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중동 6개국 순방 평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중동 6개국 순방 평가
  • 송금영 前주탄자니아 대사/ 정리=이지연
  • 승인 2021.04.2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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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21년 3월 24일~3월 30일간 사우디, 터키,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레인, 오만, 이란 등 중동 6개국을 순방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대륙 순방외교 차원에서 금년 1월 아프리카 5개국 및 아세안 4개국을 방문하였으며 이어서 7년 만에 중동을 순방한 것이다. 2021년 초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고 코로나 감염이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어려운 시기에 왕이 부장의 중동 순방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왕이 부장은 중국이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약 50%가 중동산인 만큼 에너지 자원 확보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는 사우디, UAE, 오만, 이란 외무장관 면담에서 에너지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2019년 중국의 원유 수입액은 2,387억 달러이며, 이중 사우디가 401억 달러, 오만이 164억 달러, UAE가 73억 달러, 이란이 71억 달러를 각각 차지하는 등 중동은 중국의 중요한 원유 공급선이다. 중동 산유국들도 중국과 지속적인 에너지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셰일(shale)혁명으로 2014년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저유가가 지속되자 국내 총생산의 60%를 석유 및 가스에 의존하는 중동 산유국들은 에너지 수출 시장의 지속적인 확보가 절실한 실정이다.

둘째는 코로나 확산으로 침체된 중동 경제회복 지원과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사업의 강화이다. 왕이 부장은 중동 6개 순방국 외무장관과 면담에서 철도, 통신, 항만 건설 등 일대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과 사우디의 비전 2030(Vision 2030), 터키의 중간회랑(Middle Corridor) 사업, UAE의 50년 국가개발계획과 연계하면서 5G, 인공지능 등 디지털 경제의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해 일대일로 사업을 공세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현재 중동 19개국이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체결하였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위해 2015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였으며 54개국 창립 회원국 중에 사우디, 오만, UAE,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중동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금년 10월 27일~10월 28일간 제6차 AIIB 연례 회의를 UAE가 주최하는 두바이 세계엑스포 계기에 개최키로 하였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3년마다 개최되는 중국・중동 정상회담을 금년에는 중동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왕이 부장은 3월 29일 오만 외무장관과 면담에서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 회원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방안에 대해 협의하였다. 현재 중국은 2020년 아랍국가들과 무역 규모가 2,400억 달러로 중동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며 GCC와 FTA 체결에 주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중국은 이란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였다. 왕이 부장은 3월 27일 이란 외무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2018년 탈퇴한 이란핵협정(JCPOA)의 복귀를 강조했고 코로나 공동 대응, 경제협력, 이란의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하였다. 왕이 부장은 금년이 이란・중국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고 강조하고 25년간 포괄적 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주요 외신 보도에 의하면 이번 협정에 따라 중국은 25년간 철도, 항만 등 이란의 인프라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대가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란에 대해 2010년~2020년간 약 182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14년 양국 무역 규모는 520억 달러였으나 미국의 2018년 대이란 경제제재 조치로 200억 달러로 축소되었다. 금번 중국・이란 간 포괄적 협정 체결로 중국은 25년간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었고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에 대응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넷째, 현재 중동이 직면한 주요문제는 코로나 확산 방지인 만큼 중국은 보건 외교에 주안점을 두었다. 왕이 부장은 금번 중동 순방을 통해 중국이 코로나 방지에 주도적인 국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중동 의료시장 진출에 유리한 기반을 구축코자 하였다. 왕이 부장과 UAE 외무장관은 3월 28일 회담을 갖고 UAE가 걸프 지역에서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는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UAE는 2020년 12월 초 중국산 코로나 백신에 대한 3단계 임상을 실험한 결과 86% 효능이 있다고 하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국산 백신 생산을 승인하였다. 이어서 바레인도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승인하였고 2020년 12월 중순 UAE와 바레인은 중국산 백신으로 자국 국민들에게 접종을 시작하였다.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 등은 미국과 독일이 공동 개발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중동에 대한 영향력 제고를 위해 백신 공급 등 보건 외교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중국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 신장의 인권문제 등 주요한 사안에 대한 중동국가들의 지지를 확보코자 한다. 왕이 부장은 3월 28일 UAE 외무장관 면담에서 최근 중국 신장지역의 무슬림 주민들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인권문제 거론에 대해 인권이라는 이름 하의 외세 개입에 반대한다고 강조하였으며, 3월 29일 오만 외무장관 면담에서 오만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 지지에 사의를 표명하였다. 중동국가들은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국의 과도한 개입을 견제하고 자국의 원유 수출과 투자 유치를 위해 세계 제2위 경제 강국인 중국의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석유 및 가스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홍해와 페르시아만에서 안전한 항해를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 해적퇴치 및 선박의 자유 항해를 보장하기 위해 2009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한 청해 부대의 작전 범위를 2020년 1월 중동의 페르시아만까지 확대하였다. 다행히 이란 정부는 2021년 1월 페르시아만에서 억류한 한국 유조선과 선장을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4월 9일 석방하였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주요 해역에서 항해 보장을 위한 국제 협력에 동참하면서 중동국가들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제위상 제고 차원에서 중동지역의 난민지원 및 평화 구축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증액이 요망된다.

* 송금영 대사(geumyoungsong@gmail.com)는 주카자흐스탄 공사, 주탄자니아 대사를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러시아의 동북아 진출과 한반도 정책』(2004, 국학자료원), 『유라시아를 정복한 유목민 이야기』(2018, 민속원), 『아프리카 깊이 읽기』(2020, 민속원) 등이 있다.(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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