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과 대(對)개발도상국 WTO 강제접근권 발동
코로나19 백신과 대(對)개발도상국 WTO 강제접근권 발동
  • 김원태 前주몽골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3.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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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Ngozi Okonjo-Iweala) 세계무역기구(WTO) 신임 사무총장이 2021년 2월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방송인 SABC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개발도상국에 라이선스(면허)를 부여해서 백신을 빨리 생산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70억이 넘는 세계인구 전체에 해당하는 백신을 소수의 제약사가 한꺼번에 만들 수 없는 만큼 폭넓은 면허(license) 생산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긴급 상황에서 백신 및 치료제의 특허 공유를 논쟁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면서 WTO가 지식재산권 문제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의약품의 수출제한이 원활하게 풀려야 한다는 WTO 역할을 주문하였다.

지식재산권 문제인 코로나19 백신 강제실시권 발동에서의 WTO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허(patents)를 규정하고 있는 WTO 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을 살펴본 다음 TRIPs협정 특허 규정에서 코로나19 백신 강제실시권 발동문제를 고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권보호를 위한 국가 간 법적 체계들은 1967년 발족한 세계지식재산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를 중심으로 여러 국제협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제협약들이 지식재산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시에 미국은 1980년대에 무역적자가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식재산권 침해를 불공정무역관행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또한 개발도상국이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미국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용하는 무임승차(free ride)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지식재산권이 상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의 무역 비중이 증대함에 따라 선진국들이 지식재산권보호를 자국의 무역수지 및 국제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1948년 출범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 and Trade: GATT)은 지식재산권을 규율하지 않고 있었고, WIPO 등 기존의 국제협약들은 지식재산권의 국제적 보호장치가 결여되어 있었다. 즉, 위조상품의 생산 및 무역 등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수단이 미비하였다. 미국은 WIPO를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는 국제기구로 간주하고, GATT 분쟁해결절차와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하여 침해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교차보복(cross retaliation)을 이용할 목적으로 지식재산권 문제를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의제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들은 위조상품무역 방지와 같은 최소한의 보호와 가능한 장기간의 유예기간 설정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초기의 논의 범위가 위조상품무역 방지가 중심이었던 것이 기존의 국제협약상 보호수준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여 선진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어서 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이 1995년 발족한 WTO에 포함되게 되었다.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지침에 따라 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해당되는 위조상품의 국제무역문제만 협상되어야 하며 지식재산권 보호는 법적으로 독점력을 확보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독점에 의한 경쟁 제한적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강제실시권의 발동 요건을 용이하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TRIPs협정에 의하여 보호되는 지식재산권에는 (1)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2) 상표; (3) 지리적 표시; (4) 의장; (5) 특허; (6) 집적회로 배치설계; 그리고 (7) 영업비밀을 포함한 미공개정보의 보호가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TRIPs협정의 특허에 해당되는 의약품으로 특허권자에게 배타적 권리가 부여된다. 물질(products)의 경우 제3자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동 물질을 제조, 사용, 판매를 위한 제공, 판매 또는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수입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제법(process)의 경우 제3자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제법, 상용행위 및 최소한 그 제법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획득되는 상품의 사용, 판매를 위한 제공, 판매 또는 이러한 목적을 위한 수입행위를 금지한다. 특허권자는 또한 특허권을 양도 또는 상속에 의하여 이전하고, 사용허가를 체결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TRIPs협정은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을 위해서 현존하는 특허 기술에 대한 접근을 촉진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의 연구 및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ing)을 허용한다. 제31조는 특허권리자의 합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건들 하에서 정부와 정부의 승인을 받은 제3자가 권리자의 승인 없이 특허대상을 사용(강제실시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준수되어야 할 주요 조건은 첫째, 사용예정자가 합리적인 사용조건하에 권리자의 승인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합리적인 기간 내에 승인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지만 국가비상사태, 극도의 긴급상황 또는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의 경우에는 예외로 하며, 둘째, 강제실시권 사용의 범위 및 기간은 승인된 목적에 한정되고 승인받은 회원국은 국내시장에만 공급하여야 하고, 셋째, 특허권리자는 승인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

TRIPs협정 제31조에서는 강제실시권 사용을 승인한 회원국 국내시장에 대해서만 승인을 하나, 2005년 제정된 TRIPs협정 제31조2에서는 공공보건을 위한 약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약품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의약품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가에 대해 수출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제약 분야에서 국내 제조능력이 없는 국가에 수출할 수 있도록 제3국에 의약품 제조를 허가하였다. 이 제도를 수출을 위한 ‘특별 강제실시권(Special Compulsory Licensing for Export)’이라고도 한다. 국내에서 의약품을 제조할 수 없는 국가는 제3국에 위탁생산 및 수출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권리자에게 보상을 수출국이 지급한다. 최빈개발도상국은 수출을 위한 특별 강제실시권하에서 자동적으로 수입할 권한이 있다. 수출을 위한 특별 강제실시권제도가 생산능력이 없는 개발도상국에 대해 효과적인 강제실시권 사용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가능한 빠르게 달성하는 것이다.

수출을 위한 특별 강제실시권을 이용하고자 하는 회원국은 WTO 사무국에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약 수입을 위해 가능한 초기에 필요한 의약품 요구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TRIPs협정 이사회의 승인으로 수출을 위한 특별 강제실시권이 행사된다.

북한은 WTO 비회원국이므로 WTO 지원에 해당이 되지 않으나,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이 공동 운영하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아스트라 백신 99만 명분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한국도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게 된다. 한국은 강제실시권에 의한 백신 수입국이므로 국내시장에만 공급이 가능하고, 북한에 대한 수출이나 지원은 TRIPs협정 제31조2 수출을 위한 특별 강제실시권에 해당함으로써 WTO 승인이 필요하며 북한이 WTO 비회원국이므로 한국이 대신 신청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무역관련 지식재산권보호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아닌 세계무역기구(WTO)가 담당하게 된 경위와 의약품 특허의 배타적 권리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강제실시권에 관해 제도적 및 법률적으로 고찰하여 보았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신임 사무총장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하여 개발도상국에 라이센스(면허)를 부여해서 백신을 빨리 생산하게 해야 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급상황에서 백신 및 치료제의 특허 공유 논쟁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면서, WTO가 지식재산권 문제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의약품의 수출제한이 원활하게 풀릴 수 있도록 WTO 역할을 주문한 만큼 그가 2021년 3월 1일 취임한 후 개발도상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강제실시권문제 해결을 위한 WTO의 역할이 기대된다. 강제실시권제도가 WTO에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전염병 팬데믹에 대하여 강제실시권을 어떻게 발동할 것인가에 주목된다.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김원태 대사(wtkim75@hanmail.net)는 주몽골대사, 한서대학교 및 강남대학교 대우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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