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독일 총선 동향과 전망
2021년 독일 총선 동향과 전망
  • 손선홍 前주독일대사관 총영사/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4.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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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다. 그러나 미국의 힘은 줄어들고 있고,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예전만 못하다. 반면에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중국은 힘을 키우며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정치, 경제, 군사 등 다방면에서 저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맞서고 있다. 중국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체제의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도 위협이 된다. 이러한 국제 상황에서 우리는 유럽 연합(EU) 등 더 많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EU는 독일과 프랑스가 이끌고 있다. 독일에서는 올 9월 총선을 통해 신정부가 출범한다. 녹색당의 강세가 예상되는 독일 총선에 유럽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가에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

독일에게 올 2021년은 슈퍼 선거의 해이다. 3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라인란트-팔츠의 2개 주 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9월에 총선(연방하원 의원 선거)과 베를린 등 4개 주에서 주 의회 선거가 있다. 특히 9월 26일에 있을 총선은 그 의미가 크다. 지난 2005년 이래 장장 16년을 집권해 온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더 이상 총리후보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켈에 이어 기민/기사당(CDU/CSU)이 계속해서 연방 총리를 내느냐 아니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녹색당(Die Grünen)이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 총리를 배출할 것인가가 주 관심사이다. 녹색당 출신 연방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면 독일의 정치 지형은 변하게 되고, 환경과 기후변화 분야 등에서 EU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9월 총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2개 주 의회 선거가 지난 3월 14일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있었다. 결과는 현직 주 총리 소속 정당인 녹색당과 사민당(SPD)이 각각 승리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녹색당은 주 총리 크레치만(Winfried Kretschmann)의 인기에 힘입어 32.6%(2016년 30.3%)라는 역대 최고의 지지를 얻었다. 크레치만은 이번 승리로 독일 역사상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주 총리가 되었다.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사민당은 35.7%(2016년 36.2%)를 얻어 주 총리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2개 주 의회 선거를 통해 나타난 동향을 통해 9월 총선을 중간 전망해 본다면 다음의 예측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괄호 안은 2016년 득표율). 첫째, 최근 수년 동안 녹색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가 이번 선거에서도 확인되었다. 녹색당의 전국 지지율은 20% 초반대로 이미 사민당을 추월하여 기민/기사당에 이어 2위에 있다. 녹색당은 9월 총선에서도 역사상 최대의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녹색당은 연방 총리후보를 내지 않았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총리후보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사민당은 비록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제1당을 유지했으나 전국적으로는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전국 지지율이 녹색당보다도 뒤진 10% 중반 대에 머물고 있어 사민당의 고민이 깊다.

셋째,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패배자는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당이다. 기민당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24.1%(27%)를,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는 27.7%(31.8%)를 각각 얻어 지지율 감소가 예상보다 컸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터진 기민당과 기사당 의원의 마스크 비리(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중국제 마스크를 독일 기업에 주선해 주면서 수십만 유로의 알선비를 받은 협의)는 당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넷째,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 당(AfD, 이하 독일 대안당)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났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는 9.7%(15.1%)를,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는 8.3%(12.6%)를 각각 얻어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독일 대안당은 2017년 총선에서 12.6%의 지지로 94석을 차지하여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진출했다. 이후 과격한 정책으로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어 지지율 하락은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을 기초로 할 때 주요 관심사는 역시 녹색당 출신 연방 총리가 나올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독일 총선의 특징은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독일은 현재 7개 정당이 의회에 진출해 있다. 때문에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기민/기사당이 녹색당과 연정을 수립하고, 총리도 배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연방 총리는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출범이래 국민정당(Volkspartei)인 기민당 또는 사민당 출신이 맡아왔고, 녹색당 지지율이 사민당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2개 주의 선거결과는 이러한 예상에 의문을 던졌다.

첫째, 사상 처음으로 녹색당 출신 연방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총선 정국을 이끌어 갈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녹색당에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의회 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 총리 크레치만은 72세란 고령이 단점이다. 그가 차기 연방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녹색당이 비록 총리를 배출하지 못하더라도 연립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은 커졌다.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203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 독일의 자랑인 아우토반(고속도로)에 제한속도 도입(130km/h), 환경과 기후보호 관련 정책이 많이 반영될 것이다.

둘째, 빌리 브란트 등 3명의 총리를 배출한 사민당은 지지율이 10% 중반에 머물고 있어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로 총선을 1년 앞둔 지난 2020년 8월에 현 재무 장관이자 부총리인 숄츠(Olaf Scholz)를 연방 총리후보로 선출하여 총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녹색당과 연정을 구상하고 있는 사민당은 고소득자 중과세, 의료보험 제도 개선, 전력을 2040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로 생산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셋째, 집권 정당인 기민/기사당에게는 빨간 경고등이 커졌다. 아직 총리 후보를 선출하지 못했고, 총선 공약 제시도 늦어지고 있다. 기민당은 지난 1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총리 아르민 라세트(Armin Laschet)를 당 대표로 선출한 상태이다. 라세트는 자매 정당인 기사당 대표이자 바이에른 주 총리인 마르쿠스 죄더(Markus Söder)와 총리 후보 선출을 놓고 경합하고 있다. 기민/기사당이 총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30%대 중반의 지지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 녹색당과 사민당은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처, 디지털 인프라 강화, 고소득자 중과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내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기민/기사당도 그럴 것이다. 국제문제보다는 국내 문제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더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에서 독일의 제1의 관심사인 EU와 대서양 동맹 강화는 변화가 없을 것이나,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문제에서 EU에 더 많은 권한 강화 부여 등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악화된 미국과의 관계개선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총선으로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통일 등 독일의 대한반도 정책이 변할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EU 주요 회원국이며, 집행위원장을 배출한 나라이다. 또한 유럽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며 북한에 상주대사관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이유이외에도 외교 다변화 차원에서도 독일 총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손선홍(sohnsh99@gmail.com) 총영사는 주독일 대사관 공사와 주함부르크 총영사를 지냈다. 퇴임 후 국립외교원 명예교수와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특임교수를 역임하고, 제20대 국회 국회의원연구단체 평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독일 통일 한국 통일』과 『도시로 떠난 독일 역사 문화 산책』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독일 정치‧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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