직 아프간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 서민들에 대해서도 안전 조처 및 탈출을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아프간에 평화가 올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아프간의 인권, 평화, 그리고 안정화를 달성하는데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몇달 간 한국에 살면서 저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고 국비 장학생을 수여해 준 한국 정부와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면에서 한국은 선진국인 동시에 세계 경제 대국입니다. 이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좀더 다양성과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까다로운 난민 절차를 좀더 원활하게 하고 국가, 종교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이중 잣대등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한국 뉴스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에 한국으로 대피시켜준 아프간인들을 ‘대한민국 특별기여자’로 지정 하였을때, 아프간인과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표현한 댓글들을 봤습니다. 자신들의 불편한 감정들을 페이스북이나 매체등에 표현을 하고 특히 아프간인에 대해선 종교와 연관지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들은 난민들을 반기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이 조국 미래에 대한 안보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프간인처럼 조국을 잃고 테러 집단에 쫒기며 어렵게 안전한 곳을 찾아 온 사람들에 그런 마음을 가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인도주의적인 마음으로 일단 생명을 살리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국 정부가 저희 국민들에게 주신 도움을 너무나 감사히 생각하고 이 도움이 아직도 목숨이 위태로운 많은 아프간인들에게 지속될 수 있기만을 희망합니다.

류:아프간의 미래를 낙관하시나요? 아니면 그 반대인가요?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겠지만 탈레반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위한 게임을 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볼때 저의 희망은 단지 ‘희망’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아프간인으로서 제 국가와 가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이 상태로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아마도 아프간은 과거 20년전  혹은 그보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빈곤, 실업, 내전, 이민 등의 혼란으로 가득한 곳이 되겠지요.


*참고로 인터뷰에 응한 아프간인은 한국에서 정치 망명자 자격 신청이 쉽지 않아 유럽 한 국가에 망명자 신청을 하기 위해 3일 출국을 하였고 향후 학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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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4 10:40:33
정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