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 정책 전망
미국의 아시아 정책 전망
  • 엄석정 前주헝가리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2.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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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mpbell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의 기고문을 중심으로 -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Kurt Campbell 전 국무부 아・태차관보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인도・태평양 조정관(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임명하였다. Campbell 조정관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며, 주요 언론에서는 ‘아시아 짜르’라고 명명하여 향후 미・중 패권경쟁에서 그 직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Campbell은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아・태차관보(2009~2013)를 역임하고 그 시기에 미국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Campbell은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 임명되기 직전에 Foreign Affairs지에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질서를 강화할 수 있는가”라는 기고문을 게재하였다. 이 기고문을 면밀히 검토하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방향을 예견하고 우리의 대응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기고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우리의 대응 방향을 제의하고자 한다.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질서를 강화할 수 있는가 - 균형과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

0 지역질서는 세력균형과 정통성이 유지될 때 가장 잘 작동함.

- 오늘날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력균형, 지역 국가들이 인정하는 정통성, 중국의 도전에 대한 동맹 및 동반자와의 연합이 필요함.

0 인도・태평양 지역질서의 균형과 정통성에 대한 두 가지 도전이 있음.

- 첫째,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임. 중국은 동지역의 GDP와 군사비의 절반을 차지함.

중국은 주변상황을 재구성하고 이익을 보장받으려 함. 중국의 행동은 지역질서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을 위협하고 있음.

- 둘째, 현재의 인도・태평양 질서를 수립하였으며, 이를 유지하여 온 미국이 현 질서에 대하여 도전을 하고 있음. 트럼프는 아시아지역 다자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경제협력 협상에도 참여 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이 지역질서의 원칙과 정통성을 변경하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

0 중국의 공격성과 미국의 모호성은 아시아지역 질서의 혼란을 초래함.

- 차기 미국정부가 그 동안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 아시아지역 질서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면 이와 같은 상황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음.

0 균형의 회복

- 증대하는 중국의 경제력은 아시아지역의 균형을 깨뜨리고 중국이 과도하게 영토적 모험주의 를 단행하도록 함. 이를 막지 않으면 아시아지역의 평화가 깨질 것임.

- 중국과 나머지 지역 국가들 간의 경제적 불균형이 심각함. 중국은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군사비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사용하고 있음.

-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모험주의적 군사행동을 저지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함. 미국은 아시아지역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동맹 및 동반자와 함께 행동을 취해야 함.

0 정통성의 회복

- 국제질서는 정통성이 있어야 안정적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정통성은 국제정치 및 안보 의 문제뿐만 아니라 무역, 기술, 국가 간의 협력도 중요한 요인임.

- 동 지역의 질서를 구성하는 2개의 아시아가 있음. 하나는 정치와 안보이며, 다른 하나는 경 제임. 중국의 영토적 모험주의는 안보를 위협하였고, 강제적 경제정책은 경제를 위협하였음. 트럼프의 모호성은 둘 다를 위협하였음.

- 미국은 안보분야에서 동맹과의 관계개선, 아시아지역 정상회의 참석 등 적극적인 개입과 참 여가 필요함.

-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이 경제적인 당근과 채찍을 교묘하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현존하는 질 서가 구성 국가들에게 혜택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존 질서를 강화해야 함.

- 현존하는 질서에서 중국의 역할을 교섭하는 일이 가장 복잡함. 아시아의 국가들은 아시아의 활기찬 미래를 위하여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실질적이지 않고, 이득이 되지도 않는다고 생 각하고 있음. 또한 그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기를 원하지도 않음.

- 아시아 질서의 균형과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맹 및 동반자와의 연합이 필요하며, 이 에 대한 중국의 묵인과 수용이 필요함.

0 연합의 구성

- 인도・태평양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연합이 필요한데, 중국의 경제력 증대로 인하여 연합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됨. EU가 지난해 말 중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하여 미국과 EU 간의 연계가 복잡하게 됨.

- 미국은 이러한 제약 여건을 감안하여 아시아지역 국가들과 연합을 결성하는데 유연하고 혁 신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함.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거대한 연합을 결성할 것이 아니라 개별 이슈에 따라 맞춤형의 연합을 구성할 필요가 있음.

- 무역, 기술, 공급망, 표준화 등의 문제에 관하여 영국이 제안한 민주주의 동맹(D10)을 비롯 한 다양한 연합체를 결성함. 안보문제에 관하여 Quad, 사회간접 자본 투자에 관하여 일본 및 인도와 협력, 인권문제에서는 신장지역 및 홍콩의 자치권을 비판하는 24개국 등과 연합 체를 결성함.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Campbell 조정관은 아시아지역의 현실적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예를 들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편에 서기 위하여 중국과의 교역을 중단하고자 하는 국가는 없을 것이고, 아시아의 활기찬 미래를 위해서는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또한 이득이 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도 단극화(Unipolar) 시대의 초강대국으로서의 입장이 아니라 다극화 시대의 미국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바탕 위에서 인도・태평양지역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하여 아시아지역의 동맹 및 동반자와의 연합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Campbell은 지난해 말에 EU와 중국 간에 체결된 투자협정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제반 여건을 감안하여 연합체를 결성하는 데 유연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미국은 모든 이슈를 다루는 포괄적인 연합체가 아니라 개별 이슈에 따라 맞춤형의 연합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Campbell의 의향에 따라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결정되면, 미국의 아시아 동맹 및 동반자에게는 이슈의 성격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국은 국익의 견지에서 이를 분석하고 참여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면 아시아지역에서 미・중 간의 패권경쟁은 많은 학자들이 예견한 바와 같은 신냉전이 아니라, 미국 및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바이든 정부의 중국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아시아 정책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분석하여 우리의 국익의 견지에서 대응정책 방향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Campbell은 D10을 거명하면서 G7에 추가하여 한국, 인도, 호주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한국은 D10의 일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Quad의 현재 구성국으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거명하고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향후 미국의 강력한 참여 요청이 예상될 수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검토하여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엄석정 대사는 주헝가리 대사, 주스웨덴 대사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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