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러경제통상관계 30년 성찰과 비전
[특별기고]한러경제통상관계 30년 성찰과 비전
  • 정태익 前주러시아대사, 사단법인 한러협회 회장
  • 승인 2021.02.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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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 수교 이후 경제, 통상,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에 1990년 수교 이후 지난 30년 간에 이루어진 관계 증진 내용과 전망을 살펴보고, 향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1992년 1.9억달러에 불과하던 한국과 러시아간 무역액은 1992년과 비교하면, 현재 130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마다 양국간 교역은 영향을 받았다. 1997년 동아시아 위기,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교역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하지만 위기이후 양국간의 무역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0년에는 큰 규모의 무역 증가를 기대하였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이 되면서 양국간 무역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팬데믹 상황이 종료가 되면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이 가지는 잠재력을 이해하고 기회를 활용하여 위기가 끝났을 때 더욱 도약과 성과를 보여왔기에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소련과 동구시장이 준 기회

한국경제는 저유가, 저환율, 저금리 덕분으로 1986년부터 무역흑자를 시현하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크게 신장되었고, 한국기업들의 이미지도 동반 상승하였다. 소련과 동구권국가들이 한국과 수교를 맺고 한국기업들은 소련과 동구권 시장으로 공식적으로 진출하였다. 새로운 세계 시장이 열린 것이다. 한국과 소련은 수교하면서 경협차관을 제공하였는데, 당시 소비재가 부족하였던 소련 국민들이 한국 상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자원부국 소련과의 수교는 자원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특히 현대와 대우가 자원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블라디보스톡에 호텔까지 지은 현대의 자원획득 노력은 북핵위기 등 지정학적 요소로 무산되었다. 대우의 동구권 자원개발 노력도 체제전환 혼란, 법제도 미비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의 자원개발협력은 러시아 내수 에너지 소유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좋은 기회를 상실하였다. 체제전환 초기 러시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도 한국 수출이 늘어나게 된 것은 소비재 부분의 도약과 러시아 에너지 자원의 해외수출이 자유화 되면서 가능하였다.

 

동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위기 대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게된 한국의 기업들은 러시아 판매망을 축소하였다. 1988년 러시아 정부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였다. 위기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은 러시아를 떠나는 대신 러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1988년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보여준 한국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난 러시아 국민들은 한국제품을 더욱 적극 수용하게 되었다. 환율과 에너지 가격 상승 덕으로 러시아 경제는 연평균 약 7%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러시아경제가 부활하면서 한국기업들은 러시아 현지 투자를 증대했다. 경제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자한 한국기업들의 노력이 한국 소비재상품의 러시아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기반이 되었다.

김대중정부를 계승한 노무현정부는 양국간 경제, 통상의 장애물로 작용하였던, 한국의 대러 경협차관 상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9월 미상환재무조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채택하였다. 필자가 주러대사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한러간 양자 사업도 추진되었다. 하지만 소비재 분야와 달리 북핵 1차실험, 러시아 정부의 수정된 에너지 정책 등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한국기업 대러투자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시기에 이명박정부와 메드베데프 정부가 각각 출범하였다. 2008년 한러 정상은 시베리아 극동지역 자원개발 참여확대에 합의하였다. 남북러 3각 협력의 실현과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여가 기대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경제위기로 국제유가가 최고점대비 75%이상 하락하였기 때문에 러시아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한러간 자원개발협력도 글로벌금융위기와 메드베데프정부, 푸틴의 재집권으로 이어지는 시기 혼란 등으로 시장으로서의 러시아는 한계를 보여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기업의 극동개발 참여도 논의는 많았지만, 큰 결실을 맺지 못했다.

향후 한러 협력을 위한 과제

이러한 실정 하에서도 러시아는 여전히 매력이 있는 국가다. 향후 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이를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러 양국의 상호보완성을 재고하기 위해 산업내 무역이 증진되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역과 투자가 선순환 관계가 되어야 한다.

둘째, 러시아의 북극개발, 미국의 세일가스 혁명으로 글로벌에너지 공급망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급 안정과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은 무역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러시아의 첨단과학기술과 우리의 IT기술을 연계하는 협력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넷째, 한러간 경제통상협력을 저해하는 제도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러서비스투자, FTA 뿐 아니라, 한유라시아 경제연합 간 FTA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양국간 교류가 막혀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가 오히려 한러간 협력을 숙성시키는 기회가 되었다는 과거 선례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기에 정부, 기업, 국민이 힘을 합치면, 한러간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다.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현재화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제주체들이 보다 연구하고, 도전하고, 개척하는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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