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대응 방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대응 방안
  • 임한택 前주루마니아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4.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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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023년부터 해양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하자, 다음 날인 4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동 사안의 국제해양법재판소(이하 ‘ITLOS’) 제소 및 잠정조치 요청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였다. 정부는 그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등에 대응에 집중하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 대처에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이하 ‘IAEA’) 등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비한 지지를 꾸준히 확보하고, 이를 기초로 오염수 방류를 공식 결정한 것이다. 일본은 IAEA의 동의를 얻은 투명한 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로 인해 영향을 받을 주변국들과 충분한 교감없이 독자적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한 국제적 비난이 일고 있다. 인접국인 우리로서도 마땅히 일본의 일방적인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의 연장선 차원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서 과학적이며 국제법적으로 차분하게 접근해야 문제이기 때문이다. ITLOS 제소 및 잠정조치 등 국제법적 접근도 가용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잠정조치에 대해 살펴보면, 한・일 양국이 모두 「유엔해양법협약」(1982)의 당사자로서, 해양오염에 관한 문제는 동 협약상 규정된 의무적 분쟁해결절차에 따라야 하며, 양국이 국제사법재판소( ICJ)나 ITLOS를 미리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중재재판에 회부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재재판에 회부하고 잠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재판관 선임 등 중재재판소를 구성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므로, 대신 ITLOS가 잠정조치를 우선 판단하게 된다. ITLOS가 잠정조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중재재판소의 관할권이 일응 추정되고 청구국인 우리나라의 권리에 대한 급박한 위험과 심각한 위해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급박한 위험과 심각한 위해를 입증해야 하지만, 일본이 실제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 전에는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미치는 심각한 위해를 증명할 과학적 증거를 중·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 유사한 사건인 아일랜드와 영국 간 Mox공장 중재사건(2001)에서 아일랜드는 공장 허가 중지 등의 잠정조치를 요구하였으나, 재판소는 긴급성을 인정하지 않고 대신 양국이 협력하여 추가 정보 제공 및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중재재판소가 구성되면 ITLOS가 결정한 잠정조치의 유효성을 다시 심리하고 이어 본안 심리를 진행한다. 중재재판소가 우리의 청구가 협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문제인지를 판단하여 이에 대한 관할권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며, 관할권을 인정하면 본안을 심리하게 된다. 중재재판소는 통상 관할권을 인정하고 본안 심리를 진행한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각국에 대해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한다는 의무를 일반적이며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92조). 또한 각국은 해양환경오염을 방지・경감 또는 통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며, 타국의 환경에 오염 피해가 발생하거나 오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활동하고, 오염 피해를 타국으로 전가하거나 오염 형태를 변형시키지 않아야 한다(제194조).

구체적으로 협약은 각국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칙・기준 등을 고려하여 육상 오염원에 의한 해양오염의 방지・경감・통제를 위한 국내법을 제정하여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육상 오염원으로부터의 오염은 전체 해양오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오염원이다. 「유엔해양법협약」상 육상 오염원에 의한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각국은 국내법을 제정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칙이나 기준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과 관련하여 IAEA가 내부적으로 과학적 안전 기준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유엔해양법협약」은 각국의 영토주권 하에 있는 육상에서 기인한 해양오염에 대해서는 국제법이 직접 규율하기보다는 영토국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 방류와 관련된 국제규범으로 「런던투기방지협약」(1972)과 동 협약의 「1996년 런던의정서」가 있다 . 의정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특별 허가를 받아 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투기는 선박・항공기・플랫폼・인공 구조물로부터 폐기물을 고의적으로 해양에 버리는 행위를 말하므로, 육상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야기된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필리핀 간 남중국해 중재재판(2016) 판결이 보여주듯이, 국제환경법상 해양환경보전 의무는 규범성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중재재판소의 본안 심리가 진행되면 「유엔해양법협약」 상 해양환경 보호·보전 의무의 규범성과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국내적 조치의 정합성이 핵심 쟁점이 되겠지만, 중재재판소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 규칙·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만 일본이 국제환경법상 관습국제법으로 인정되고 있는 사전 통보나 정보 제공 등 국제협력 의무, 환경영향평가 실시 및 통보 등을 태만히 하였다면 이러한 절차적 의무 불이행과 관련한 위법성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본안의 실체적 유효성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기존 판례의 입장이다.

예상되는 중재재판의 판정을 감안하여 볼 때, 우리 정부로서는 결국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량이나 방법, 방류 오염수의 방사성 종류 및 기준치 등과 관련하여 IAEA가 권고하는 안전 기준에 부합하고 아울러 이를 최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IAEA 및 오염수 방류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남태평양국가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일본의 국제협력을 끌어내는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실제 1994년 동해 핵폐기물 투기지역에 대한 방사성 오염조사를 IAEA의 참관하에 러시아・일본・한국이 국제공동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2006년에도 한・일 양국은 구소련 핵폐기물 투기에 의한 방사성 오염을 공동조사한 전례가 있다. 차제에 원자력발전소를 다수 가동하고 있는 동북아 한・중・일 3국 모두가 방사성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실행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으로 승인된 안전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일본의 입장을 옹호하였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방류 결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탐탁하지만은 않지만, 환경 보존에 있어 미국이 이제까지 취해 온 입장에 비추어 보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 국제환경법에서는 환경 보존을 위해서는 과학적 확실성이 충분치 않더라도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환경 훼손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른바 ‘사전주의원칙’이 주장되고 있으나, 미국은 환경 보존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엄격히 과학적 확실성에 근거해야 한다는 ‘방지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임한택 대사는 외교부 조약국장, 주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 겸 제네바군축회의(CD) 대사, 주루마니아대사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연세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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