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재생의 가치 더한 KT&G 상상마당, 문화명소 발돋움
예술에 재생의 가치 더한 KT&G 상상마당, 문화명소 발돋움
  • 안기정 기자
  • 승인 2021.08.13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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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G 상상마당 춘천 전경
사진-KT&G 상상마당 춘천 전경

산업화 시대에는 낡고 용도가 다한 건물을 헐어 활용 가능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낡은 건물이 가지는 상징성이 새롭게 조명받고 이를 고쳐쓰는 것이 경제적‧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생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로 영국 런던의 오래된 발전소는 테이트모던 갤러리로, 중국의 군수공장은 다샨쯔 미술거리로 바뀌었다. 국내에서도 문래동 철공소 밀집지역이 예술 창작촌으로, 성수동 경공업 공장 지대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상상마당 홍대에 이어 KT&G가 2011년 충남 논산시에 개관한 ‘상상마당 논산’과 2015년 강원 춘천시에 개관한 ‘상상마당 춘천’ 또한 지역 문화 활성화라는 취지에 ‘재생’의 가치가 더해졌다. 지어진 지 한 세대가 지났고 마땅한 용도가 없었던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킨 자체가 중요한 문화적 선택이라 평가받는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KT&G 상상마당 논산의 역사는 KT&G가 한천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1966년에 개교한 이래 수많은 어린이들의 배움의 요람이었던 한천초등학교는 지역 학생 수 감소로 인해 1992년에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한때 천여 명 정도의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에는 외롭고 쓸쓸함만이 남아 지역민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KT&G는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약 20년간 비어있던 시설을 매입해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 했다. 상상마당 논산은 ‘아트캠핑빌리지’와 ‘놀빛시장’ 등을 비롯해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작가들을 위한 각종 문화예술 행사의 무대가 됐다.

특히 매달 다른 콘셉트로 진행되는 ‘아트캠핑데이’는 2박 3일간 캠핑을 즐기는 동시에 공연과 강연 등의 다양한 이벤트도 체험할 수 있어 이색적인 캠핑을 즐기는 캠핑러와 가족들의 발길을 ‘상상마당 논산’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29일 강원도 춘천시 삼천동에 문을 연 KT&G 상상마당 춘천은 의암호의 아름다운 비경과 함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산책길로 유명세를 탔으며, 상상실현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상설 전시와 어린이날 축제 등 각종 문화예술 행사의 무대가 되면서 7년간 200만 명이 방문한 춘천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KT&G 상상마당 춘천의 역사는 42년 전인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80년대 한국을 대표한 최고의 건축가인 고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한국 현대건축 작품인 강원도 어린이회관이 전신이다.

1979년은 ‘세계 아동의 해’이자 춘천시가 전국소년체전의 아홉 번째 개최지로 지명된 해였다. 이를 기념하여 강원도는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 어린이회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춘천 어린이회관은 ‘호숫가에 피어나는 끝없는 동심세계’를 슬로건으로 1980년 5월 24일 개관했다. 춘천어린이회관은 다양한 공연과 전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린이회관은 초창기 역동적인 발전상을 보였지만, 운영 주체의 잦은 변경과 운영자금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춘천어린이회관은 유지 비용이 막대했다. 향토박물관을 비롯해 회의실과 전시실 도서, 음악, 미술실 등 문화공간,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무대에 이르기까지 제대로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의 확보가 필요했다.

많은 시설이 노후된 채 방치됐던 어린이회관은 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 환경에서 정상적인 운영은 불가했다.

춘천시는 2012년 어린이회관의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했다. 단순한 어린이 전용 공간보다는 춘천시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계기는 KT&G의 상상마당이었다. 당시 KT&G 상상마당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KT&G는 강원도와 춘천시의 제안을 받아 긍정적으로 상상마당 춘천을 검토하게 됐다.

2012년 7월 16일 KT&G는 강원도-춘천시와 함께 상상마당 춘천 조성사업 협약을 맺게 됐다. KT&G는 춘천시와 실무협의를 통해 상상마당 춘천의 모든 공간을 상시 개방하고 건축물의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1980년대 건축작품을 그대로 복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KT&G는 우리나라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건축가의 작품을 허물지 않고, 지켜내야 한다는 의지로 날개 모습의 좌우 대칭 형태를 보여 일명 ‘나비’로 불렸던 건물의 붉은 벽돌과 기본 설계를 그대로 복원했다. 전체 시설의 매입 비용은 120억 원이었으나 복원하는데 소요된 리모델링 비용은 180억 원에 달했다.

이와 같은 노력 끝에 춘천 어린이회관은 아트센터로 재단장되고 강원체육회관은 숙박을 할 수 있는 스테이 건물로 태어나게 되었다. ‘상상마당 춘천’은 10여 개의 음악과 시각예술, 영화, 생활예술, 페스티벌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음악 장르를 중심으로 200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과 2,0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음반 녹음 작업이 가능한 라이브 스튜디오와 총 3개의 음악 연습실을 마련해 창작자를 위한 음악 레지던시 기능을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상상마당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허브”라며 “대중들에게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나은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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