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의 원인과 전망
미얀마 사태의 원인과 전망
  • 이백순 前주호주대사/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4.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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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향후 5년간 재집권을 목전에 둔 수찌(Aung San Suu Kyi)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지도자들과 의원들을 체포하고 민선 정부를 무너뜨렸다. 이런 군부의 쿠데타에 반발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봉기하여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자 군부는 민간인들에게 실탄사격을 함으로써 현재 약 2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에 맨손으로 저항하기에 벅찬 시민들은 국제사회의 개입을 호소하는 한편 자신들도 소수민족 무장반군과 손을 잡고 무장저항을 벌이려 하고 있다. 미얀마 사태는 미얀마 국군의 날인 3월 27일 전후로 중대한 고비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8일 실시 된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명분으로 군사행동을 개시하였다. 그들은 약 8백여 만 명의 선거인 명부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수찌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였으나 응답이 없었다는 점을 빌미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또한 군부는 자신들의 행동은 헌법상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므로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군부가 민선 정부를 출범시키기 전인 2008년에 개정한 헌법에는 ‘국가의 통합과 단결이 위험에 처할 때 대통령은 군총사령관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들은 선거부정으로 국가통합이 위태로워졌기에 군부가 나서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

그리고 군부들이 평가하기에는 지난 5년간 수찌 정부의 국정운영 결과가 그 이전 5년간 군 출신 대통령인 떼인 세인((Thein Sein) 정부보다 못하다고 본다. 따라서 자신들이 집권할 경우 나라를 훨씬 더 잘 발전시킬 것이라 믿고 거사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5년간 미얀마의 경제 성장률은 평균 6% 정도여서 예상되었던 고도성장을 이루지 못하였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과거 대비 1/5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떼인 세인 정부 당시 세계 제일의 유망투자처로서 주목받던 미얀마의 명성이 퇴색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군부가 2017년에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할 때도 이를 못 막은 수찌 여사가 국제적인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그녀에 대한 국제적 지지도 사라지고 국내적인 인기도 떨어져서 군부는 이번 선거에서 NLD 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군부가 헌법상 보장된 의회내 고정의석 25%에다 친군부적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이 20% 득표를 하고 소수민족 정당 일부와 연대를 하면 USDP가 집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NLD당이 재집권 하게 되어 수찌 여사가 헌법개정을 추진하면 군부의 권력기반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는 위기의식도 군부의 행동을 재촉하였다.

이제 미얀마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시민들이 승리하여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무자비한 진압으로 군부가 승리는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다시 암흑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냐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시민들이 맨손으로 승리하기는 불가능하니 국제사회의 개입을 갈망하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규탄성명과 제재 이외 무력개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소수민족 반군과 손잡고 무장저항을 할 경우에도 압도적 무력을 독점한 군부를 이길 승산은 적다. 미얀마의 군부는 단순한 군대가 아니라 하나의 이익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이기에 내부결속력이 강하다. 반군들이 시민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면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얀마는 내전 상태, 더 나아가 국가분열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실효적인 타협안을 가지고 양측을 중재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미얀마 시민들은 중국이 군부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믿고 중국인과 중국 공장 등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가 자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있어 중요한 요충지이기에 미얀마가 서방세력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여서 현 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중국도 미얀마 군부가 중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하는 것이다. 따라서 UN, 미국, EU 등이 협력하여 군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보다 실효적인 제재로 압력을 가하는 동시 중재안을 마련하여 군부와 NLD 정부 간 타협을 촉진해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유혈사태도 회피하고 미얀마가 중국으로 기울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미얀마 군부와 군부 직영기업과 군부와 결탁한 재벌들이 자금 도피처로 사용하는 나라들이 3개 정도 있다. 미국, EU 등이 이 나라들을 설득하여 이 자금들을 동결하고 이를 이용하여 군부를 압박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중재안을 내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 하에 시민항쟁을 구두로 지지하기만 하면 미얀마와 그 국민을 역사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미얀마의 이러한 복잡한 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시민항쟁을 지지하는 외교부 성명, 국회결의, 대통령 메시지에다 독자적인 제재까지 연이어 발표하였다. 홍콩사태에서 침묵하였던 우리 정부가 미얀마 사태에서는 이처럼 강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강경한 정부 입장 발표에 현지 진출 사업자들과 기업들은 그 부작용에 대해 벌써 걱정들을 하고 있다.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백순 대사(bslee@yulchon.com)는 외교부 북미국장, 주미얀마, 주호주 대사를 역임하고,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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