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결과와 후속조치 "전략적 이익균형 나타낸 사례로 평가"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후속조치 "전략적 이익균형 나타낸 사례로 평가"
  • 김재범 前주우루과이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5.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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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동맹의 새 장(章)을 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포괄적 동반관계를 구축할 제반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그간 미중갈등의 중간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온 우리정부가 미국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중국을 자극하는 표현은 피하고자 노력한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동맹인 미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중국 사이에서 추구하고 있는 ‘전략적 이익균형(strategic balance of interest)’을 나타낸 사례로 평가된다.

우선 국내 각계각층에서는 예고되지 않았던 구체적 성과의 하나인 미사일사거리 제한의 완전해제가 자주적 안보역량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크게 반기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5월 22일 재중 사회학자 리명정의 기고문을 통해, 지난 5월12~13일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통합국방협의체 회의 결과와 국군의 현무-4 계열 미사일 개발계획을 뒤늦게 비난함으로써 대응했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측은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남중국해 및 여타지역에서 평화,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력체 “쿼드(Quad)를 포함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하여 중국을 자극하지 않은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미일 공동성명과 비교해보면 중국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 없었음은 물론 중국이라는 국명조차 거명하지 않았고 신장위구르자치구 및 홍콩에서의 인권침해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5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문제는 중국의 순수한 내정으로서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 관련국들은 대만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하며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관영 환구망(環球網)도 5월 22일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및 남중국해가 언급된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면서, “수천 자에 달하는 한미 공동성명에는 양국이 5G, 6G, 반도체를 포함한 신기술, 기후변화 등에서 새로운 연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며 경계심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중국내 전문가들은 비교적 온건하고 중립적인 평가를 내놨다. 예를 들어,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5월 22일 “공동성명에서 대만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음을 볼 때 한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선을 지켰고 반중진영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중국이 내심 더 우려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한미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등 미국의 주요 전략품목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경제기술동맹의 단계에 진입하여 중국을 공동으로 견제하려 할 가능성일 것이다. 공동성명은 “공동의 안보·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첨단기술 분야에서 동반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해외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희토류) 및 의약품은 물론 인공지능(AI), 5G, 차세대 이동통신(6G), 오픈 랜(Open-RAN) 기술, 양자(quantum)기술, 바이오기술 등이 포함된다. 이들 분야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탈취를 막고자 중국의 미국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민감한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저지해온 미국의 노력에 대한 우리나라의 협력의사를 밝힌 것이다.

양국이 범세계적 백신 동반관계(global vaccine partnership)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은 단순한 백신스와프를 뛰어넘는 획기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범세계적 백신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놨다. 양국 정부와 기업이 5월 22일 워싱턴에서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으므로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 분야 역시 중국의 백신외교와 충돌하게 될 소지가 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동의하며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며 한미양측의 접근법이 병렬적으로 반영되었으며, “양국은 국내외에서 민주적 규범, 인권 및 법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하여 인권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고,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다행히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이상으로 볼 때, 일각에서 지금까지 우려해온 우리나라가 그동안 유지했던 미중 사이의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사정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 이루어진 합의이므로 정부는 중국도 이를 이해하고 한중관계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해나가도록 직간접적인 설득 외교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이제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한 여건이 한층 더 성숙했다고 판단하고 우리정부에게 요구할 사항이 무엇인지 정리된 상태에서 방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양국 정상이 제반분야를 망라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정부당국자 간의 긴밀한 협의의 산물일 것이다. 앞으로도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양국의 각계각층이 해당 분야에서 상호 빈번하고 긴밀한 조율과 공조를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사이버 및 우주 분야 협력을 구체화하는 데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그리고 한미양국이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기로 합의한 이상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과감히 철폐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는 등 원자력산업 육성에 매진해야 한다. 중국 및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원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일은 경제적 이익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됨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최대 관심사인 한반도비핵화를 향한 진전여부에 관해서는 북한당국 및 각국정부의 공식 반응을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북측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의 평화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선호하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로 복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특사를 조속히 임명할 것을 요청해왔는데, 한반도문제에 오래 관여해온 성 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이 임명됐다. 앞으로 김 특사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한 내 기존인맥을 잘 활용하여 대북협상에서 어떤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요성을 강조해온 한·미·일 3국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일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나 성노예 및 강제징용 관련문제에 대한 해법을 우리 측이 먼저 제시하라는 일본의 요구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에 더하여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홍보물에 독도를 일본영토인 양 표시하는 등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한일관계 개선은 비현실적이므로 현행의 병행접근법(two-track approach)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미국정부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일본에 비해 중국으로 과도히 경사된 현재의 외교구도를 시정해나감을 장기적 목표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5월 23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한·미·일이 미국의 압력에 따라 외교부장관, 안보실장, 정보수장 간의 회담에 이어 국방부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끝으로, 미국과는 국산 반도체 및 배터리의 미국 내 생산에 투자하고 미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담당하게 된 것과 같이, 장기적으로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낮춰가면서 호혜적 새 업무모형(new business model)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5월 24일 ‘중국공산당 100년과 중국발전 세미나’ 축사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디지털경제와 인공지능(AI), 공급사슬, 데이터링크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경제발전의 이익을 공유하고 중국의 발전 급행열차를 함께 탔으면 한다”고 했다. 물론 세부적으로 검토하면 미국과 협력하는 편이 더 나을 일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다 보면 이해관계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국가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미국정부가 1992년 한·중수교를 환영하면서 “한국이 새로운 친구를 맞는다고 오랜 친구와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한 바와 같이, 정부가 앞으로도 한반도문제를 위요한 미·중 간 이해충돌을 지혜롭게 조정해나가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역량을 십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위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김재범 대사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정책·북한부장, 주 우루과이 대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외교특임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미협회 상근부회장, 국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왕립아세아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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