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문학상 유병록 시인 선정..수상작은 시집 '아무 다짐도 않기로 해요'
천상병 시문학상 유병록 시인 선정..수상작은 시집 '아무 다짐도 않기로 해요'
  • 최세영 기자
  • 승인 2021.04.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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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지난 3월초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시인)를 열어 ‘제23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유병록(40)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창비2020)다.

천상병시상심사위원회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상 수상자를 비롯해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모두 20여 권의 시집을 추천했고, 이 가운데 1차 예심을 통해 7권의 시집으로 압축했다. 이어 지난 3월 중순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유병록의 두 번째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창비 2020)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시인 유병록의 시집은 “붉게 익어가는/ 토마토는 대지가 꺼내놓은 수천 개의 심장”(「붉은 달」)이라는 강렬한 표현이 등장하는 첫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창비 2014)의 시세계를 이으면서도, 문학의 유구한 주제들인 상실, 고통, 죽음의 문제를 깊이 천착하면서 “용서받는 기분”(「눈 오는 날의 결심」)이 드는 시집이라는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그의 시집은 문학의 유구한 주제들인 상실, 고통, 죽음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시적 발상이 전혀 상투적이지 않으며,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바꿔놓는 시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 합의했다. 다시 말해 그의 시는 상실, 고통, 죽음 앞의 인간 존재를 생각하며 “순식간에 희망을 선사”하는 “단호한 격언”(「역사(역사(驛舍)의 격언」) 류의 표현을 단호히 거부하며, “나를 일으켜 세우는” “보잘것없는 욕망의 힘”(「다행이다 비극이다」)을 여전히 신뢰하는 고통과 슬픔의 ‘측량사’(「측량사」) 되기를 자처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고 나면 가짜 위안 내지는 사이비 위안이 아니라 진정한 “위안”(「위안」)을 받게 된다. 「슬픔은」, 「슬픔은 이제」, 「그랬을 것이다」 같은 계열의 시가 그렇다. “양말에 난 구멍 같다/ 들키고 싶지 않다”(「슬픔은」 전문).

특히, 표제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는 득의의 성취이다. “붙잡을 게 없을 때/ 오른손으로 왼손을 쥐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쥐고/ 기도한다”(「위안」 제1연) 같은 표현을 보라.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같은 표현에서 철학자 레비나스가 ‘우리는 서로 어깨를 걸기 전에 먼저 서로를 마주보아야 한다’는 언명이 시적으로 승화된 경지를 감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유병록의 시집에서 자신보다 약한 타자 및 사물들(차, 사물, 칼국숫집, 까페 등)의 소리 없는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시인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귀 모양을 닮은 만두”(「우리, 모여서 만두 빚을까요?」)를 빚는 행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시가 등장하는 것도 퍽 흥미롭다. 유병록의 시는 언어와 감정이 절제된 것이 특징이지만, 시행 또한 천상병 시인의 그것처럼 가난의 시 형식을 유지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유병록 시인은 198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산문집 『안간힘』을 펴냈다. 시상식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악화로 제23회 천상병시상 시상식은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도 천상병예술제는 개최되지 않으며 제23회 천상병詩문학상과 제3회 천상병동심문학상 시상식은 4월18일(일)오후3시 천상병공원(야외)에서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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