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백신확보, 반도체 협력, 그리고 쿼드참여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백신확보, 반도체 협력, 그리고 쿼드참여
  • 이강국 前시안 총영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5.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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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에서 특별한 잘못이 없고 특히 경제상황이 좋으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재선을 위한 선거에서 패배한 대통령은 카터, 부시(아버지 부시), 트럼프 대통령 등 세 명에 불과하다. 카터 대통령은 무리하게 인권외교를 내세워 미국의 지도력을 약화시키고 이란 인질 구출작전에 실패함으로써 결정적인 타격을 입어 할리우드 영화배우 출신 레이건에 패배했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가 악화되고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출마하면서 공화당 지지표가 분산되어 아칸소주지사였던 무명 정치인 클린턴에 패배했다.

트럼프는 원래 재선에 실패할 수 없는 구조였으나, 좋았던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타격을 받고 자신도 감염된 와중에 치러진 선거에서 사전투표와 우편투표가 대대적으로 실시되면서 근소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 행정부는 추격해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Initiative)’을 실시하고 기술굴기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선에서 격렬한 대결이 벌어지고 미증유의 개표 지연에 의사당 난입 점거 사건까지 발생하였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이어받아 더욱 정교하고 단단하게 실시하고 있다.

첫째, 화웨이 등에 대한 반도체기술 봉쇄를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회로선폭 1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제품기술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14nm 이하 제품설계에 필수적인 전자설계자동화 기술 등 반도체기술을 원천 봉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잘라 후환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생산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와 IT기기의 생산차질을 우려해 미국내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재구축하려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과 ‘아메리칸 파운드리법’ 등 입법과 각종 인센티브 지원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로 구성된 비공식 안보 협의체)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기반으로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함과 동시에 군사안보적 기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해공군 전력증강 및 현대화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해외 해군기지 확보와 해외 전략적 항구 건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쿼드는 이러한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제 쿼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축과 코로나 백신 제공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참여국을 늘리는 ‘쿼드 플러스(QUAD plus)’도 추진되고 있으며, 한국, 베트남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셋째,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는 9월 11일까지 군대를 완전히 철수시키겠다고 공식 선언하였다. 올해 9월 11일은 9·11테러가 20주기를 맞는 시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의 무덤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소련은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여 아프가니스탄 수렁에 빠지면서 국력이 급속히 쇠퇴하고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냉전에서 이기고 국제질서를 주도해왔던 미국도 9·11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이어서 이라크까지 공격하면서 국력을 낭비하여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이 약화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은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와 관련하여 숨겨진 의미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접경 지역이 바로 회교도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등 이슬람 원리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이 준동하고 있는 곳인데,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장기 주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들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침투 역량을 약화시켜 중국을 도와준 셈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탈레반 세력의 부활 위험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지만, 이것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에 부담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결정은 중국, 코로나19과 같은 도전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팽창을 막아야겠다는 미국의 결기가 느껴진다.

이제 미중패권 경쟁이라는 신 냉전은 한국에 대한 샌드위치 압박으로 몰려오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이러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곧 미국을 방문하여 5월 21일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회담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고 중요한 이슈도 많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다.

첫째, 백신 문제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조속하고 확실한 백신 확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민을 비롯하여 멕시코·캐나다 등 주변국, 쿼드 국가에 백신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 다음에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이 꼽히고 있어 한국은 후순위로 밀린다. 특히, EU가 18억 회분을 싹쓸이 하였으며 인도의 코로나 19 감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백신 수요가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백신이 제대로 공급되어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11월 국민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설령 11월에 가능하다해도 이것은 너무 늦다. 다른 나라들은 마스크를 벗고 휘파람을 불고 있는데, 세계 6대 무역대국인 한국 국민들은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마스크를 쓰는 것은 감수한다 해도 국민들의 건강문제와 정신적 피해, 경제적 타격은 어떻게 할 것이며, 소위 ‘백신 여권’이 도입될 경우에 백신 접종률이 낮은 한국이 받을 타격과 신용도 하락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번 회담에서 백신확보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반도체 협력문제이다. 반도체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등 핵심 기술·생산의 자체 공급망을 갖추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 협력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질 것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이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하여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같이 가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정부 차원의 협력은 물론 기업차원의 협력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는 경제계,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이재용 부회장 사면 요청에 귀 기울여 신속히 결단해야 한다.

셋째, 쿼드 참여 문제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쿼드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은 쿼드가 동북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될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7일 최종현 학술원이 ‘쿼드와 한국’을 주제로 개최한 화상 토론에서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은 “쿼드는 가치를 공유하고 세상에 대해 유사한 관점을 가진 국가들이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지 공식적인 기구를 창설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쿼드의 현안으로 백신, 기후변화, 기술을 언급하면서, “쿼드는 아시아판 나토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현직 주미 특파원 모임인 한미클럽이 추진한 인터뷰에서 4명의 전직 외교안보수석들은 쿼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는데, 이들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쿼드 참여 문제에 관한 논리를 세우는 데 있어서 전통적인 비동맹 국가인 인도가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정식 회원국(full membership)이 되기보다는 먼저 워킹그룹(working group)에 참여하고 그 후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미 당국자는 “한국 친구들과 (쿼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더 긴밀한 협의나 참여를 언제든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동맹국간에 이러한 숨바꼭질식 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애매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중간에 전략적 모호성을 기반으로 하는 외교는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중요 현안 분야들에서 소외될 것이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 백신 보급과 관련해 상당히 다급하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참여도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기술을 매개로 세계 주도권 의지를 분출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 등 다양한 형태의 산업동맹을 추진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표준화 작업을 선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밸류체인 전환 움직임에서 뒤쳐지면 한국은 설자리가 없게 된다. 잘못 선택하면 한국의 산업기술 능력도 강화하지 못하고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 영향력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쿼드 참여를 기반으로 선진 대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 개발에 있어서 국제적 입지를 다져 나가야 한다.

(위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는 중국 연수, 주중국대사관, 주상하이총영사관, 주시안총영사관 근무로 13년 7개월 동안 중국에서 생활했다. 미국 UCSD에서 공부하였고, 주베트남대사관과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서도 근무하였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정책』을 저술하였으며, 현재는 성균관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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